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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네타

먼저 본인이 본작을 바라볼 때의 원칙이랄까 기준점은


이야기의 키인 마가타 시키가 정신병자가 아닌 지극히 합리적인 사람이며 본사건에 관하여 자신이 의문을 품거나 후회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치루의 이탈이 시키의 양육실패로 여기기 보다는 방향전환 쯤으로 인식하며,

미치루의 죽음은 미치루, 시키 양자의 납득과 합의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미치루의 탈락사유에 관하여 천재가 아니라서 탈락했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마가타 시키의 천재성에 흠이 가는 내용이다.

애초에 시키 사후에 시키로서 살아갈 예정인 미치루가 적어도 그녀수준의 천재여야만 한다는 전제가 당연히 붙는 것이다.

근데 자신 보다 떨어지는 딸을 제대로 판단못하고 그대로 세상에 내보낼 생각이었다면 그 생각 자체가 떨어지는 생각이겠지.

자신의 자식이 자신과 똑같을거라는, 자신의 분신 내지는 소유물이란 인식은 어리석은 부모들의 그것 그대로이다.

나는 마가타 시키가 어리석지 않다고 전제하고 있는 중이다.

고로, 몇년전부터 미치루가 대외적으로 얼굴을 비추던 시점부턴 적어도 마가타 시키 본인이 판단하기에

딸인 미치루가 충분히 자신의 수준이 이르렀다고 판단되기에, 세상에 공개했다고 보아야 한다. (외견의 성장도 이유일 것이다)


또한 언론에 노출될 당시의 미치루에게 딱히 언변을 강제하고나 교정하지도 않았을것이다. 

왜냐면 미치루는 시키가 없는 세상에서 시키의 꼭두각시가 아닌 또 하나의 자신로서 인생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일일히 조종해야 한다면 자신이 죽은 후엔 실 끊어진 인형이 되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작중에 간간히 등장하는 "인형"의 의미를 되새기자면, 

마가타 시키가 아닌 미치루가 "내 부모를 죽인건 인형이 한거다" 라고 한 것은

어머니의 행동에 대한 미치루 자신의 객관적인 판단을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이미 마가타 시키의 그것에 미치루가 도달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그 시점까지는 자신도 그 인형의 행동을 답습할 것이었다.....









여기서 나는 의문이 들었다....


작중에는 마가타 시키의 친딸 미치루 외에 또하나의 미치루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로봇 미치루.

생각해 보자. 폐쇄된 공간. 있는 인간은 어머니와 딸. 그리고 로봇하나.

그런데 그 딸의 이름과 로봇의 이름이 같다. 더구나 그 로봇의 음성은 딸의 것이다. (모에가 그렇게 증언)

즉 마가타 시키는 자신이 배로 낳은 딸 미치루와 자신이 만든 로봇 미치루를 동일한 수준에서 보는게 아닐까 하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미치루의 이름의 원조는 다름아닌 진짜 인형의 이름이다.


인형, 로봇, 딸. 

그 모두를 미치루라고 부르는 어머니....

적어도 로봇과 딸은 한 방에서 공존하는 사이다....


로봇 미치루의 역할은 닫혀진 방을 여는 것이다.

작중에 실제로 딸 미치루가 어떻게 쓰였는가? 

"시키가 닫혀진 문을 통과하게끔 하는 장치"의 부품으로서 쓰였다.

즉, 로봇 미치루와 딸 미치루는 "같은 용도"로 쓰였던 것이다.


작중에서 미치루가 실제로 행동한 것은 찾아온 언론매체의 인터뷰에 응한 것이었다.

인터뷰란 질의응답을 하는 것이다.

로봇 미치루에게는 상대의 질문에 제한적이지만 대꾸를 하는 기능이 있다.

인간 미치루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답을 했을 것이다.

성능의 차는 있더라도 "같은 기능"인 것이다. 


같은 용도, 같은 기능, 같은 목소리, 같은 이름의 두 존재.

마가타 시키는 자신의 친딸을 단순한 기계장치의 일종으로 인식한게 아닐까???

그래서 아무 망설임 없이 딸을 "리폼"하여 목적에 사용한 것일까?


마가타 시키는 과연 정상인인가? 단순한 사이코인가? 

딸과 자기자신을 포함해서 인간을 인형으로 밖에 안보는 극악무도한 존재인가?


애초에 내가 마가타 시키를 전제한 "합리적이고 진지한 천재"는 모순점은 없으되 목적성을 잃어 버렸다.











상기한 바와 같이 난 마가타 시키의 행동양식을 전제하면서도 미치루의 존재로 인해

그녀의 인식이 흔들렸었고 본작 또한 15년에 걸친 사이코 아동학대물이 되버리는듯 했다....


11화가 방영 되었고 거기엔 원작엔 없던 오리지널씬이 추가 되었다.


치유물이었다.

왜냐면 내가 치유됬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딸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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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미치루가 요즘들어 더 극성이다.

좁은 공간에서 답답할거란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주방이나 공작실 까지 와서 이리저리 어지르는건 위험하기도 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쩔수 없이 내가 신경써서 정리를 안할수가 없다.

(.......사실 정리의 대부분은 스마가 알려주는 대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스마는 몸이 없다. 천상 내가 굴러야 한다ㅜ.ㅜ)


그래서 미치루를 꾸중하고 방안으로 쫒아 넣버리면 삐친 미치루가 방문을 걸어 잠궈 버린다;;; 

몇시간 그러는건 이해 하겠는데 하루종일 나오지도 않고 버티는거엔 손들었다. 

나 : 미치루, 밥먹어야지... 문 좀 열어바.... ㅠ.ㅠ

미치루 : 싫어! 안먹어! 엄마미워! >ㅇ< +++

.... 하아.... 저 녀석은 누굴 닮은 걸까.... 제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숙부? 음... 잠정적으로 숙부를 닮은 걸로 해두자 음... 


애초에 아빠 엄마 까지 한가족이 사는 평범한 거주공간으로 설계된 터라 방마다 잠금기능이 있는 건데

이참에 걍 자물쇠를 다 없애버릴까??

근데 아무래도 방 자체에 손을 대는건 아무래도...음 뭔가 심리적으로 꺼림칙하달까... 왠지 망가트린다는 기분이 든단 말이지...

뭔가가 망가지는건, 내 손으로 망가트리는건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뭐 필요하긴 했지만 왠만하면 안하고 해결하고 싶단 말야-_-a


... 방구조를 건들이지 말고 독립된 방 개방기구를 만들자.


흐음.... 아예 미치루가 심심하지 않게 장남감로봇을 만들까? 그럼 좀 극성도 덜하겠지??

그래... 언어기능도 넣고... 어? 지금 대단히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미치루가 이 로봇에게 말을 가르치도록 하게 하자!





(중략)





요즘 미치루가 일단은, 마구잡이로 해집고 다니는건 확실히 줄었다....

근데 이젠 자꾸 내 워크스테이션 암호를 풀려고 노린단 말이지....

으 외부 해킹걱정을 안해도 내부 딸내미의 침입을 감시해야 한다니.... 

아마 이 연구소에서 해킹의 위협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연구원은 나뿐일 것이다 ㅠ.ㅠ


그리고 미치루에게 나쁜 버릇이 들었는데

미치루! 니가 그랬지! 라고 혼내면 미치루는 시크하게


"인형이 그랬어요-_-닌교가 얏단데스"


아 그래... 실제로 이 로봇이 한게 맞긴해... 

다만 이 로봇의 사고중추는 미치루가 확장해온 것이다.

결국 로봇의 해킹성능은 미치루의 해킹능력이란 얘기다.


 


....내가 전에 만들 때 갑자기 떠오른 발상에 급흥분해서 너무 많은 기능을 넣은게 화근이었다.

실제로 미치루가 아니라 로봇이 내 워크스테이션에 접속해서 프로텍트를 해제한 일이 몇번이나 된다. (그 때마다 암호알고리즘을 바꿔야만 했다;;;)

이유는 로봇에 푹빠진 미치루가 로봇에게 광적으로 학습시킨 덕에 이제는 미치루가 지시만 하면 마치 미치루처럼 해킹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은 완전히 나와 나의 워크스테이션 보안프로그램 vs 미치루와 로봇 의 구도다.

아마 지금 연구소에 구동하는 데보라최신버전보다도 이 로봇인형의 사고중추가 훠얼씬 고등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 이번에 만드는 버전6에는 이 로봇의 사고중추를 이식해 볼까.... 크읔 왠지 기술자로서의 자존심이.... 

이게 다 너무 잘난 우리딸이 로봇을 너무 똑똑하게 잘가르친 탓이고 내가 딸을 너무 잘나게 낳은 탓이다..... 






미치루가 호시탐탐 내 워크스테이션을 강탈하려는 이유는 외부 세계에 접속하기 위해서이다.

나도 안다. 여전히 딸아이에겐 이 거주공간은 너무 좁다.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나도 하루빨리 "그 날" 을 맞아 그녀에게 삶을 주고 싶지만...... 아직 미치루는 "아이"다....

아직 세상에 직접 접촉하기엔 때가 아니다...





(중략)





더 이상 프로텍트를 새로 구축하는 일에 진력이 나버린 난 로봇의 하드를 포맷시키고 사고중추를 삭제했다.

이제 로봇은 단순한 문잠금해제 기능과 몇가지의 문장을 따라하는 것 외에는 단순한 깡통이다.


로봇을 포맷하던 날, 나에게 로봇을 넘겨받은 그날 이후 첨으로, 

오래간만에 딸 미치루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틀어박혔다. 로봇과 함께.


나의 제발 문을 열라는 말에 방문이 열린건 그로부터 하루 뒤였다.

로봇이, 나의 "미치루" 라는 말에 응답해 자신이 문을 연것이다.

미치루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왔고 내가 미치루에게 말을 걸자 로봇이 대신 대답을 했다.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만 반복하는 단순한 녹음기능이었으나

로봇은 딸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의 이름은 미치루입니다"





오빠와 아줌마들과 상담한 결과 미치루에게 제한적인 정보를 주어 세상에 대한 적응도 시킬겸

텔레비젼을 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뒤 나와 미치루는 작업실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방송을 보며 딸은 이런저런 궁금함을 내비췄고 나는 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사실 방송조차도, 딸의 흥미를 오래간 끌지는 못했지만 나와 미치루의 대화는 그 뒤로도 지속되었다.

딸은 나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다. 나의 다중인격이나, 나의 부모님이나, 또 그 부모님의 죽음에 관하여.

그래, 이제 그 얘기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그리고 그 일도...


음 일단 방송매체를 초대해서 인터뷰를 할까... 

세상에 나가는 그녀에게 새로 옷을 선물해주자. 

나는 미처 입을 기회가 없었던 옷이지만.

스마가 재봉도 잘해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없더라도 미치루가 세상에서 고독하지 않기를...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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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팬픽이란 아무나 쓰는게 아니구나.........


여기까지 스킵한 분들을 위해 결론만 적자면


로봇을 미치루로 "교육" 시킨건 인간 미치루 본인이라는 것이다.

시키가 딸을 키웠드시 그 딸이 로봇을 키운거다.

로봇이 "혼자는 고독합니다","고독은 7입니다" 를 말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그 뒤, 어머니에게 계획의 전말을 전달 받은 뒤라는 설정.

아마도 자신의 친구였던 로봇을 잃어버린(포맷) 외로움이 이걸 계기로 입에 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또한, 미치루가 로봇 미치루를 자신과 같은 미치루라 호칭하는거에서

어머니인 시키가 한몸에 여러 이름을 가진 것과 대비하여

미치루는 한 이름을 여러 몸이 공유하는 것이다. (라는 흉내 아닌 흉내를 내는 것. 본격 딸이 엄마를 거꾸로 따라하기)

몸은 여럿이나 이름(인격)이 하나인지라 고독한 것이다.

여럿이라 고독하지 않다는(따분하지 않다는) 엄마와 다르게. 

어머니와 더 가까워진 이후에 오히려 더 외로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로봇이 방문 밖의 인물에게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고 묻는 씬은 의미심장하다.

어차피 방밖에 엄마 밖에 없을 텐데도 그렇게 말했다는건 어머니의 다중인격이나, 혹은,

인간 마가타 시키, 혹은 인간 그자체에 대한 함축된 의문을 표한것이기도 하다.

그 물음을 나중에 모에(타인)에게 받은게 트리거가 되었다. 

아마도 마가타 시키는 딸에게 너는 누구냐고 한번도 묻지 않았을거다.

마가타 시키는 데카르트는 될수 있어도 소크라테스는 되지 못했던 것일까.






이로서 로봇이 스스로를 미치루라고 부르며 7의 고독을 말하는 의문점에 대해 나 나름대로는 납득하게 되었다.

결론부분에 대한것과 설정을 팬픽내부에 다 담고 싶었지만 새벽에 즉석에서 쓰는 낙서에 많은걸 바라지 말자... 

뭐 남은 의문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예를 들면 시키의 오빠가 "미치루를 두고 가는게 맘에 걸린다", "나는 반대했다" 라고 하는 부분.

아마 계획이 급변해서 미치루가 아닌 시키가 나가게 되는것에 대해 말하는것 같다.

"나가고 싶어하던 미치루"라고 하는 걸로 보아 반대한 일이 그거인것 같기는 한데,

그럼 저 오빠는 미치루의 사망을 알고있는걸까??

미치루가 죽는걸 "두고간다"고 한것일까?

그 오빠의 캐릭터성향을 모르니 저 말만 가지곤 어떤 늬앙스인지 잘 모르겠다. 





이상 감상평을 가장한 팬픽이었슴다.

애니판만의 설정을 기초로 만들었으니 원작과의 괴리가 있겠지만...

아, 원작은 아동학대물이 맞다고요???  저런;;;; 전 못 들은 걸로 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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