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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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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흔히들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청소년들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과 고민이 오가게 됩니다. 몇몇 고민은 으레 "그래, 나도 그런 고민을 한 적 있었지." 하고 무릎을 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가끔씩 굉장히 특별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의 그러한 바람과 정서가 작품 전반에 걸쳐서 복잡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엉켜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시무라 타카코 님의 다른 작품 「푸른 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작품 소개


《STAFF》


◆원작 : 시무라 타카코(志村貴子)


◆감독 : 아오키 에이(あおきえい)


◆시리즈 구성 : 오카다 마리(岡田麿里)


◆캐릭터 디자인 및 총작화감독 : 마키노 류이치(牧野竜一)


◆음악 : MONACA의 코우사키 사토루(神前暁), 

오카베 케이이치(岡部啓一), 

호아시 케이고(帆足圭吾)


◆음향감독 : 아케타가와 진(明田川仁)


◆애니메이션 제작 : AIC Classic


《STORY》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아이 니토리 슈이치와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아이 타카츠키 요시노를 중심으로 그들의 소망과 이로 인한 좌절을 그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방랑 (放浪) 

[명사]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님.



나의 줄리엣이라는 이름은, 너에게 어울려


여자가 되고 싶었던 남자. 남자가 되고 싶었던 여자. 친구를 연적으로 돌리고 냉정한 말투로 무시하는 여자. 소년과 소녀들은 자신의 소망, 직면한 현실, 이 둘을 가르는 거대한 틈, 커다란 한계, 그리고 좌절 사이에서 끝없이 방랑합니다. 변성기와 여드름, 커져버린 키라는 신체적 한계는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으며, 고정관념이라는 사회적 한계는 혼자서 바꾸기에는 너무 힘듭니다.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방랑합니다. 니토리 슈이치뿐만 아니라 타카츠키 요시노도, 치바 사오리도 이 사이에서 방랑합니다. 결국 그들은 모두 마지막 화에서 고민해 왔던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내립니다. 그 답이 무엇인지는 작품을 보신다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소망은 전혀 다른 현실로 나타납니다. 

등장인물들은 그 괴리감을 가지고 서로 대립합니다. 


본 작품은 시무라 타카코 님의 또다른 작품인 「푸른 꽃」과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복잡미묘한 정념과 그 틈새에 자리잡은 성정체성의 혼란, 극을 이용한 심리 대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유리조각같은 관계까지 모두 시무라 타카코 님 특유의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한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타 작품과 차별화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명에게라도 감정의 초점을 맞추고 볼 수 있다면, 가슴을 졸이며, 공감하며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부드러운 수채화 톤의 작화와 작은 돌 하나를 연못에 살짝 던진 듯 잔잔한 음악은 시무라 타카코 님 특유의 느낌을 더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오리라는 캐릭터가 가장 좋았습니다. 



실패한 애니메이션화


하지만 장점만 있는 애니메이션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패착의 요인은 역시나 초등학교 때의 에피소드가 전부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모두 4권 분량의 초등학교 에피소드는 작중 몇몇 인물들에게 개연성을 부여하고, 좀 더 감정이입을 쉽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서 작품의 토대를 쌓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과거를 회상과 독백, 암시 정도로만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몇몇 캐릭터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대의 피해자는 마호라고 생각합니다. 마호의 행동은 원작을 읽지 않으면 그저 츤데레 시스콘으로 보일 뿐이지만, 원작을 읽는다면 이 행동이 슈이치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시작되었고, 그 때문에 모델 일을 시작하였으며, 자기 옷을 입으면 너무 예쁜 슈이치를 질투하고 화를 내면서도 내심 아끼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각본의 각색과 추가, 보강이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스에히로 안나와 사귀는 부분은 상당히 뜬금없었으며, 니토리가 갑자기 학교에 여학생용 교복을 입고 가는 장면도 크게 심사숙고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오프닝 곡은 좋았으나, 오프닝 영상이 의미하는 바는 개인적으로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수채화 톤의 배경작화를 자랑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이러한 점은 「푸른 꽃」의 환상적인 애니메이션화와 비교해 봤을 때 참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작(만화)에 비해 심리묘사가 힘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와 

독백을 싫어해서 상황과 대사만을 주로 사용하는 아오키 에이 감독의 특성이 

서로 맞물려서 나타난 부작용 아닐까요?

섬세한 표정변화가 더 있어줬다면…….



명작이 될 수 있었던 작품에 대한 아쉬움


괜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말 명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가 두 작품을 비교하고, 원작을 비교하면서 애니메이션화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포텐셜이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고, 말로는 하기 힘든 무언가(매력일 수도 있겠습니다)를 가진 작품입니다. '여장'이라는 요소에 거부감을 가지지 마시고, 한 번 시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춘기 시절 이성에 대한 고민,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있다면 아마 정말 괜찮은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오리가 웃는 장면으로 이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사오리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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