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room☆Crisis를 봄
2015.10.09 05:10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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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화를 처음 봤을땐 샤를로트나 시모세카보다 더 관심이 가던 애니메이션이었지만, 다양한 의미에서 샤를로트에 치이고 이래저래 생활에 치여 못 보다가 몰아 보게 되었다.
클래스룸 크라이시스의 경우 장르를 정의하기가 정말 애매하다. 러브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게 주는 아니고, 우주비행과 엔진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이긴 하지만 SF라고 하기엔 과학적인 부분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고 A-TEC과 키리시나社의 운영을 두고 벌어지는 경영물이라 하기엔 이게 또 메인은 아닌 것 같다. 모 위키에는 학원 노동 러브코미디라고 적혀있긴 한데 이게 오피셜인지도 왜 저런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차라리 한국판 막장드라마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고 이야기 하는게 이해하기는 더 쉽지 않을까.
그렇다고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나타난다던가, 김치로 싸대기 맞는 막장 드라마와 비교하기엔 클래스룸 크라이시스는 꽤 잘 만들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거 다 회수할 수 있긴 한건가.' 싶을 정도로 떡밥을 뿌려대는건 똑같지만, 미 회수된 떡밥도 맥거핀도 없다는 엔딩에 물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다만 회수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적당한 분량이 투자되었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1쿨 13화라는 분량은 제작진이 이야기를 풀어내기엔 너무 짧은 분량이었다. C 모 애니와는 다르게 11화에서 아예 오프닝을 빼버리는 등 제작진도 이를 인지하고 분량 확보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90초로 끝낼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이해도 되었고 납득도 되었으나 아쉬웠다. 차라리 일부 떡밥을 맥거핀으로 남겨두고 2기 제작을 위한 초석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물론 그랬다면 지금처럼 괜찮은 점수를 주진 않았겠지만.
또 하나 신기했던 점은 작화. 분명 이 애니의 방영일은 2015년인데 2000년대 중후반의 느낌이 난다. 최근 애니메이션의 경우 보통 외각선을 얇고 희미하게 처리하거나 아예 다른색으로 처리(ex:노 게임 노 라이프)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물게 선이 또렷하고 색이 뚜렷하다. 같은 시기에 방영된 시모세카나 샤를로트와 비교해 보면 미묘한 차이가 두드러진다. 참고로 샤를로트와 시모세카는 선을 또렷하게 해 주는 보정을 한 후 찍은 캡쳐고, 클래스룸 크라이시스는 색만 살짝 건드린 후 찍은 캡쳐이다.
이런 작화의 경우 뭐가 좋다 나쁘다 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문제이긴 하나, 연한 선과 컬러링을 위주로 제작되던 애니메이션을 보며 뭔가 뿌옇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던 차에 이렇게 화면이 또렷한 애니메이션을 보니 몰입도가 상승하는 느낌.
목소리들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주요역은 비교적 신참 성우들이 맡고-여주인공 성우가 노자키군의 치요 성우- 비중이 적은 조연들을 나름 짬(?)좀 되는 사람들, 아스미스라던가 홋쨩, 코화백, 난죠르노 등으로 채워넣었다. 목소리를 알고 있는 성우의 경우 그 성우가 맡은 다른 애니메이션의 다른 캐릭터와 이미지가 겹치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현상을 겪었었는데, 클래스룸 크라이시스는 그런 현상은 없으면서도 개인적으로 목소리를 아는 성우가 나와 맞추는 소소한 즐거움도 얻었다는 점 때문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만 조연 캐릭터가 공기급 개그캐릭터밖에 없었다는건 좀 아쉽다. 결국 남은건 미즈키뿐이라는 이야기도 아마 이 것때문. 하나코를 제외하면 자기 분량을 챙긴 조연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점이 후반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데에 큰 공헌을 했을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결국 이 점 때문에 떡밥을 회수하는데에 있어 화장실 갔다와서 밑 안 닦은 느낌을 내는건지도.
이러나 저러나, 이런 저런 요소가 종합된 후반부의 흡입력은 정말 대단했다. 이렇게 집중해서 애니메이션을 본게 얼마만인가 싶을 정도. 떡밥 회수의 아쉬움도 있지만 그저 끝난다는게 아쉬워서 무심코 "2기 안 나오려나."하고 중얼거릴 정도.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주제 말고는 참신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은 애니메이션인데, 새우깡에 자꾸 손이 가듯 이상하게 정이 들고 재밌다. 딱히 야한것도 없어서 친구와 보기도 무난하다. 사실 이런점은 엄청 평범한 요소인데, 요즘 나오는 다른 것과 비교하면 정말 드문 애니메이션이 된다. 신기할 노릇이다.
한 줄 요약: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말하는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건실한 청년" 같은 애니메이션. 긍정적인 의미로.
평점: 4.3/5.0
추천: 평작 초과 수작 이하. 꼭 볼 필욘 없지만 봐서 후회하진 않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