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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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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기에 앞서서                                                                                                     

SAO00-1.jpg 본디 소드 아트 온라인(카와하라 레키 저)은 일본에선 제법 신박한 VR RPG를 소재로 한 라이트노벨이다.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액셀 월드》와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기도 한 이 작품은, 한 미치광이 천재 과학자의 농간으로 목숨을 건 VR 게임을 벌이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한 소년의 시점에서 그려내어 국내에 통용되는 흔한 겜판소와는 달리 상당히 시리어스하고 나름대로의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드러내었다. 단, 1~2권 이후의 이야기는 소드 아트 온라인이 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리뷰를 쓰는 본인은 1권의 에필로그를 완결로 여기고 리뷰를 작성하고자 한다. 요컨대 작품의 세계관을 소드 아트 온라인 내에만 한정짓겠다는 의미이다.

 



 

 

 

 

 

 

 

박한 겜판소, 애니화 되다                                                                                          

첫 출간 당시부터 이전의 라이트노벨계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컨셉의 소드 아트 온라인. 정통 판타지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모에모에모에한 학원물도 아니니 상당히 신선한 소재를 무기로 뭇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당긴 소드 아트 온라인은 액셀 월드와 더불어서 한 작가 작품 동시 애니화 결정이라는 쾌거를 이룩한다. 액셀 월드는 12년 1분기, 소드 아트 온라인은 12년 2분기 방영을 목표로 하였고, 드디어 소드 아트 온라인(이하 SAO)도 애니메이션이 되어서 오덕들에게 공개되었다.

 

소설 출간 당시에도 제법 이목을 끌었으며, 섹스어필과 모에코드로만 무장한 불쏘시개들 사이에서 모에死하기 직전에 놓인 독자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되었던 SAO. 1권 말미의 히스클리프와 키리토의 대화와 부유성 아인크라드의 종말을 묘사한 장면은 아직까지도 읽는 이로 하여금 진정한 환상향과 목숨을 건 실험 같은 공존하기 힘든 요소들을 가지고 이래저래 머리를 싸매게 만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히스클리프를 멋진 남자 취급을 하는 건 곤란할 것이다. 작품을 읽어나갈수록 막간에 히스클리프가 점점 더 멋있어 보이는 묘사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어쩌면 히스클리프의 본질(만여 명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친 희대의 개새X)을 가리기 위한 작가의 트릭이 아닐까.

 

 

 

 

 

 

뚜껑을 열어보자                                                                                                       

 

먼저 방영되었던 액셀 월드가 2% 부족한 연출, 메인 헤로인 흑설공주의 미스 캐스팅 등을 이유로 망했어요 급의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오덕들이 SAO에 건 기대는 상당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첫 선을 보인 SAO 1화는 하나의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또한 하나의 영상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액셀 월드 또한 1화 방영 당시엔 상당히 호평을 받았기에 SAO라고 2화 이후 질적 저하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렇다면 SAO 애니메이션 1화를 여러 방면에서 평가를 내려보자.

 

 

 

 

 

 

분위기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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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의 주 무대, 부유성 아인크라드>

 

무엇보다도 칭찬을 해주고 싶은 부분은 다름이 아닌 VR 게임다운 효과일 것이다. 무슨 소리냐 하니, 어디까지나 게임에 불과한 SAO. 즉 시청자로 하여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은 판타지 세계가 아닌 판타지 무대의 게임 속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주인공 키리토와 히스클리프가 생각하는 바와는 정 반대이지만, 시청자가 키리토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아예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은 이것이 게임이라는 점을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액셀 월드 또한 흑설공주의 목소리와 듀얼 아바타의 전투씬이 형편없다고 욕을 할 지언정, 게임 인터페이스 윈도우의 연출 하나는 일품이라고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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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결과 윈도우. 꽤나 심플하다.>

 

바로 이런 식으로. 시스템 윈도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또한 제법 훌륭하였다. 이는 적절한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서 보다 게임스러움을 강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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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O 유저들의 폭력성을 실험해보기 위해 로그아웃 버튼을 없애보겠습니다>

 

게임다운 가벼우면서 흥이 나는 분위기. 그리고 패닉에 빠진 유저들의 모습 또한 그 분위기가 스크린 너머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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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넷카마 신상털기>

 

또한 중간중간의 적절한 개그묘사도 잊지 않는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장면을 소설로 접하며 이런 커플들이 어딘가엔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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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등장>

 

갑자기 붉게 물든 하늘, 마치 피가 쏟아지는 것만 같았던 GM 아바타의 등장 애니메이션은 여성 캐릭터들의 공포에 떠는 모습과 더불어서 상당한 인상을 남기고 긴장을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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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브 기어로 사망한 사람의 유족>

 

개인적으로 꼽는 1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이 장면만큼 히스클리프가 저지른 미친 짓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이며, 그가 정말 천 번 죽어 마땅한 개쌍놈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 없을 것이다. 특히나 그런 소녀의 울음을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보면서도 무뚝뚝하게 자기 할 말을 하는 히스클리프의 모습을 통해서 그런 개쌍놈 포스는 더욱 더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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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X키리토 ANG?>

 

부유성 아인크라드, 그 1층의 전경. 탑의 중심을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과 저물어가는 태양. 그리고 두 개의 달이 문자 그대로 판타지스러운 광경을 훌륭하게 묘사하였다. SAO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판타지스러움과 게임스러움을 적절히 조율하여 그 균형을 잘 잡고, 곧 쌈빡한 영상 퀄리티를 일구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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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윈도우 조작 장면>

 

마치 데드스페이스처럼, 유저 인터페이스는 우리가 하는 컴퓨터게임과는 달리 플레이어의 시야에 홀로그램처럼 등장한다. 단출하면서도 카메라 시점에 따라 적절히 회전하는 모습 또한 상당히 부드럽기에 보다 더 실감이 나게 된다. 여담으로 액셀 월드의 브레인 버스트는 다소 요란하고 화려한 느낌을 주는 반면에 SAO의 인터페이스는 단출하면서 깔끔한 느낌을 자아낸다. 20년 세월차이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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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토 시점>

 

순간적으로 키리토의 1인칭 시점에서 클라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나 회전하는 키리토의 시야에 따라 움직이는 UI들의 연출은 매우 훌륭하다. 제작사에서 보다 실감나는 게임 분위기 묘사를 위해서 상당히 노력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번 화 내에서 가장 영상미가 훌륭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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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마지막 장면이다. 달려드는 늑대를 일섬으로 가르고, 잠시 정지된 화상이 회전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일품. 1화에서 가장 많이 공을 들인 장면일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시작된 이련 연출 기법은 단박에 매우 훌륭한 영상미를 자아내는 반칙과도 같은 기술이다.

 

 

 

 

 

 

마치며                                                                                                                      

 

확실히 SAO 1화는 훌륭했다. 이 리뷰에선 어디까지나 비주얼적 요소만을 다루었지만, 사운드 부문도 분위기에 걸맞는 적절한 BGM과 성우들의 걸출한 연기를 바탕으로 상당히 흡입력 강한 작품을 완성하였다. 그야말로 이대로의 퀄리티만 계속 유지해준다면 명작까진 아니더라도 수작급은 충분히 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원작 자체도 상당히 임팩트가 강했던 물건이니만큼, 애니화가 되어서도 그 박력과 진지한 분위기만큼은 그대로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 오래간만에 길다란 글을 쓰려고 하니 계획했던 것보다 상당히 끔찍한 퀄리티의 리뷰가 나와버렸음. 솔직히 이런 걸 올려도 될런진 모르겠지만 받아라 똥 발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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