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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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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철 지난 게임 둠 클래식 시리즈는 예상외의 즐거움이 가득한 게임이었습니다. 내가 시기 애매한 고전 게임이 취향에 맞는 건지 아니면 게임 플레이에서 그래픽을 거의 신경쓰지 않기 때문인 건지, 그 오래된 플레이 방식과 오래된 게임이라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둠 클래식은 굉장히 재밌었어요.


때문에 둠 3가 대중에게 혹평을 받은 만큼 나쁜 게임이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을 땐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마치 예전에 하프라이프 시리즈를 처음 접하고 플레이 했을 때 같은 그런 설레임이라고 할까요. 이런 걸로 나이 유추 못하실 게 뻔하니까 머리 굴리지 말아주시고요. 안 하고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플레이 하게 된 둠 3는…하아….


이런 글은 게임 사이트 같은 곳에 올려야 하나 싶었지만, 그러기에 게임 사이트는 너무 전문적이에요. 그래서 내가 느낌 점들이 빠 여러분의 눈에는 그저 찌질대는 걸로만 비추겠죠. 게다가 BFG 에디션을 구입하기 전 이 에디션만 플레이하면 오리지널의 재미를 모르는 거라고 돈 좀 더 쓰라고 하는 인간들 때문에 불법적인 경로로 오리지널을 구한 거 거든요. 꽁으로 하는 주제에 게임 까고있네 이렇게 나올 게 뻔하니까 나갈없에 씁시다.


사긴 살 거에요. 돈 주고 살만한 재미는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도저히 이 짜증을 어디에 풀지 않고는 못 참겠네요.


그래서, 뭐가 짜증나냐고요?


1. 소울 큐브가 짜증난다.


대체 소울 큐브의 싫은 점은 어디서 부터 말해야 하는 걸까요. 우선 설정은 냅둘게요. 고대 화성인이 어쩌구 하는 건 그냥 게임 설정이니까. 근데, 난 이 아이템을 처음 얻는 순간부터 짜증이 나 있었거든요. 그 보스…둠 3 안 해봤으니까 스포일러 하지 말라고 할 분 없을 거라 믿고 그냥 말할게요. 그 빌어먹을 지옥 미션의 보스 말이에요. 난 위키 보고 플레이 하는 걸 안 좋아해서 그냥 무조건 뛰어들었거든요. 그래서 대체 그 보스는 어떻게 해야 죽는 건지 감을 못 잡아서 수십번을 죽고 죽다가 겨우 방법 알아내서 깼어요. 그리고 그 과정은 재미가 없는 수준을 떠나서 짜증이 났고요.


그런 식으로 힘들게 얻은 소울 큐브는, 진짜 대 실망이었습니다. 적 다섯마리를 죽이면 한 번 충전해서 쓸 수 있고, 그렇게 죽이면 체력을 체워주는 방식인데, 이걸 쓰는 내내 이게 뭐지 싶었거든요. 너무 둠 2 생각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둠 3에서 소울 큐브가 얼마나 후반에 등장하는데요. 게임을 3등분하면 그 중 마지막 조각을 시작할 때 갖게 되는 게 소울 큐브인 걸요. 그정도면 이미 둠 3가 어떤 플레이를 추구하는지 대충 감이 오죠.


그걸 감안해도 나는 여전히 소울 큐브가 싫습니다. 바로 눈 앞에 적이 보이길래 소울 큐브를 사용했더니 바로 다음 순간 더 강력한 몬스터가 튀어나와서 내 플라즈마 건을 낭비시키는 패턴, 이걸 두 세번 당하니까 소울 큐브는 충전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쎄 보이는 놈을 보고 날려야겠다 싶거라고요. 근데 대체 이게 적을 잡는 기준이 어떻게 되는 건지 한 무리의 적 안에서 가장 짜증나는 놈을 향해 날리니까 엉뚱한 놈을 잡는 거에요. 바로 앞에서 샷건 한번만 날려도 죽는 괴물 같은 거요.


버그인지 뭔지 Q 버튼 눌러서 소울 큐브를 꺼내고 나면 그 뒤에 전환되는 무기는 내가 들고 있던 게 아니라 엉뚱한 놈을 꺼내서 탄약 낭비시켜요. 가끔은 소울 큐브 꺼내려고 했더니 전혀 엉뚱한 수류탄 따위가 꺼내지기도 했죠. 시야에 적이 보이지 않으면 죽이지도 못하고, 시전 동작도 커서 적은 갑자기 툭 튀어나와 공격하는데 나는 이거 쓴다고 두들겨 맞고, 체력 꽉 찼을 때 쓰면 치료도 안 해주면서 날리는 사이에 달은 체력은 치료도 안 하고. 대체 내가 소울 큐브 때문에 둠 3에서 짜증을 느꼈던 게 몇 번인지 모르겠네요.


2. 몬스터 소환이 짜증난다.


나는 소규모 전투에 대해 비난하는 게 아니에요. 전투의 규모가 작다느니 하는 불만은 전혀 없었습니다. 내가 겁이 많아서 깜짝깜짝 놀래키는 거 당하면 그냥 그대로 깜짝 놀라거든요. 유튜브에 올리면 퓨디 짭이냐고 연기 그만하라고 악플 달릴 것 같은 수준으로요. 불빛 시스템이 어쩌고 하는 것도 그래서 괜찮았습니다. 나름 게임 플레이에 긴장감을 줬거든요. 적이 올라타려고 할 때 화면이 흔들리고 그런 것도 말이죠.


문제는, 이 아주 조금씩 많은 적이 소환되는 플레이 방식이었어요. 사실 이것도 소울 큐브 쓰는 것 때문에 열받은 게 크긴 하지만 그건 위에 대충 설명 했으니 넘어가죠. 소울 큐브를 제외하면, 뒤에서 적이 소환되는 거 말이에요. 내 등 뒤에서. 이게 처음에는 긴장감도 주고 그랬는데, 너무 자주 그런 식으로 튀어나오니까 화가 나는 거에요. 마치 그 만화 블리치의 뒷통수 때리기를 직접 계속 당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나는 게임 환경이 굉장히 안 좋아서, 마우스를 획 돌려 총알을 날리는 게 굉장히 불편해요. 초반에야 게임 초반이니까 왁 깜짝이야 이거 공포게임 맞잖아 얏지 사기꾼 시키 ㅠㅠ 이러고 플레이 했는데, 자꾸 그딴 식으로만 튀어나오니까 나중에는 적이랑 같이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총 쏘기 짜증나서. 총 쏘는 게임에서 총 쏘기가 짜증나지는 순간이 온다고요.


게임 끝내고 검색을 해보니 이런 식으로 된 이유가 무슨 기술적인 문제랑 디자인 문제가 복잡하게 섞여서라던데, 그걸 내가 신경 써야 하나요. 어쨌든 짜증난 건 짜증나는 건데. 어느 지점에 도착하니까 적이 몰려온다 이런 것도 아니고 공중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짜잘하게 많은 적은 긴장감이 아니라 짜증만 줬습니다.


3. 퍼즐이 짜증난다.


무슨 문을 열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를 모아라 이런 거 말고요, 점프 퍼즐 말이에요. 둠 3를 하다보면 간간히 점프 퍼즐이 등장을 하는데, 이게 진짜 너무 짜증나더라고요.


내가 2D 플랫폼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게 3D 게임에서도 나와야 할 이유가 있나요. 아니, 나오는 건 괜찮아요. 근데 나와도 좀 기억에 안 남을만한 부분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둠 3에서 등장했던 점프 퍼즐들은 하나같이 인상에 깊게 남을 정도로 짜증나는 퍼즐이었습니다.


점프 퍼즐의 가장 화나는 점이 그거거든요. 내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도 깨지 못하는 거. 근데,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건 그런 식으로 죽고 죽고 죽으면서 익숙해지는 거니까요. 빨리 죽고 빨리 부활하는 걸 반복해서 학습하는 거죠.


근데 둠 3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빠른 저장은 되는데 빠른 로딩이 안 돼요. 하프라이프 2랑 비슷하게 나온 게임이 대체 왜 이렇게 로딩이 느린 건가요. 내 컴퓨터가 구린 건가 싶다가도 하프라이프 2 생각하면 화를 못 참겠더라고요.


물건 못 줍는 것도 괜찮고, 문 열려고 왔다갔다 하는 것도 괜찮았고, PDA 시스템도 괜찮고, 터치 패드 쓰는 것도 괜찮았는데, 퍼즐이라고 만들어 놓은 게 짜증나는 건 참을 수 없었습니다.



뭐…짜증은 이정도였어요. 그밖에 시시한 보스전이라던가 그 보스전의 핵심이 소울 큐브라던가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건 너무 두리뭉술하니까 넘어가죠.


나중에 할인 하고 돈도 좀 생기면 살 거에요. 난 모딩질 하는 것 보다 도전 과제 깨는 게 더 좋으니까 BFG 에디션으로 사겠죠. 그걸 산다고 해서 원래 이렇게 엉망인 게임일 줄은 몰랐다느니 같은 말 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내가 오리지날 둠 3를 좋아했다고는 하지 못하겠네요. 시체가 사라지고 그래픽이 어쩌고 적이 조금 등장하고 게임이 어둡고, 스토리 텔링이 빈약하고,그게 뭐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 자체에 짜증나는 부분이 너무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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