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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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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 트릭'. 

일부러 독자가 잘못 알아듣도록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무대나 인물의 속성을 오인하게 만들고, 최종적으로 마지막 몇 줄로 모든 걸 밝히는 텍스트 트릭, 그리고 이어지는, 마치 지금까지 인지했던 소설 속 세계가 붕괴하는 듯한 느낌. 


미스터리 소설에서 작가가 선사하는 트릭과 독자의 정정당당한 싸움을 원하고, 공정성을 중시하는 독자들에게 이만큼 반칙처럼 느껴지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느끼는 독자들이 꽤 많을 테니,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나 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이 무슨 평을 받았는지 대충 느껴진다. 실제로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나왔을 때, 이렇게 텍스트를 통해 독자를 속이는 건 반칙이라고 외친 사람이 있다고 하니……. 그럼에도 이 '서술 트릭'이라는 게 지금까지 존속되어 온 이유는, 본인을 포함하여, 이러한 반칙에 매력을 느끼는 독자도 적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일례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서술 트릭'에 독자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듣지 않는 한, 또는 작가가 어설프게 서술 트릭을 쓰지 않는 한, 아무리 촉각을 곤두세워도 자연스레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작품이 '서술 트릭'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렇기에 아마 본인이 "이 작품은 서술 트릭을 썼다!"고 말해도, 네타는 아니 될 것이다. 다른 서술 트릭 작품은 어떨 지 몰라도,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이렇게 밝혀도 속아넘어갈 테니까. 


그렇다면 이 '서술 트릭'이 매력적으로 사용되는 때는 언제일까? '서술 트릭'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그저 속아넘어가서 작가에게 기분 나쁘다는 느낌보다, 충격과 전율을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본작의 작가인 아비코 다케마루가 '서술 트릭 시론'에 쓴 말을 인용하자면


그러한 '속임수'와 작품의 테마가 일치했을 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걸작이 태어난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대단하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만큼 대단하다. 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바는 이 작품을 읽어보고, 이 작품에 속아넘어가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된 무언가는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외에도 사회의 병폐를 고발하는 내용, 소름끼칠 정도로 상세한 연쇄 살인범의 심리를 통해 강렬한 반전과는 또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와 함께 1세대 본격 미스터리의 주자라고 불리우는 만큼, 이야기의 끝까지 달려가는 과정, 거기서고조되어 가는 긴장감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미스터리 팬이라면 꼭 한 번 추천해보고 싶은 작품 중 하나이다. 



다만, 19세라고 지정된 만큼 잔혹하고 현장감 넘치는 시체훼손 묘사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쪽에 내성이 약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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