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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게임 블크에 대한 단상.

2013.08.22 11:09

갓마미갓루카 조회 수:362

원래 나의 최애챔은 럼블이었다.

작년 이맘때 쯤이었나. 7년가까이 한 마구마구를 거의 접고 입대 동기한테 롤을 배웠다. 처음 잡은 챔프는 라이즈

그런데 라이즈는 워낙 딜거리도 짧고 왕귀형이라 귀환할때까지 다른 팀원이 버텨줘야 해서 미안해서(...) 잘 안하게 되었다.

어느 날인가 동기 형이랑 외출나와서 게임을 하는데, 옆의 형이 럼블이 귀엽다면서 랭겜을 럼블로 하고 있더라.

그때 보고나서 나도 럼블이나 해볼까 하면서 럼블을 잡게 되었고, 꽤 오랜 시간 럼블로 플레이를 하게 되었다.


언젠가 1박 2일 외박을 나와서 같은 대대 사람들과 5인팟으로 일반게임을 돌렸는데 사람들이 전부 라이너를 잡고 싶어해서

내가 골론즈 1 친구랑 봇으로 내려갔다. 물론 골론저가 원딜이고. 나는 처음에 핑크게이를 잡고 게임을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다음판에 '한번 블츠를 해볼까?' 라고 하면서 친구한테 블츠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Q논타 나머지 CC라고만 설명하고 와드사서박아 설명끝.


픽 상성이 괜찮아서 골론즈 이 일베충새끼가 인베? 카면서 인베가자길래 뭔지도 모르고 쫄래쫄래 따라갔다

안보이는데 Q로 끌어보라고 하길래 야 이거 되냐 하면서 검은 틈사이로 빼꼼빼꼼 보이는 베인을 끌어서 퍼블!

그거 끌고 내 활약은 거의 끝나버렸지만, 그 날 내가 서폿으로 준 충격은 그 새벽 내내 모두를 웃겼다.

군대에 있던 21개월 동안 가장 재밌었던 기억은 아무래도 이 새벽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장난이 아니고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앉은자리에서 15판은 한듯.


제대 전후로 혼자서 롤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말게임에서 픽을 뺏기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나는 서폿 자리를 맡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정글은 어떻게 해서든 안하겠다고 살려달라고 했다)

럭스나 소나는 잡아본 적도 없고, 타릭이나 볼베는 한두번 해봤지만 아무래도 CC왕들은 서폿쓰기가 쉽지가 않아서...


결국 나는 블크를 픽할 수밖에 없었다. CC왕이긴 해도 광역스킬, 사거리 긴 스킬이 있어서 데쓰의 위협이 줄었다고나 할까.

뭐 물론 같이 하는 원딜의 실력에 따라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이런 블크는, 매드라이프 라는 프로게이머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내가 롤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드라이프가 잘해서, 나도 매드라이프처럼 서폿으로 캐리해야지 하는 기분으로 하는게 아니다


단지 그 챔프의 그랩이, 롤 초보인 내가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술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인형뽑기 급의 확률이지만, 뽑으면 원딜이 다 해줄테니까 하는 생각으로 끌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도 안되는 그랩을 성공시킬 경우 팀원들의 킬을 확실하게 먹여줄 수 있는 챔프이다

반대로 팀원들이 경기를 알아서 말아먹고 있는 경우 슈퍼트롤도 충분히 가능한 챔프이기도 하고.

바로 Q짤의 양면성이 여기서 빛나게 되는 것이다


본디 Q를 던짐으로서 CC기 충만한 블크가 상대를 홀드시키기 위한 기술이긴 하지만,

서폿하다가 혼자 남겨진 블크는 그 때부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무조건 째서 다른 팀원이 있는 곳으로 가던가, 

상대와 어떻게든 맞서 죽던가.

그리고 사실 블크의 진가는 바로 두 번째를 선택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흔히들 데스그랩 이라고 부르는 형태 중 하나로서, 자기가 홀로남거나 잘큰상대챔프를 끌어오는 것을 의미하지만,

어차피 팀원들이 게임을 던진 상황에서 혼자 분전해봐야 이미 넘어간 승기를 가져올 수는 없으며

게다가 팀원들이 서렌도 안치고 버티는 상황에서 이왕 던지는거 슈퍼트롤 한번 하자 싶은 거니까.

서폿이 진정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된 셈이다. 


랭겜을 하다 연패에 질려버렸다면, 매번 다른 멤버 같은 트롤에 지쳐버렸다면,

블크를 픽해 29와딩을 시도해보자.

그리고 원딜이 짤려 혼자 남으면

풀숲으로 들어가든, 포탑을 부수고 밀며 들어오든 끌어보자. 

팀원들의 '뭐임?' 을 이끌어내보자.


보아라, 이것이 서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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