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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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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노인정에서 글 적을 일이 없었는데 몇일전에 재미있는 트윗이 보여서 쓴다.


흔한 트위터의 지나가는 마마마 신자의 트윗

케이온의 107명 신화는 그만큼 작품이 휘발성이 강했다는 증거다. 2기가 종영하고 극장판의 국내 개봉까지 2년 반이라는 기간은 팬들에게 있어 작품의 텅텅빈 내면의 실상을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단물이 빠졌다곤 하나 작품이 진정 명작이라면 그 향기를 다시 맡으러 극장에 찾아오기 마련인데 케이온은 그게 없었다. 더구나 작품에 대한 충성도가 차원이 다른 이 바닥에서, 과거의 그렇게 인기를 끌었는데도 케이온은 결국 찬밥 신세였다. 결론은, 대중은 결국엔 명작과 망작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재개봉하는 마마마가 아무리 볼 사람 다 봤다지만 케이온과 같은 행보를 걸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https://twitter.com/silunicis/status/354991595629723648
https://twitter.com/silunicis/status/354991603150098432
https://twitter.com/silunicis/status/354991609567395840




일단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쿄애니빠도 아니고 신의애니케이온 같은 종교인도 아니다.
작품에 그런식으로 과다하게 감정이입하는 부류의 인간도 아님.

얘가 결국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하는 거냐면, 케이온 극장판 국내에 개봉해서 망했고 마마마는 성공할거다.
결국 전자는 망작이고, 후자는 명작이지.

일단 얘는 전제조건부터 잘못 깔고 들어가는데, 케이온이 국내 개봉해서 망했다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음, 이건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판단기준에 따라서 좀 애매한 부분이라..
일단 양보해서 망했다고 해주자. 그럼 케이온 극장판이 망한게 단순히 망작이라설까?
케이온 극장판에 다소 실망한 나로선 완전히 아니라곤 못하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전적으로 동의하기도 힘들다.
케이온 극장판의 실패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거든.

1. 케이온 실패의 원인은 스크린의 장점을 극대화 할수없는 장르적 특성
2. 수입/배급사의 무성의한 서비스.
3. 개봉후 1년이 넘은 구작. 불법영상으로 인한 피해.
4. 소규모 개봉형태에서 성공/실패를 논하는게 무의미. 애초에 투자한게 없으니까.





이야기 나온김에 한국에서 극장가 스크린의 배급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줄께.
투자 형태는 크게 3가지.

1. 돈 놓고 돈 먹기형
전형적인 블록버스터다. 대중들의 기대감이 있고, 배급사에 돈이 많을때.최소 스크린 500개 이상 무조건 들고간다. 과거에는 헐리우드가 이 짓을 했지만, 요즘은 한국영화가 이 짓을 한다. 감시자들 스크린수가 몇개? 800개. 배급사가 돈이 많으면 스크린을 독점할수 있음. 독점하면 뭐가 좋냐고. 말그대로 영화관 가면 영화볼게 그거 밖에 없단 이야기임. 너 보고 나도보고 윗집도 보고 아랫집도 보고. 내 친구도 보고 사돈의 팔촌도 보고. 결과적으로 스크린을 왕창먹고 관객들을 긁어모으는 형태인데, 투자한게 많기 때문에 물론 영화가 망이라서 실패하면 끝장이다. 대표적인게 CJ가 존나 투자했다가 망한 7광구. 대신 그만큼 대박칠 가능성도 높다. 7번방이 천만을 넘은건 배급사의 힘이지.

2. 그냥 일반적인 규모의 투자
적게는 100개. 많게는 400개도 잡는데 케바케.
대중들 기대감 약간 있고, 박스오피스에서 뭔가 될것 같다. 그럼 한 300개 잡는 거고.

3. '안전제일주의'형
이 형태는 '우리는 망할땐 망하더라도 손해를 가장 최소화 시켜서 망하겠음'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흥행하는게 목표가 아니고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게 목표. 따라서 홍보도 없고 스크린도 적다.

안전제일주의 형태 개봉에 해당하는 몇몇 조건들이 있다.
1. 현지에서 개봉한지 너무 오래되서 이미 불법영상들이 돌아다닐 정도의 구작이다.
2. 백보 양보해도 대중들의 기대감이 없다. 그전에 작품을 모른다.
3. 스크린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참고로 재패니메이션은 슬프게도 이 3가지 조건 모두에 해당한다.
1. 모종의 이유로 현지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수 없고, 불법영상이 판을 침.
2. 보는 놈만 본다는 심야 재패니메이션.
3. 배급사가 힘이 없어서 대규모 배급사에게 밟힌다.

결과적으로 재패니메이션 주로 손대는 얼리버드라던가, 씨너스라던가 이런 애들은 애초에 자기네들 수입작품이 박스오피스에서 흥하지 못할거라는 걸 자기네들이 잘안다. 따라서 홍보도 최소화 스크린수도 최소화하는 전략을 선택하는거지.

간간히 트위터로 "그럼 얘들은 무슨 배짱으로 수입하나요? 망해야 되는거 아님?" 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는데, 그건 솔직히 나도 정확히 모른다. 업계인이 아니라서. 2차 판권을 노리는 걸수도 있고, 단순히 한국에 애니를 들여오겠다는 열정일수도 있고. 정말로 아랍에 유전이 있을수도 있고 (...)


글이 이해가 잘 안되는 아해들을 위해 친절하게 예를 들어 설명한다.
심리테스트 중에 이런게 있지.
"내 양손 어디 하나에 빨간 구슬이 있다. 어디 있는지 맞추면 10만원을 줄께. 대신 만약 틀리면 땡전한푼도 못받음.
다만, 도전 안하면 내가 5천원 줄께. 어떡할래?"

1번 형태 돈먹고 돈먹기 하는 애들은 뜬금없이 X레이 들고와가지고 손 한번 찍어보자는 애들이다. X레이 찍어보고 구슬이 어디있는지 맞춘 다음 10만원 받는거지. 맞추는 건 확실한데 X레이 대여료를 생각해야지. 그것마저도 돈 없으면 못 빌리고.
2번 형태 일반적인 배급형태는 말 그대로 감에 맡기는 거다. 포기하자니 5천원으로 성이 안차고, 도전하자니 왠지 애매한 그런 거. 그래도 얘들은 일단 내기를 한다. 물론 성공할 확률도 실패할 확률도 반반.
3번 형태 안전제일주의 배급형은 말 그대로 뒤도 안돌아보고 '저 그냥 5천원 받고 안할래요'라고 외치는 놈들이다. 자기는 뭔짓을 해도 못맞출거라는 걸 자기자신이 잘 알거든.









뭔가 잡설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케이온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보자
총 스크린수 9개에 누적 관객수 2,023명 평균 좌석점유율 14% (좌석점유율이 100%였던 시사회 제외)

일단 스크린 9개면 사실상 투자를 거의 안했다고 보는 게 맞다. 막말로 되면 되고 말면 말고 수준. 우리는 박스오피스에서 어느정도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때 내가 생각하는 최소 마지노선은 스크린수 40개다. 스크린 수 9개로 뭔가를 해보겠다는게 말이 안되는거지. 그런데 9개 스크린 치고 2,023명이란 누적관객수는 꽤 많은 숫자에 들어가는 편. 물론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 전체 누적관객수들과 비교하면 충분히 하위권이지만 스크린수 대비 상대적으로 많이 모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걸 잘 대변해주는 게 평균 좌석점유율인데 보통 15% 근처를 기록하면 흥행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에 관심이 있던 사람은 그럭저럭 봤다는 수준의 수치다. 그럼 케이온은 성공한거임? 스크린수와 좌석점유율을 고려하면 나는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 여기서 '나름'을 붙인건 대박도 아니고 그냥 1인분 했다는 거임. 1년 넘은 구작을 들고와가지고 이 정도 했다는 게 기특했다는 정도.

왠지 잘 모르겠다고? 그러면 최근에 막 스크린을 내린 헌터X헌터를 보자 47개 스크린에 누적관객수 3천이다. 스크린은 5배 많은데 고작 천명 더 왔다. 내가 보기에 흥행과 실패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이렇게 두 작품을 놓고보면 케이온은 '상대적으로' 흥했고, '헌터X헌터'는 '상대적으로' 망했다. 투자는 더했는데 성과가 없다면 그게 상대적으로 망한거지.







그럼 이번 7월에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마마마를 볼까.
이번에 마마마 극장판 수입/배급은 애니플러스와 미디어데이가 맡고 있다. 재패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애니플러스가 영등위에 제대로 심의받고 개봉하는 처녀작이지. 물론 예전에도 페제 선행 상영회라던가, 마마마 시사회 같은 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관형식이라서 정식 개봉 형태가 아니었으니까. 배급사 미디어데이도 늑대아이를 비롯해서 재패니메이션 작품을 제법 많이 중소규모의 배급사인데, 사실 영화 개봉의 진행의 실질적인 부분은 애니플러스가 도맡아서 하고 있음. 수입사가 배급사의 할일을 이렇게 직접 나서서 하는 경우는 참 드문데,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럼 애니플러스는 과연 어떤 배급형태를 취하고 있을까. 볼거도 없이 3번형태 안전제일주의 형이다.
다른 수입/배급사들과 마찬가지로 스크린수 적고, 홍보 규모가 적고, 철저히 본전을 노리는 방식.
다만, 몇가지 애니플러스는 타 수입/배급사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 기존 덕후들에게 쌓아온 이미지와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을 통해서 손쉽게 홍보하고 손쉽게 고객을 끌어모을수 있단 점이다. 애니플러스가 왜 굳이 사람 번거롭게 자기네들 홈페이지에서 관람권 구매하라 뭐해라 하는 이유가 다른게 있는게 아님. 자기네들 플랫폼을 통해서 모아야 쉽게 관객들을 모을수 있으니까. 애니플러스는 대규모 플랫폼을 활용할줄 아는 기업이다. 무작정 수입해서 그냥 배째라 식으로 배급하는게 아니라, 철저하게 수요를 조사한다음, 정확하게 수지타산을 계산해서 개봉하는 형태지. 어찌보면 가장 안전제일주의 배급 형태의 완성형태라고 보고있다. 그래서 애니플러스는 사실상 실패할 확률이 지극히 낮아. 애시당초 실패할수가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수요에 맞춰서 거기에 맞게 계산해서 개봉하니까. 그리고 자기네들 플랫폼을 활용하면 홍보 자체는 오히려 어설프게 비싼돈 주고 효과없는 네이버 배너보다 확실하게 먹히고 말이지.

얼핏 보기에 완벽해보이는데 단점은 없냐고. 실패를 안한다는 건 뒤집어 이야기하면 '크게' 성공도 못한다는 이야기다. 대박이라는 게 있을수 없겠지. 수요조사를 거쳐서 그 수치에 들어맞는 규모로 개봉하니까. 결과적으로 얘들이 계산한 수치 이상으로 성공하는 게 안된다는 이야기. 손익분기점에 정확하게 걸리게 수익을 걷어들이는 작품을 대박작품이라고는 안하잖아?





마마마가 이번에 대규모로 개봉한다고 아주 애니플러스가 일을 크게 벌이는 것 같이 보이지?
실제로는 작년에 마마마 극장판 선행상영회때 좌석 나간수 보고 올해 다시 개봉하면 이정도 수치가 오겠다는 걸 가늠하고 잡은거다.
실례로 마마마 극장판 누적관객수는 모든 좌석이 매진되었다고 가정해도 약 4천명 정도.

합정:432/노원:472/영등포:468/가산:264/에비뉴엘:540
인천:436/대전:204/대구:456/부산:452/광주:264

누적관객수 : 3988명

마마마 한계 누적관객수가 왜 저거밖에 안되냐고?
1. 전후편 묶어서 상영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번밖에 안됨.
2. 하루에 한번해주는 주제에 관은 더럽게 작음.
3. TVA 재탕, 수요가 한정적이라 애니플러스 입장에서도 대규모로 할 생각 없으니까.

이야기를 반복하자면 마마마는 사실상 철저히 예측된 규모의 성공만을 노린다는 거다. 포커로 따지면 패가 안좋은데 판돈 올려서 허풍치는 그런 애들이 아니라 바로 그 판 접고, 철저히 자기 패가 좋을때만 거는 애들이지. 페제 선행상영회나 마마마 극장판 선행상영회와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같지만, 굳이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대규모라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만큼 흥했을때 이득이 약간 커졌다는 정도.

아까 애니플러스 같은 안전제일주의는 절대 실패안한다고 했잖아? 실패를 안한다고는 안했다. 실패할 확률이 작다고 했지. 예를 들어 사전예매까지 했는데 정말로 극장이 텅텅 비었을 경우가 마마마가 망한 시나리오다. 그런데 이때까지 애니플러스를 보면 그럴 확률은 적지. 모든 좌석을 다 매진 시켰을때가 대충 4천명 정도니. 애니플러스가 예상하는 흥행시나리오는 아마 3천 정도가 아닐까. 천명이나 적게온다고 아주 적어보이나. 좌석점유율로 따지면 75%다. 일반적인 스크린에서는 생각할수 없는 숫자다.





이야기가 길었는데, 뭐 결과적으로 내가 보기에 재패니메이션은 성공/실패를 논하기 참 애매한 장르다. 애초에 수요도 한정적인데다가, 배급사들이 박스오피스에서 뭔가 해보자는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지. 그런데 가끔가다 본인이 트위터에 영진위 자료 들이밀면서 이 작품 망했네요라는 식으로 늬앙스를 풍기는 작품들은 어떻게 설명할거냐고 묻는 애들도 있던데 이건 말 그대로 정말로 망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망했다는건 손익분기점도 못 회수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런 작품이 많음. 안전지향주의인데도 말이다. 

왜 이야기가 여기까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정리하면 케이온은 망했고, 마마마는 흥한다식의 논리는 한국스크린의 배급과정과 손익분기점이 형성되는 형태를 나는 전혀 모릅니다라는걸 셀프인증하는 꼴 밖에 안되니 손가락을 키보드에 올리기전에 한번더 생각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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