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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거기엔 남은 2개의 핀뱃지가 들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라보멘 넘버 001, 즉 나 자신의 것.
남은 라보멘 넘버 004의 뱃지는, 분명히 그녀에게 전해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크리스는 살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나는 한 번, 크리스의 목숨을 희생시켰다.
나는 한 번, 크리스를 이 손으로 찔러 죽였다.
그래도 지금, 크리스를 구하는 것을 해냈으니까.
저 3주를 함께 지낸 마키세 크리스를.
나는, 나만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잊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이 이상은, 바라지 않아.

------있잖아, 크리스.
미래가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몰라.
SERN이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해서, 세계에 디스토피아를 구축할지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확정되지는 않았어.
미래는, 지금부터 만들어 나가는 거야.
나만이 아닌, 나와 크리스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그러니까, 이 세계의 어딘가에서, 지켜봐 줘.
나 자신의 핀뱃지를, 가슴에 달고.
쇼핑객들로 붐비는 속에서, 나는 똑바로 앞을 바라보며 걸어 나갔------

"……어?"

당황하며 뒤돌아섰다.
시야의 끝에 보였던 것이다.
여기에 있을 리 없는, 그녀의 모습이.
긴 머리를 나부끼며 나와 엇갈려 지나간, 그녀의 모습이.
바라본 뒷모습.
눈에 익은 뒷모습.
그녀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멈춰 서서.
이윽고, 천천히 내 쪽으로 돌아섰다------
그곳에 있던 것은.
미국에 돌아갔을 터인, 그녀.
나와는 거의 면식이 없는 그녀.

"겨우, 만났네."

그 목소리도.
그 얼굴도.
그 머리카락도.
그 눈동자도.

무엇하나 변하지 않은, 마키세 크리스가 그곳에 있다.

"당신을, 계속 찾고 있었어"
"그때, 도와주었던 당신을, 계속------"
"나, 한마디 정도는, 인사해두고 싶어서"
"정말, 고마워"
"……당신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눈물을 머금은 크리스의 모습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기껏 봉인해두려고 했던, 그녀에의 사랑이 한번에 넘쳐흘러서.
나도 울고 싶어질 정도로 기뻐서.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휴대전화를 오른쪽 귀에 가져갔다.

"나다.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있는가? 나의 '리딩 슈타이너'는 반응하지 않았거늘------"
"뭣이!? 내가 지키라고!? 이런 이런, 제멋대로 지껄이는군"
"그것이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인가. 엘 프사이 콩르"

휴대전화를 닫고.
헛기침을 하고.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라서.
크리스는 여전히,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그렇기에 나는------

"또 만났구나, 크리스티나"

"아니, 그러니까 난 크리스티나도 조수도 아니라고 말하잖------"

"……!?"

"어?"

이번에야말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째서, 지금의 크리스가 알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 내가 크리스에게 놀림의 의미를 담아 붙인------
그리고 나로부터 그렇게 불릴 때마다, 언제나 크리스가 지치지도 않고 부정하던------
특별한 의미는 없는, 하지만 친숙한, 2개의 별명.
나만이, 크리스에게 부르던 이름.
나에게만, 크리스가 부정의 딴죽을 걸던 이름.
그날, 처음으로 라지칸에서 만났을 때에는 아직, 부르지 않았을 터인 이름.
그러니, 눈앞의 크리스는.
이 세계선의 크리스는.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어라, 나……. 지금, 문득 머릿속에 말이 떠올라서……"
"어째서……?"

크리스 자신도 어째서 그 말을 중얼거린 것인지, 본인도 알고 있지 못한 듯했다.
당황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제야 나는, 깨닫는다.
'리딩 슈타이너'는, 누구나가 갖고 있다.
세계선이 변해서, 과거와 미래가 재구축되어도.
기억에는 축적된다.
그저 잊고 있을 뿐, 계기만 주어진다면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 3주의 '잃어버린 날들'을.
나와 네가 쌓아올린, 추억들을.

"환영한다, 나의 조수, 마키세 크리스……아니, 크리스티나"

라보멘 넘버 004의 핀뱃지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더욱, 이 재회가 의미하듯,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
나는 눈물을 참으며, 핀뱃지를 크리스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게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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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ㅏ....

슈타게 psp판

앞으로 일주일 뒤 발매!

4주차는 피습으로 돌려야징 ㅎㅎ

진짜 기대된당

헠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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