새로 볼 거를 골라…야 하는데.
2013.10.07 16:49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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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그놈에 '단간론파 쇼크' 때문에 신작 고르기가 두렵네요. 아니, 처음부터 입에 안 맞으면 1화 보고 관두니까 괜찮은데, 뭔가 대단한 게 나올 것처럼 기대를 주고 개판을 치면 내가 어쩌라는 거죠. 그래도 이 문제는 그냥 닥치는대로 보고 그만둬야겠다 싶을 때 딱 그만두자는 강한 다짐으로 이겨냈는데,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에 방영하는 것중에 이거 재밌겠다, 취향에 맞겠다 싶은 게 없어요. 없다는 건 과장이지만 어쨌든요.
내가 좋아하는 것중에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등장인물이 나오는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거기에 두지 않는 작품들이 절반 이상이죠. 왜냐하면, 난 그런게 좋아요. 대놓고 초능력자 나오고 배틀 나오는 게 싫어요. 취향에 안 맞아요. 화려한 액션으로 때우고 이런 거 별로에요. 예전부터 드래곤볼이랑 명탐정 코난 중에 명탐정 코난을 고르고, 다른 애들이 원피스 재밌다고 하면 혼자 재밌나? 하던 취향이란 말이에요. 드래곤볼을 살짝 깠다가 가루가 된 경험이 있으면서도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요. 영원히 안 차릴거고요. 내가 능력자 배틀물을 쓰면 그건 능력자 배틀물을 까는 방향일 겁니다.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안 건드리겠다고 선언한 어떤 마법사 금서목록 관련 시리즈나 타입문 관련 거시기들도, 물론 너무 방대해서 안 건드리는 게 제일 크지만, 동시에 이것들이 굉장히 초능력자끼리 투닥투닥에 집중하는 그런 부류로 보여서 안 건드리는 것도 있다고요. 난 그런 요소는 살짝 소스로만 있으면 좋겠어요. 이야기의 중심은 좀 더 진지한 곳에 있으면 좋겠단 말이에요. 아니면 아예 이야기의 중심 같은 개념이 아주 얕아서 순수하게 재미를 주던가.
애들 보는 거 같다고 무시하는 거냐 변칙 중2병이냐 이러실지 모르겠는데, 나는 중2병 발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로봇만화나 초능력 배틀 이런 거 안 좋아했어요. 어릴 때야 볼 만화가 없으니까 로봇 만화만 열심히 봤죠. 그것도 스폰지밥(당시에는 스펀지송)을 보기 전까지였고. 근데 이번에 나오는 것들은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뭔가 판타지스럽고 괜히 진지한 표정이고 당장 주문을 외울 거 같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있고 로봇이 보이고 아아…5분 짜리는 너무 감질맛 나고…그렇다고 스포츠 만화를 좋아하지도 않으니…이런 협소한 취향인 나에게 상처를 준 만화들은 정말 개새끼들…아니, 이 얘기는 너무 많이 했으니까 하지 말자….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습니다. 이제 따지고 또 따져서 고른 녀석들을 봅시다. 그런 것 치고는 많긴 한데 어쨌든.
1. COPPELION
혹시 물어본다면, 예, 나도 이거 나중에 이상해 진다는 거 알아요. 메다카 박스와 함께 코펠리온은 잘 보던 만화가 방향이 엇나가서 잘 팔리는지는 모르는데 나는 그만보는 그런 부류였습니다.
그래도 초반부는 굉장히 인상 깊었었죠. 그 뭐라고 해야하나, 종말 이후의 세상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고 해야하나. 좋게 보던 만화의 초반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확인은 해줘야 겠죠. 계속 봐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그런 문제는 뒤로 재쳐놓고요. 원작은 원작이고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이니까요.
사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이게 애니메이션화가 다시 됐다는 건 굉장한 과대 해석이 가능하죠. 원자력 사고가 났지만 그건 전부 만화 속 이야기 같은 거다, 일본이 방사능으로 멸망하는 공상을 해도 될 정도로 괜찮다, 대충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나는 음모론자니까 진짜 그래서 만든 거라고 밝혀지면 재밌을 거 같긴 합니다만 과대 해석이겠죠.
화려하긴 하네요. 그림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카메라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선이 굵어서 배경이랑 따로 노는 게 있긴 해도 그림이 딱히 나쁘게 보이진 않고요. 난 좀 더 잔잔하고 착 가라앉는 느낌이 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어요. 물론 위에도 말했다시피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이니까, 꼭 원작에서 느꼈던 거랑 같은 분위기가 나길 바라는 것도 이상하죠.
근데, 뭔가 어색해요. 어디가 어때서 어색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어색해요. 소리가 안 나는 연출이 어색한 건가 싶기도 하고, 연기가 어색한가 싶기도 하고, 뭔지 모르겠는 어색함과 적응 안되는 그런 게 있어요. 엔딩 곡도 영 별로고…우선 보류입니다. 좀 더 진행되고 재밌다는 말이 나오면 그 때 다시 보죠.
2. 골든 타임
아…오프닝이 나오기 전부터 풍기는 이 내가 좋아할 작품이 아니라는 냄새…어쨌든 이것도 보류 입니다.
안 보는 게 아니라 보류인 이유는, 내용 줄거리만 봐서는 재밌을 거 같았거든요. 게다가 토라도라를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그거랑 같은 사람이 쓴 내용이라고 하면 재밌으려나 하게 되죠. 근데 시작부터 이렇게 안 끌리면…나중에 몰아서 보는 날이 오면 그 때 봅시다.
3. 킬 라 킬
내가 이걸 보려고 한 거 때문에 경계의 저편도 1화 보기로 했어요. 이런 거 싫어한다고 징징대놓고 제작진이 쩐다는 말에 보는 거면, 그 쿄애니에서 만들었다는 걸 확인도 안 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들리는 말에 따르면 서로 전혀 다른 성향의 작품인 거 같지만, 난 아직 둘 다 안 봤으니까, 제목만 봐도 호평이 넘치는 킬라킬을 한 번 봅시다.
참고로 손에 꼽는 작품중에 이거 만든 사람들이랑 겹치는 작품이…있었던 거 같은데. 아, PSG랑 겹쳤었지. 그래서 기대하는 중입니다. 어떤 모습일까 두근두근 하네요.
어…내가 방금 뭘 본 거죠.
아니 이게 물론 엄청 재밌게 보긴 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멍 해서…어 그러니까 히틀러가…가위가…옷이…엄청 야했는데 어….
어, 어쨌든 재밌게 봤으니까, 계속 보죠. 스토리가 되게 단순한 거 같긴 한데 어…아 몰라, 그냥 재밌어요. 계속 봅시다.
4. 경계의 저편
자, 내가 소개 글만 보고 아 이건 패스 이렇게 외쳤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위에도 말했다시피, 어디서 만들었는가 그것만 생각하고 킬라킬을 봤다면 이것도 적어도 1화는 집중해서 봐야겠죠.
쿄애니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애매해요.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같은 손에 꼽는 작품을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하고, 케이온이나 빙과, 타마코 마켓, 일상 등등도 굉장히 즐겼거든요. 동시에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는 후반부 스토리가 너무 쓰레기라 나에게 상처를 줬고, 러키 스타는 오프닝이 좋아서 봤더니 정작 본편은 이게 뭐지 싶었고요. 프리는 1화 보고 그 뒤로 안 봤고, 에어는 다들 감동이라는데 나는 뭔가…확실히 손에 꼽는 작품과 침을 뱉는 작품을 모두 만든 제작사라는 건 희한합니다.
근데, 꼭 같은 제작사라고 해서 제작진이 같은 건 아니잖아요? 한 회사 안에서 팀이 여러게 있고 감독이 여러명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잘 몰라서 그냥 제작사 이름만 보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봅시다.
아, 짜증나네요. 왜 이렇게 잘 만든 거에요 또.
내가 그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프리를 안 볼 수 있었던 건, 프리가 게이물이라서가 아니에요. 오프닝이랑 엔딩 곡이 취향이 아니라서 였지.
이번에는 오프닝이랑 엔딩도 좋네요. 문제는 내용인데, 암만 취향이 아니라고 해도 이정도면 계속 볼만 하죠. 겉으로 보기엔 중2병 환자들인데 그 중2병이 진짜 이런 느낌이라…결국 볼 거 같네요. 이것도 봅시다.
5. 쿄소기가
뭔가랑 오해를 해서 잘못 받은 거 같아요. 패스.
6. 아웃 브레이크 컴퍼니
새벽에 받아서 그런가 이건 안 볼건데 싶은 게 잔뜩 있네요. 얘도 패스.
7. 용사가 되지 못한 나는 마지못해 취직을 결의했습니다.
앞에 너무 괜찮은 것들을 봐서 그런가, 이것도 별로네요. 할 말도 없고 보다가 껐고. 패스.
총 일곱개를 받아서, 그 중에 세 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버렸고, 두 개는 봐놓고 계속 볼까말까 보류했고, 결국 제대로 보기로 한 건 두 편입니다.
아직 방영 안 한 것 중에서는 대충 논논비요리랑 갈릴레이 돈나 정도만 확인 하려고요.
이렇게 주의깊고 꼼꼼하게 골랐는데 이 중에서 실망하는 작품이 나오기도 힘들겠네요. 대체 몇 개나 본다고 안 좋은 게 나오겠어요.
올해 말까지 즐거운 감상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