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합격 자축 + 수기추가 + 합격 인증
2012.08.28 18:27
7월 한달 빡시게 달렸으여.
+ 수기추가함
집에서 학원까지는 자전거와 전철을 이용해서 약 2시간. 수업이 9시에 시작해서 22시에 끝나는 것을 고려하면 절대 가깝다곤 할 수 없는 거리였다. 그 거리 때문에 하루에 3~5시간밖에 자지 못하며 휴일 없는 겨울방학을 보낼 때는 정말 힘에 부쳤다. 수업은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과 전혀 다른 생소한 내용. 매일매일 치러지는 미니테스트의 스트레스. 학교의 늦은 방학식 때문에 수업을 며칠 빠지게 되어 이미 형성된 그룹에 들어가는데 느끼는 어려움. 근처 입맛에 맞는 식당조차 찾지 못해 편의점에서 때우는 점심 등. 시작하기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다양한 어려움들이 나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뜨거운 물로 몸을 적시며 느끼는 어깨의 피로감은 마치 내게 ‘이건 네 사정에 맞지 않아. 그만 포기하고 수능으로 돌아가자.’라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그저 그대로 이불로 돌아가 눕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난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달리며 맞는 새벽의 찬 공기를 즐겼고 전철을 타며 그 작은 아이팟의 화면을 통해 몇 편의 애니를 즐겼다. 또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배운다는 것을 즐겼고 편의점의 1+1, 2+1 행사를 즐겼다. 작은 어려움부터 즐기기 시작하며 결국 어깨의 피로를 물리치기 위해 분비되는 엔돌핀을 즐겼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겨울방학이 끝났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제 학원은 주말반 체제로 전환되었다. 고생은 끝났고 여유를 가지게 될 줄 알았다. 너무 해이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나의 고행은 끝나지 않았었다. 모두가 수능을 준비할 때 혼자 다른 것을 준비한다며 자신의 수업을 듣지 않고 별개의 공부를 하는 나를 용납하지 않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겨울방학 때 배운 내용을 총정리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주 나오는 숙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였다. 심지어 화학과목은 그것마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화학과목에서 점점 뒤처지게 되었다. 모두가 달달 외우는 것을 나는 그 내용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연스레 자신감을 사라졌고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학기 내내 ‘여름방학이 되면, 파이널 특강 때 고시원에 들어가 시간적 로스를 최소화해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면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나라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만 되뇌고 또 되뇌게 되었다.
결국 반을 강등당한 채 파이널 특강을 맞이하게 되었다. 불안했다. 고작 40명 안팎의 경쟁에서도 밀려난 내가 제대로 된 학교에 합격할 수 있을까? 매 시험마다 편차가 심한 데 수험 당일 망치게 되면 어떡할까? 설상가상으로 학교는 아직 방학을 시작하지 않았고 며칠의 결석은 각오하였지만 기말고사는 꼭 보러 가야만 했다. 다시 겨울방학과 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6시에 일어나서 2시간동안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고 뒤늦게 학원에 돌아오면 아침 테스트는 보지 못하고 네 번의 수업 중 두 번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아침 테스트를 보지 못하니 내 위치를 확인할 수 없어졌다. 초조해졌다.
그 와중에 다시 한 번 반편성고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공부였지만 노력했다. 정말로 내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 하나로 달렸다. 결과는 참담했다. 심지어 등수는 더 낮아졌다. 실수라고,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위했다. 하지만 난 매 시험 실수라고 치부한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날 지탱할 수 있는 수단이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나를 더 궁지로 모는 일이 일어났다.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만 나누고 다시 이를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나눈 반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비참했다. 더 이상 짜낼 의지는 없었다. 상위반 아이들에서 내가 얼마나 경쟁력이 없는 지를 절감하며 남은 2주를 보냈다. 시험 전 날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죽어라 게임만 했다. 가족들이 뭐라고 하면 “괜찮아.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지금까지 내가 도전해서 실패한 시험이 있어?”란 거짓말로 모두를 속였다.
시험 당일. 물리를 제외하고 모두 아는 것만 나왔다. 물리는 나를 포함해 모두가 모르는 것만 나왔다. 성공이다.
감사합니다. 입시명문 나갈없!
+ 합격인증
댓글 26
-
앱씨
2012.08.28 19:55
붙음? ㅊㅋㅊㅋ -
모순나선
2012.08.28 20:02
오 수기 빨리주세여 현기증난단말이에여 -
수은중독
2012.08.29 00:42
썼어여 -
미믹
2012.08.28 21:35
오 ㅊㅊ -
하이웨이
2012.08.28 22:13
뭐가 붙었다는거임? -
여랑
2012.08.28 23:39
ㅊㅊㅊㅊ -
여랑
2012.08.28 23:39
수기 지젼 감동적이네 -
여랑
2012.08.28 23:47
어디대학갈지는아직모름? -
수은중독
2012.08.29 00:22
아마 나고야, 오사카, 홋카이도 중 하나 갈까 싶은데. 이번주 일요일에 대학박람회인가 한다는데 그거 보고 결정하려구. -
호리프
2012.08.28 23:51
ㅊㅊ -
밀리미터
2012.08.28 23:57
어메 열심히했네 ㅊㅋㅊㅋ -
밀리미터
2012.08.29 00:01
난 수능공부도 제대로 안하고 놀기 일쑨데... -
레키
2012.08.29 00:24
와...진짜 열심히네...ㅊㅋㅊㅋ -
브라질
2012.08.29 00:25
소설을 쓰세요 아주 -
웅이
2012.08.29 00:27
이거 진짜 소설쓴거라면 진짜 지젼 너는... -
웅이
2012.08.29 00:27
아 그래도 합격한건 ㅊㅋㅊㅋㅊㅋ 부럽다.. -
결함제품
2012.08.29 01:02
오 ㅊㅋㅊㅋㅊㅋ -
청록야광봉
2012.08.29 01:28
열심히 노력했으면 받을 만 하다 -
모순나선
2012.08.29 01:49
오 과연 노력없이 좋은결과는 없군. 근데 일본어를 아예 안보는구나 부럽구려.. 이공계쪽은 워낙 어려워서;; 난 수학이라면 자다가도 욕할정도로 싫어하기때문에 .. 다시한번 축하합니다! -
newshower
2012.08.30 02:54
오 ㅊㅋㅊㅋㅊㅋ -
김풀떼기
2012.08.31 12:05
오미 축하드립니다! -
古戸ヱリカ
2012.09.01 12:24
엌ㅋㅋㅋ 올라가야하나 ㅋㅋㅋ 내일 설명회인데 ㅋㅋㅋ 왠지 758 합격할 확률이 매우 높을 듯하다..ㅋㅋ
으으읔ㅋㅋ 난 유학생회에 나가지도 않아서 입시설명회 안 가려고 했는데 ㅋㅋ -
리카아메
2012.09.03 13:14
아이돌 마스터 758 프로덕션 입갤환영! -
수은중독
2012.09.03 08:51
박람회 다녀왔는데 758맘에 드네요. 좋은 선배가 생길 거 같습니다. -
리카아메
2012.09.02 05:28
758 가라 두번가라 ㅋㅋㅋㅋㅋ 좋은선배가 생김.
그나저나 나 수학 70점대였는데 존나 잘하네 시발ㅋ -
수은중독
2012.09.01 12:46
758? 유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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