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카노는 정말 갓-애니임에 틀림이 없다
2015.11.02 21:30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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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나름 오타쿠 소리를 듣고 살았는데도 애니를 거의 보지 못하는 병에 걸려있었다. 무슨 말이냐면 1화를 보고 2화를 봐야 하는 순간인데도 '아 귀찮아...' 하면서 찍 싸버리는 그런 병이다. 사실 그렇게 1화만 보고 뒷이야기를 안본 작품이 수두룩 빽빽이었다. 아마 내가 마지막으로 분기별로 애니를 열심히 챙겨보던 때가 2009년 2분기까지였을거다. 그뒤로 제대로 각잡고 본 애니가 하나사쿠이로하, 아노하나, 빙과(도 중간에 쌌다가 나중에 다시봄) 정도였는데 우연한 계기로 이름만 알고 있었던 사에카노를 접하고 소설을 읽다가 애니를 보자! 카토와 우타하가 움직이는것을 보고싶다! 하는 마음에 아무 생각업ㅂ이 사에카노를 보기 시작했다. 분명히 월드시리즈 끝나고 나서 보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 해가 뜨고 있다 고3때 자는척 하면서 밤 열한시에 H2O 1화부터 보기 시작해서 해뜰때즈음 12화까지 다 보고 아... 산소... 갓명작이었다... 하면서 현자타임을 온몸으로 맞으며 등교하던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역시 이건 갓-명작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물론 여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 이미 다 봤을 테고 소설도 나보다 더 많이 읽었겠지만(아이북스로 일본판 사서 보는거라 진도가 많이 느리다... 일송합니다...) 정말 중요하니까 여러번 말하지만 갓-명작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 어떤 점이 갓-인가? 생각해보면 몇가지 떠오르는게 있다.
요즘 (난 잘 안 봐서 모르겠다만) 제목이 쓸데없이 긴 라노베들이 존나게 많다. 사실 사에카노도 따지고 보면 제목이 존나 길다. 제목이 길다는것은 그만큼 말이 많다는것이고, 말이 많다는 것은 결국 후달린다는 뜻인데 후달리기 때문에 긴 제목으로 일일이 부연설명하면서 뻔한 클리셰만 존나게 집어넣은 불쏘시개, 냄비 받침 뭐 이런 수식어로 표현되는 작품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요즘 대세가 이런 것들이라니까 딱히 할 말은 없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 아웃라이어는 존재할 수 있는법이다(박스플롯을 그려봤다면 알겠지만 IQR*1.5 보다 큰 값들을 아웃라이어라고 한다.). 사에카노는 바로 이 아웃라이어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제목이 쓸데없이 길긴 하지만(사실 긴 거 맞다만) 이 긴 제목으로 인해 불러올 우려를 내용으로 불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작가의 필력이 탄탄하다. 마루토 후미아키가 어떤 사람인가? 우리도 알고있는 화이트 앨범 2, 쇼콜라 메이드카페 큐리오, 파르페 쇼콜라 세컨드 브류, 곤약...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야겜들의 시나리오를 써낸 사람이다. 필력도 뛰어나고 우리들이 알만한 각종 네타들을 활용하는 솜씨도 뛰어나다.
그 다음으로는 개성있는 캐릭터 연출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캐릭터들이 죄다 흔해 빠졌다. 뭐 옛날엔 안 그랬겠냐마는 하루히를 예로 들어보면 하루히는 개 씹 민폐녀고 나가토는 안경낀 조용한 애고 미쿠루는 가슴 크고 코스프레 하는애고... 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에카노는 시원찮은 그녀를 육성한다는 제목에서부터 알수있지만 메인 히로인 포지션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카토가 정말 시원찮다. 카토는 어떤 히로인인가? 외모야 사실 그림으로 그려놔서 존나 예쁘지 작중 묘사로 치자면 우타하나 에리리에 비해서는 후달리고, 캐릭터가 뚜렷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에리리는 자기 머리를 붕붕 휘두르면서 사람 패는 그림이라도 나오지 이건 뭐 포니테일로 애를 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우타하처럼 팬티스타킹을 신어주는 것도 아니고 끽해야 베레모인데 베레모 써봤자 쓴 티도 잘 안나고... 애니를 보면 또 알겠지만 이상하게 우타하 작화는 거의 항상 최상급인데 비해 카토는 툭하면 작붕이 튀어나오고, 단체샷을 보면 가장 먼저 빠져나올 뿐만 아니라 거의 구석이다. 게다가 대사조차 별로 없다. 그나마 있는 대사조차도 '어 응 그러네' '정말 "뭐가 뭔지"네~' 이런 뻔한 반복적인 대사들 뿐이다. 소설에서는 그 흔한 표지모델 한번 못해봤다. 다른 작품이었으면 지나가는 여학생 A정도로나 취급될 그런 여자가 메인히로인이 되는 작품인 것이다. 당연히 독자혹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모르고 본다면 사실 카토가 메인히로인이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애초에 표지에도 안 나오는 히로인이 메인히로인인가!
그 점이 바로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근본적인 부분이다. 요즘 모에다 뭐다 해서 이런저런 주위에서 너도나도 다 써먹은 특징뿐인 히로인들 말고, 진짜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잘 담아낸 그런 개성있는 히로인이 바로 카토 메구미인 것이다!! 그 점이 소꿉친구도 아니고, 우타하 센빠이보다 가슴도 작은 카토 메구미가 이 작품의 진 히로인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 다음은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스토리이다. 주인공 아키 토모야가 욕정에 가득찬 욕망에 이끌려 '카토를 주인공으로 하는 야겜을 만들겠어!' 하면서 인기 동인작가와 소설가를 삼고초려해서(호텔에서 동침하는것을 주저하지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제작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 여러 의미에서 '무릇 덕질로 성공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고 우리같은 소비 돼지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작가의 일갈이 들리는 것 같지 않은가(물론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덕질로 성공하려는 생각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카토의 육성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그저 지나가는 여학생 A 였던 카토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은 표정을 보여주고, 더 많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앞으로 카토가 보여줄 수백, 수천가지의 표정들이 아직 남아있다. 그 표정들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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