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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는 펭귄드럼 :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애니메이션

2011.12.28 08:01

무언가 조회 수:1999



개요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R】의 연출 및 시리즈 디렉터로 유명하시고, 소녀혁명 우테나로 그 명성에 화룡정점을 찍으셨던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님이 14년간의 공백(물론 그동안도 몇몇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콘티 및 연출로 참여하셨지만요.)을 깨고 다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그 이름도 특이하게【도는 펭귄드럼】또는【돌아가는 핑드럼】.
극도로 정보 공개를 꺼리던 이 작품의 1화가 TV에 방영되었을 때, 즉, 이 장면이 공개되었을 때



이 애니메이션을 보던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거의 붐이라고 할 수준으로【도는 펭귄드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게 되고,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님이 쌓아왔던 그동안의 명성과 함께 이 작품은【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와【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들은 아직 모른다】를 잇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명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예. "일시적"으로요. 

어째서 일시적이었나!

가 이 리뷰의 주 내용이...되려나요?

"펭귄드럼" 하면 떠오르는 장면 "생존전략!"의 콘티입니다. 
상당히 콘티를 자세하게 그리셨죠.  


작품소개


《STAFF》



◆원작 : 이쿠니 챠우더


◆원안・감독 : 이쿠하라 쿠니히코

◆기획 : 모리야마 아츠시

◆캐릭터 원안・엔드 카드 일러스트 : 호시노 릴리

◆시리즈 구성 : 이쿠하라 쿠니히코, 이카미 타카요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 니시이 테루미

◆콘셉 디자인 : 나카무라 쇼코, 시바타 카츠노리

◆색채설계 : 츠지타 쿠니오

◆미술 : 아키야마 켄타로, 나카무라 치에코

◆편집 : 니시야마 시게루

◆음향감독 : 이쿠하라 쿠니히코, 야마다 요우

◆음악 : 하시모토 유카리

◆조감독 : 야마자키 미츠에

◆애니메이션 제작(制作) : Brain's Base

◆제작(製作) : 핑그룹, MBS

《줄거리》

남매사이인 타카쿠라 칸바(高倉冠葉)와 타카쿠라 쇼마(高倉晶馬), 그리고 여동생 타카쿠라 히마리(高倉陽毬)는 셋이서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히마리를 데리고 어느 날, 이 남매들은 수족관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히마리가 갑자기 쓰러지고 그대로 숨이 끊어져 버리게 됩니다. 영안실에서 절망에 빠진 칸바와 쇼마였지만, 죽었던 것이 분명한 히마리가 갑자기 펭귄 모자를 쓰고 벌떡 일어나 소리칩니다. 
"생존전략!"
"나는 이 아가씨의 남은 목숨을 늘려 주기로 했다."
하지만 쓰고 있던 모자가 떨어지면서 여느 때의 히마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상한 펭귄 모자 덕분에 히마리의 남은 목숨이 조금 늘어난 겁니다. 펭귄 모자를 쓴 히마리는 남매들의 집에서 다시금 튀어나와 칸바와 쇼마에게 명령합니다.
"핑드럼을 손에 넣어라!"
핑드럼이란 무엇일까요?


세기말적 분위기에서 나온 작품의 특징을 생각해봅시다. 

“1999년 7월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었습니다. 이 예언과 Y2K는 세계적으로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죠. 90년 초 일본 경제의 불황과 함께 긴 침체기를 맞았던 애니메이션이 1995년【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인해 제 2차 아니메 붐을 맞이하였고, 그 후로 TV 애니메이션의 질도, 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세기말이라는 시대상과 맞물려 이 당시 히트했던 애니메이션의 상당수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분위기의 작품이란? 1. 온갖 은유가 튀어나오고 2. 음모론으로 점철되어 있고 3. 비밀주의에다가 4. 불친절한 스토리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예. 모두들 아시다시피 이런 분위기의 작품 중 대표격이【신세기 에반게리온】입니다. 그리고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님의 전작인【소녀혁명 우테나】도 이러한 분위기죠. 
물론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님이【신세기 에반게리온】에게 영향을 받을 정도의 크리에이터는 아닙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님과는 굉장히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지만, 라인 자체가 다릅니다. 전혀 다른 매력에 전혀 다른(그리고 확실한) 결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세기말적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이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질문.
지금이 세기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오."라고 말할 겁니다. 1999년 7월은 이미 지났고, 2012년 12월 21일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예언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라는 반응일 겁니다. 
과연 지금 세기말적인 작품이 나온다면? 굉장히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도는 펭귄드럼】이 이런 시대착오적인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도는 펭귄드럼과 은유

펭귄, 사과, 지하철, 도서관 입구의 퍼즐, 도서관, 어린이 브로일러,【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 검은 토끼, 여신님, 유령, 흰색과 검은색 곰인형 등등...
'이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지?'라고 할만한 것들이 오프닝에서도 본편에서도 끝없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단어들 중 감독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가르쳐준 건 몇 개 안됩니다. 딱 세기말적 작품의 특징이었죠. 

도는 펭귄드럼의 끝없는 은유를 표현한 이미지입니다. 


도는 펭귄드럼과 음모론


"이 세계는 잘못되어 있어."
작중 펭귄포스의 일원들에 의해 반복되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거기다가 작중에는 반복해서 95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이는 모두 사린 가스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 중 하나이며, 작중에서는 테러가 일어난 해이고, 그 테러가 특정 조직에 의해서, 그리고 특정 목적에 의해서 일어났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이들이 음모론의 성격을 띄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세상은 잘못되어있다. 라고 음모론을 펼칩니다. 


도는 펭귄드럼과 비밀주의

PINGROUP Inc.와 KIGA, 그리고 펭귄 포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자세한 정체를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중앙 도서관, 하늘의 구멍 지점의 자세한 정체도, 어린이 브로일러의 자세한 정체와 투명한 존재, 투명해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펭귄이 어째서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까지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 모든것을 비밀에 싸놓고 단순히 "이것은 그런 것입니다."라고만 진행될 뿐, 이 작품은 우리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으며, 끝에 맥거핀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광고부터 애니메이션의 끝까지 극도의 비밀주의를 보여줬죠. 

작중 비밀투성이 남자를 담당하는 와타세 사네토시


도는 펭귄드럼과 불친절한 전개

어떤 분이 말씀하신대로, 이 작품은 마치 명장면과 주제를 먼저 만들어놓고, 그 사이사이 말만 되게 이야기를 끼워넣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거기다가 부분부분 파괴력이 있을 뿐 전체적으로 감정이 우러나오지 않는 스크립트가 더해지니 굉장히 전개가 뜬금없습니다. 여기에 위에서 설명했던 비밀주의가 더해지면 좋게 말하면 마이페이스 쿨한 전개, 나쁘게 말하면 여론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 멋대로 가는 전개가 되는 거죠. 


결과는 14년 전 방식에 정체된 애니메이션

결국 이 애니메이션은 90년대 후반부 작품의 특성과 교훈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주제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말 그대로 이쿠니 챠우더(=chowder=잡탕)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우테나와는 다르게 판매량도 5천장으로 손익분기점은 넘었지만 히트는 치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불운의 명작으로 남지도 못한, 말 그대로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애니메이션"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방영 전부터 응원해왔던 팬으로서 약간 변명을 하자면...이 작품은 단순히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의 복귀작이 아닐까 할 뿐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볼 수 있는 시대에 와서 복귀한 작품이니만큼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유니크한 것을 정제하지 않은 채 보여줬을 뿐이 아닐까요?
다만 차기작도 이런 식이라면 정말로 이쿠하라 감독의 사고는 90년대에 정체되어 있다고 할 수밖에 없겠죠.


위쪽에서 이미 제가 이 작품에 대해서 비판하고 싶은 건 모두 비판했으니 이제 좋았던 점을 적으면 되겠군요. 

이 작품, 이런 점이 좋았다!

1. OST, 삽입곡 및 음악

작품을 감싸는 음악이 굉장히 환상적이었습니다. 토라도라로 뛰어난 OST를 보여주신 하시모토 유카리 님의 OST와 계속해서 바뀌는 엔딩곡, 그리고 생존전략 삽입곡 "Rock Over Japan"은 굉장한 인기를 끌었죠.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이 곡입니다. 



2. 미려한 캐릭터디자인

【소녀요괴 자쿠로】로 유명한 호시노 리리 씨의 캐릭터 원안을 니시이 테루미 씨가 정말 미려하게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으로 완성시켜 주셨습니다. 이쿠하라 쿠니히코 씨와는 우테나 동인지로 인연을 맺은 니시이 테루미 씨가 보여준 캐릭터 디자인이 개인적으로 호시노 리리 씨 원안 특유의 순정만화 느낌도 살고 참 좋았습니다. 

크리스탈의 공주님이 너무 좋았습니다. 옙(...)

3. 기발한 연출

이쿠하라 감독만이 상상할 수 있는 연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주인공 이외의 사람을 픽토그램으로 표현한다든지, 회상신을 시작할 때 지하철을 떠오르게 하는 연출을 사용함으로서 이 작품의 소재 중 하나인 '전철'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했습니다. 주인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펭귄이 계속해서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끊는다는 지적과 과도한 연극적 연출이 거슬린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후반부에 가면서 그런 단점들은 많이 줄이고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을 모두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6개월동안 이 작품을 보면서 감탄도 했고, 실망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망을 더 많이 했습니다. 아마 우테나만 없었어도 이 정도로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테나가 없었으면 관심도 없었을 수도 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감독님의 차기작이 보고 싶습니다. 이 감독님만큼 개성있는 감독님도 없잖아요? 하지만 아마 다시 10년동안 잠적하시겠죠. 그러면 나는 10년동안 애니메이션을 봐야 한다는 거잖아? 볼 수 있을까?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신 스태프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6개월동안 여러가지로 즐거웠습니다. 이런 개성있는 작품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발전되고 개선되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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