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소년 :: 사춘기 속에 방황하고 성장하는 소년소녀들.
2012.08.12 23:01
개요
흔히들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청소년들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과 고민이 오가게 됩니다. 몇몇 고민은 으레 "그래, 나도 그런 고민을 한 적 있었지." 하고 무릎을 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가끔씩 굉장히 특별한 고민을 하는 청소년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의 그러한 바람과 정서가 작품 전반에 걸쳐서 복잡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엉켜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시무라 타카코 님의 다른 작품 「푸른 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작품 소개
《STAFF》
◆원작 : 시무라 타카코(志村貴子)
◆감독 : 아오키 에이(あおきえい)
◆시리즈 구성 : 오카다 마리(岡田麿里)
◆캐릭터 디자인 및 총작화감독 : 마키노 류이치(牧野竜一)
◆음악 : MONACA의 코우사키 사토루(神前暁),
오카베 케이이치(岡部啓一),
호아시 케이고(帆足圭吾)
◆음향감독 : 아케타가와 진(明田川仁)
◆애니메이션 제작 : AIC Classic
《STORY》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아이 니토리 슈이치와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아이 타카츠키 요시노를 중심으로 그들의 소망과 이로 인한 좌절을 그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방랑 (放浪)
[명사]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님.
나의 줄리엣이라는 이름은, 너에게 어울려
여자가 되고 싶었던 남자. 남자가 되고 싶었던 여자. 친구를 연적으로 돌리고 냉정한 말투로 무시하는 여자. 소년과 소녀들은 자신의 소망, 직면한 현실, 이 둘을 가르는 거대한 틈, 커다란 한계, 그리고 좌절 사이에서 끝없이 방랑합니다. 변성기와 여드름, 커져버린 키라는 신체적 한계는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으며, 고정관념이라는 사회적 한계는 혼자서 바꾸기에는 너무 힘듭니다.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방랑합니다. 니토리 슈이치뿐만 아니라 타카츠키 요시노도, 치바 사오리도 이 사이에서 방랑합니다. 결국 그들은 모두 마지막 화에서 고민해 왔던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내립니다. 그 답이 무엇인지는 작품을 보신다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소망은 전혀 다른 현실로 나타납니다.
등장인물들은 그 괴리감을 가지고 서로 대립합니다.
본 작품은 시무라 타카코 님의 또다른 작품인 「푸른 꽃」과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복잡미묘한 정념과 그 틈새에 자리잡은 성정체성의 혼란, 극을 이용한 심리 대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유리조각같은 관계까지 모두 시무라 타카코 님 특유의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한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타 작품과 차별화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명에게라도 감정의 초점을 맞추고 볼 수 있다면, 가슴을 졸이며, 공감하며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부드러운 수채화 톤의 작화와 작은 돌 하나를 연못에 살짝 던진 듯 잔잔한 음악은 시무라 타카코 님 특유의 느낌을 더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오리라는 캐릭터가 가장 좋았습니다.
실패한 애니메이션화
하지만 장점만 있는 애니메이션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패착의 요인은 역시나 초등학교 때의 에피소드가 전부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모두 4권 분량의 초등학교 에피소드는 작중 몇몇 인물들에게 개연성을 부여하고, 좀 더 감정이입을 쉽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서 작품의 토대를 쌓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과거를 회상과 독백, 암시 정도로만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몇몇 캐릭터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대의 피해자는 마호라고 생각합니다. 마호의 행동은 원작을 읽지 않으면 그저 츤데레 시스콘으로 보일 뿐이지만, 원작을 읽는다면 이 행동이 슈이치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시작되었고, 그 때문에 모델 일을 시작하였으며, 자기 옷을 입으면 너무 예쁜 슈이치를 질투하고 화를 내면서도 내심 아끼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각본의 각색과 추가, 보강이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스에히로 안나와 사귀는 부분은 상당히 뜬금없었으며, 니토리가 갑자기 학교에 여학생용 교복을 입고 가는 장면도 크게 심사숙고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오프닝 곡은 좋았으나, 오프닝 영상이 의미하는 바는 개인적으로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수채화 톤의 배경작화를 자랑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이러한 점은 「푸른 꽃」의 환상적인 애니메이션화와 비교해 봤을 때 참 아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작(만화)에 비해 심리묘사가 힘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와
독백을 싫어해서 상황과 대사만을 주로 사용하는 아오키 에이 감독의 특성이
서로 맞물려서 나타난 부작용 아닐까요?
섬세한 표정변화가 더 있어줬다면…….
명작이 될 수 있었던 작품에 대한 아쉬움
괜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말 명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가 두 작품을 비교하고, 원작을 비교하면서 애니메이션화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포텐셜이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고, 말로는 하기 힘든 무언가(매력일 수도 있겠습니다)를 가진 작품입니다. '여장'이라는 요소에 거부감을 가지지 마시고, 한 번 시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춘기 시절 이성에 대한 고민,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있다면 아마 정말 괜찮은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오리가 웃는 장면으로 이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사오리 귀여워요.
댓글 8
-
앱씨
2012.08.12 23:05
작화 좋아 -
쿠로누마사와코
2012.08.12 23:15
초등학교때 에피소드를 주로 삼았으면 존나 흥헀을텐데, 존아 아쉬움. 그래도 한번은 볼만한 작품 -
하이웨이
2012.08.12 23:38
여아용으로 푸른꽃도 있어요 -
사람사는곳
2012.08.13 00:14
'여장'이라는 요소에 거부감을 가지지 마시고, 한 번 시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뿜었습니다ㅋㅋ
생각하면 할수록 "애니화"라고 하는 작업은 요지경인것 같습니다.
스토리,연출,캐릭터,작화 전 영역에 걸쳐 복잡다양한 결과가 나오니까요.
단 대부분의 경향이 "애니가 원작에 못미친다"라는 쪽으로 몰아가는게 안타깝기는 합니다.
타매체에 비해 예술적 역량이 그만큼 애니매체가 열세에 몰린게 아닌가 합니다.
이 부분이 또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는데
게임,만화,소설 등의 매체는 감상의 속도(인지 및 감동의 속도)를
독자가 직접 결정해서 이끌어 갑니다.
즉 작품을 읽고 있는 동안의 독자는 작가의 서술을 머리속에서 재서술하는 일종의 필기구의 역할을 수행하죠.
그래서... 작가의 작품세계관을 자기것으로 동화시키는것이 수월합니다. 감상방법 자체가 그러니까요.
현실적인 측면에서 작품에 몰입하고 거기서 많은 정보량을 얻는게 가능합니다.
그런데... 애니는 독자가 작품을 머리에서 재생시키는 속도와 작품의 실제 재생타임이 어긋납니다.
TVA 20여분 간의 본편 한화 가 물리적으로 정해져 있죠. 이걸 몇번 반복 시청했다고 해도 무의미 합니다.
영상의 흐름,연출,전개,호흡 이 모든 부분에 있어 독자의 개별 감상과는 동떨어저 있죠.
아니, 동떨어져 있다기 보단 처음 부터 영상안에 완성품인 상태로 포장되 있다는게 맞겠죠.
결국 상대적인 의미에서 얻는 정보량이 한정됩니다.
그래서 ------ 원작매체를 먼저 접한 독자는 애니화된 작품에 필연적으로
정보량의 Volume, Variety, 그리고 Value 에 괴리감과 상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아이러니 하게도 원작재현에 충실한 작품일수록 극명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좀더 발전적인 경향으로는 원작의 어느 포인트를 잡고 그걸 심화시키는 것인데
이게 잘된 작품일수록 애니화가 잘됬다라고 느낄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독자로 하여금 원작과 애니를 이원화 해서 사유할수 있게끔 해주는거죠.
요즘의 애니화 타이틀의 범람은 이 부분에 약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매체로서 인지되는게 아니라 원작에 종속된, 단지 동영상버전을 원하게 되는거죠.
그러면 필연적으로 위에 언급한 부족함이 나오고 그 부족감을 해결하기 위해
애니시청자들은 원작으로 몰리고 이는 원작판권자의 매상으로 이어집니다.
구조적으로 의도된(원작판권자가 애니제작비의 스폰서이기도 하니까) 폐해이기도 하고
직설적으로 애니제작자들의 역량고갈에서 오는 자연적인 역학관계이기도 합니다.
근데 보는 애니마다 이러니 -_-; -
브라질
2012.08.13 06:22
이거 방영중일때 배경보니까 이뻐서 보려곤 했었는데 소재가 별로 맘에 안들어서 안봤었는데...
난 남자만 고민하는건줄 알았는데 여자애도 그런다니까 봐야겠군 -
미믹
2012.08.15 23:16
방영 때 3화인가 보다 말았음 언젠가 봐야지 -
청록야광봉
2012.08.22 01:46
난 고민해 본 적 있는뎁 -
그냥헤비
2012.09.20 20:05
으아..
어쩐지 앞부분이 날라간 느낌이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