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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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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테이블의 페제,페스나가 여러모로 파급력이 큰 작품이긴 했다.

한창 방영중일때마다 어느 커뮤니티를 가도 그놈의 작화얘기로 갑론을박이 펼쳐졌고 말이야.

 

문제는 한창 뉴런을 불태우고있는 키보드워리어들 사이에서 "작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있는놈은 거의 없다는 거였지.

 

작화얘기는 꼭 달고 들어가는 주제에 결국 요약해보면 "액션 화려해서 멋지다"vs."실속없고 눈만아프다" 더라고.

 

덕택에 위키는 진즉에 씹-창이 났고, 댓글 찍 싸고 튀는 티비플충들은 안좋은 인식 확산에 큰 기여를 해버려서 유포빠대 유포까의 양상이 만들어지기도 했었지.

 

 

다식은떡밥을 왜 다시 꺼내냐고 묻는다면 할 말 없지만, 까던 빨던 상관 없는데 좀 간단하게나마 제대로 알고 말하자는 취지로 끄적여본다.

 

 

우선 애니메이션의 "작화"란, 제2원화와 동화를 합친 결과물 까지를 의미해.

 

작화=그림체가 절대 아니란 얘기다.

그림체는 차라리 캐릭터디자인과 채색에 따라 달라진다고 봐야 맞다.

 

가끔 인터넷에 보이는 흰 배경에 선화만 그려진 종이를 촬영한 움짤이 보통 원화만을 촬영한거야.

조금 뚝뚝 끊길지언정 움직임과 디테일이 확실하게 보이지

거기에 동화를 추가하면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만큼의 프레임을 가지는 '작화'파트가 완성인거야.

 

배경,채색,광원,CG는 각각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게 된다.

배경은 미술팀, 채색은 채색팀, 촬영은 촬영팀, CG는 독자 부서나 촬영팀에서 담당해.

물론 부서의 구별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작화'의 담당은 어느 회사나 같아.

 

간혹 나루토같은거 보고 "동화에서 일부러 작붕을 내서 역동적인 기법"이라는 둥 어디서 주워들은 소린지 헛소리를 삑삑 싸질러대는놈들이 많아서 그런데,

그거 다 개소리니까 제발 앵무새처럼 따라하지좀 말자.

 

동화가 작화에서 가지는 역할은 매수와 타이밍 조절 밖에 없어.

기본적인 퀄리티와 움직임은 이미 원화가 다 결정해놓는거야.

(그래서 그게 작붕인지 아닌지는 설명하려면 한나절걸릴테니 그냥 넘어가자)

 

여튼 동화가는 그저 라이트박스 깔고 적당히 트레이싱 하면서 빠르게 그리는게 전부라면, 원화가는 모든 디테일과 움직임을 직접 창조해내는 사람이다.

아무리 뛰어난 감독의 연출과 레이아웃 설정이 근간에 있더라도, 결국 그걸 구현화하는데에는 훌륭한 원화가의 솜씨가 필수라는거지.

특히 액션씬은 쉬지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많게는 1초에 8~9장씩 원화를 그려야 하는 만큼, 사내에서도 가장 뛰어난 원화가가 주로 참여해.

(작화진을 갈아넣었다고들 하던데 어차피 액션파트는 몇명이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한번에 전부 갈려나가는게 아냐..)

 

 

 

그럼 논란의 유포테이블 페이트 시리즈 액션씬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원화가들에대해 알아보자.

 

첫째로 오부나이 미츠루

둘째로 아베 노조무

셋째로 쿠니히로 마사유키

 

거의 이 셋이 끝이다. 

액션 비중이 많은 애니 치곤 엄청나게 적은 숫자야. 

(물론 자잘하게는 이타다키 아츠시, 모기 타카유키 등등 몇명 더 있는 편이지만 그리 액션 참여 빈도가 높은편은 아님)

 

 

오부나이 미츠루(小船井充)부터 소개해 보자면,

유포테이블 소속 애니메이터로, 주로 액션과 이펙트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으신 분이야.

 

페이트 시리즈에선 대표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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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W 1화의 게이볼그 파트를 담당한 바 있다.

액션과 이펙트에 능한 면모를 주로 보이시지.

 

사실 원화가보단 공의경계 3장의 감독으로 더 유명한 분이야.

연출도 어느정도 관여를 하시는지 UBW에선 생각보다 많은 파트를 담당하진 않으셨고.

 

 

둘째로 아베 노조무(阿部望)

 

아베 노조무는 유포테이블의 작품으로선 대단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프리랜서거든.

 

유포테이블은 원화가 한명한명의 개성을 존중하기 보단, 제작 진행의 우선으로 빠듯하되 적절히 분배된 스케쥴을 통해 평균 퀄리티를 올리는 회사다.

프리랜서의 고용 비율이 높지 않은 폐쇄성 짙고 획일화된 작업환경을 가진 데다가, 참여하는 프리랜서도 보통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수월한 신입들 위주로 고용하고 말야.

 

아베 노조무는 이미 베테랑 원화가로서, 사내 방침에 어느정도 맞추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보여준 유포판 페이트의 몇 안되는 작화적 볼거리를 보여준 분이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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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파트로는 엑스칼리버와 로 아이아스.

오부나이 미츠루,쿠니히로 마사유키를 포함한 3인중 가장 훌륭한 실력을 가진 분이신 만큼 굵직한 장면들에 주로 투입되었어.

 

VFX와의 조화가 좋은 원화를 그려 내는것으로도 유명한데, 미리 잘 설계된 레이아웃에 엄청난 디테일의 원화를 한컷한컷 그려넣고, 그 위에 정제된 CG를 덧씌우다 보니 디테일과 질감이 잘 살아있는거지.

 

폭발의 원화로 레전드를 찍은 안노 히데아키라던가 요시나리 요우와 달리, 폭발 도중에 일어나는 파편의 묘사에 대단히 능한 분이야

폭발의 여파로 깨지는 미세한 사각형들의 파편(칩) 사이사이에 폭발열로 인해 융해된듯한 액체와 같은 묘사가 들어가는데, 그 유동적인 움직임은 업계 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듯 해.

 

애니 업계에선 익히 알려진 '이타노 서커스'처럼 특이한 작법엔 처음 고안한 원화가의 성과 작법의 특징을 따서 애칭을 만들어 주는 사례가 많은데,

아베 노조무 역시 앞서 설명한 독특한 묘사 덕에 '아베 쥬스'라고 불리고 있어.

 

특히나 위의 게이볼그vs.로 아이아스 파트는 아베 노조무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걸 전부 쏟아부은 혼신의 작화였던지라, 미국 animenewsnetwork에서 선정한 2015 최고의 작화 탑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베 노조무의 참여가 의미하는 바는 작품 외적으로도 크다.

일단 "유포테이블의 ㅇㅇ는~"으로 시작하는 근거없는 비판을 전부 씹어버릴만큼 대단히 퀄리티높은 원화를 그려내기도 했고,

그렇다고 유포테이블을 신격화 하기엔 유포 소속도 아닌 프리랜서의 작품이라는 한계도 있어.

 

결국 애니를 제작사만으로 판단할 순 없다는 얘기야.

한 작품 안에서도 다양한 소속의 애니메이터가 참여하는데, 단순히 제작사만 보고 유포 액션이니 본즈 액션이니 등등 하면서 물고 늘어지는게 우습단 말이지.

 

좀 더 원화가 개인에 대해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창작자잖아.

비록 남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수십장의 그림을 그릴 뿐이지만, 생명력을 불어넣는건 결국 원화가거든.

 

 

 

 

마지막 쿠니히로 마사유키(國弘昌之)에 대해 알아보자.

유포테이블 소속으로, (상대적으로)젊은 유망주 소리를 듣는 분인데..

 

이양반은 그냥 유포 액션의 알파이자 오메가야.

좋든 싫든 어쨌든 그 핵을 담당하고 있어.

 

왜냐고? 이양반 빠지면 남은 인력이 전혀 없는건가 싶을 정도로 모든 액션파트마다 낑겨들어가거든.

 

 

단적으로 얘기해주자면

페제, UBW, 비타판 페스나 CM, 비타판 페할아 CM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액션 파트에 전부 들어가있다.

 

 

대표 파트로는 페제5화의 랜슬롯무쌍이 있어.

일단 랜슬롯의 원화를 전부 그린 다음, 그 위에 촬영팀이 하루2컷이라는 처참한 작업속도로 CG를 한땀한땀 입힌 일화는 꽤 유명하지.

덕분에 처음부터 3D로 만들어진 캐릭터의 움직임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파트였다.

 

UBW의 대표 파트라면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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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대 란사 1차전이 있겠지.

 

사실 영상으로 보여줘야 되는데 지금 영상이 없어서 미안하다. 대충 영상 구해서 틀어놓고 읽어라

 

여튼 영상을 보면 한 컷 한컷의 디테일, 즉 작화의 밀도는 꽤 높다는걸 알 수 있을거야.

그 위에 촬영팀에서 입힌 블러 효과와 피사계심도를 이용한 포커스의 조절, 마지막으로 CG이펙트가 들어가지.

 

많은 사람들이 CG가 너무 지나치다고 비판하곤 해.

솔직히 작화 본연의 맛을 즐기는 입장에서 보기엔 썩 마음에 들진 않아.

 

하지만 인정할건 해야겠지. 

유포테이블 VFX의 파티클 효과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

페제 14,15화나 UBW15화를 보면 다양한 색상의 이펙트를 자유자재로 다뤄내는걸 볼 수 있어. 특히 UBW15화의 입자가 퍼지는 느낌은 보면서 흠칫 놀랐던 부분이기도 하고.

 

 

내가 지적하고싶은 부분은 쿠니히로 마사유키를 다루는 제작방침과 그 작화 자체야.

일단 위 홍차대 란사 장면을 잘 보면 알겠지만 인물의 동작에 있어서 반동,중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캐릭터의 무게중심 이동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그렸다는 얘기지.

 

액션 작화에 있어서 무게중심의 이동은 굉장히 중요해.

살아움직이는듯한 묘사의 첫 단계가 무게중심의 이동에 따른 불필요한듯한 모션을 다루어내는 거거든.

 

나는 동작과 동작 사이의 약간의 텀과 관절의 삐걱거림, 이런 인체묘사를 잘 다루어내는 액션 작화가 좋은 작화라고 생각해.

실제로 작화로 이름을 날린 감독들이 제1원화,콘티 단계에서 계속 지적하고 신경쓰는게 그런 부분이기도 하고.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분들 중에 에바타 료마 라는 원화가가 하중이동에 상당히 두각을 나타내서 업계 내에서 '에바타 워크'라는 애칭도 붙었을 정도야.

 

공각기동대,EOE의 이소 미츠오 담당 파트, 프리크리의 요시나리 요우 담당 파트, 이노센스에서의 오키우라 히로유키 담당 파트를 검색해 보면 무게중심의 이동에 따른 움직임의 묘사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체감할 수 있을거 같다.

 

 

 

 

암튼 읽었다면 알겠지만 난 쿠니히로의 작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아.

저런 단점이 곧잘 눈에 띄는 편이거든.

 

하지만 마냥 비판하기엔 유포테이블의 제작환경에선 저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

액션 작화로 유명한 스페이스 댄디, 프리크리, 원펀맨 같은 애니의 원동력은 수많은 고급인력의 투입이야.

 

한 화에 들어가는 액션 베테랑들만 십수명에 달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양과 질이 모두 들어갔으니 액션의 급이 다를 수밖에.

어느 정도냐 하면 카메라 한번 돌아가면 원화가가 바뀌어있는 수준이지.

 

씬 단위,컷 단위로 잘라서 고급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로테를 돌려대니 당연히 애니 완결까지 액션 퀄리티와 분량이 유지되는거지.

 

 

근데 쿠니히로 마사유키는 한번 참여했다 하면 단순히 컷 단위,파트 단위가 아니라 액션 전체 씬 단위, 시퀀스 단위로 들어가.

TVA의 작업 환경에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후반으로 갈수록 작화의 밀도가 낮아짐은 물론이요, 그 액션 분량 조차도 빠듯해진단 얘기지.

 

유포테이블의 평균 퀄리티 상승과 맞바꾼 단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페스나는 그나마 경우가 좋았어. 별달리 다른 작품 활동 없이 한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거든. 사전 제작 기간도 꽤 길었고 말야.

유포테이블의 작업환경이 잘 맞아떨어진 케이스야.

 

그리고 그 작업 환경과 스케쥴이 무너졌을때 나온 결과물이 문제의 갓-이터고.

 

 

 

 

 

 

이걸 다 읽은 갤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한데, 유포테이블은 장단점이 굉장히 명확한 회사야.

단순히 작화가지고 마냥 칭찬하기에 작화만으로 어디 비빌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실속이 없네 화려하기만 하네 정도로 치부할 수준도 아니고 말야.

 

그래서 유포의 '작화'를 논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점들에 대해 한번 싸질러 봤어.

 

일본 본토는 물론이고, 존나 멀리 떨어진 미국까지도 애니메이션 작화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이야. 수시로 고오급 정보를 다루는 토론과 행사가 열리고, 전반적인 의식의 수준도 높고 말야.

우리나라는 애니를 보긴 많이 보는데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은 유독 적은거같아서 아쉽다.

 

  

 

 

세줄요약

1.까던빨던 다 좋은데 좀 제대로 알고 얘기하자

2.단순히 제작사 가지고 판단하지 말자

3.그냥 글을 읽어줘 제발










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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