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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음식 한성대입구 시노다야

2015.05.07 03:23

로꾸분기 조회 수:229

(렌즈에 먼지 가득 낀 사과폰5로 찍은 것이라 화질이 안 좋음.)


저번달에 한성대입구 시노다야에서 하레님 일행과 라멘과 돈까스를 먹었다. 아주 맛있었지는 않았지만 가격대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 또 가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하여 토요일 점심에 냉라멘을 먹으러 찾아가 보았지만 하필이면 그 때 문이 닫혀있었다. 그래서 수요일 저녁에 학교 친구를 불러내서 다시 찾아갔는데, 다행히도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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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사진은 깜빡하고 안 찍었지만, 다행히도 토요일에 찍어 놓은 사진이 있어 이것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동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낡은데다가 건물도 허름해서 서민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풍긴다. 웃기는건 이자카야 바로 밑에 있는 칠성포차의 간판에는 대한민국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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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내부. 사진 상에서는 사람이 없지만 이는 카운터쪽 테이블만 찍어서 그런 것이다. 벽을 따라 공간을 나눠서 테이블이 놓여져 있는데 거기에는 사람이 가득 들어차서 은근히 활발했던 분위기였다. 주방에는 주인 할아버지(일본인이시다. 한국인 아내를 따라서 여기서 이자카야를 차린 것이다. 간판에도 '일본인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집'이라고 써져있을 정도.)와 부인, 그리고 카운터에서 일하는 청년(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이 있었다. 테이블에 앉자 청년은 메뉴판을 갖다 주었다. 일단은 가라아게와 생맥주 두 잔(500cc 3000원)을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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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시(전채요리)로 나온 오이샐러드. 오이채에다가 땅콩소스를 올려서 버무려먹는 방식이다.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는 닭고기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보지 못했다. 원래 야채 중에서 오이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소스가 맛이 기막혀서 입맛 돋구기에 딱 좋았다. 고소하면서도 짭짤한데다가 오이의 아삭함까지 어우러져 있으니. 왜 사람들이 이 샐러드를 칭찬하는지 알겠다. 따로 안주용으로도 이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가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음식이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주방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서 많은 양의 요리를 일일이 즉석에서 재료 손질하고 조리해내야 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점은 메뉴판에서도 특별히 강조되어 있다. 이 가게에서 음식을 먹으려면 음식을 기다리는 인내심은 갖고 가야한다. 음식을 그때그때 골라서 먹으려면 음식은 먹는 와중에 다른 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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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가라아게(9000원)가 드디어 나왔다. 메뉴판에는 '일본식 닭튀김'이라고 써져 있었다. 양은 적당하다고 해야하나, 좀 적다고 느껴질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자카야 요리라 치면은 싼 편. 맛은 좋다. 여태까지 먹었던 짭짤한 가라아게랑 다르게 간이 적게 되어있는데, 이게 담백해서 닭 자체의 살아난지라 좋았다. 생닭이라서 그런지 살도 부드러웠고 튀김도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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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아게와 같이 딸려온 샐러드와 겨자소스. 가라아게에 겨자소스를 듬뿍 찍어서 샐러드와 곁들이는 식으로 먹으면 맛있다. 샐러드 양이 은근히 많다. 샐러드 드레싱의 맛이 일반 마요네즈랑 달라서 무엇인지, 어떻게 만든건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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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안주로 시킨 쇼유라멘(간장라멘, 7000원). 식사용으로는 5000원에 팔지만 안주용이라면 7000원을 받고 더 많은 양을 내어준다. 이 가게 라멘에 관해서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바로 루리웹의 모 유저가 돈코츠라멘을 주문했다가 주인 할아버지에게 혼이 났다는 이야기. 그만큼 주인 할아버지가 자신의 라멘의 자부심이 있다는 것인데,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납득.

일단 양이 많다. 저번에 갔을 때도 5000원인데도 양이 많아서 조금 남겼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7000원에 웬만한 한국 라멘집의 두배 정도 되는 양의 라멘이 나왔다.

다음으로 국물이 맛있다. 여태까지 먹은 라멘 중 가장 맛있게 먹은 라멘이 도쿄 스기나미구 오기쿠보에서 먹은 '특제 18번 라멘'인데, 이것과 상당히 흡사했다. 아마 같은 도쿄식 라멘인지라 간장을 베이스로 한 맑은 국물이다. 특제 18번 라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일본 요리 치고는 마늘을 많이 넣는다는 것인데 여기도 그렇다. 그릇을 보면 밑에 마늘 가라앉은 것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마늘을 좋아하는지라 국물이 진짜 제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바로 면. 다른 일본 라멘집이 생면이나 건면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여기는 그 흔한 한국식 사리면을 사용한다. 물론 그냥 라면보다야 면이 잘 불지도 않고 나름 쫄깃해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먹다보면 면이 아쉽다는 생각이 꽤나 든다. 반대로 이 국물에는 역시 한국식 꼬불면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약간이나마 들긴 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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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안주인 마늘 돈까스(7500원). 밥 한 공기도 나온다. 사진이 맛없게 찍혔지만 은근히 괜찮은 맛이다. 도자기 그릇에 돈까스랑 아까 먹었던 양배추 샐러드가 담겨져 나온다. 일본식보다도 한국식에 더 가까운 스타일. 고기를 조각조각 커팅해놓은 것을 보면 일본식인거 같은데 소스를 저렇게 듬뿍 부어주는 것을 보면 또 한국식인거 같다. 그냥 이 가게의 독자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자.

일단 튀김은 잘 되었다. 저번에 갔을 때는 주인 할아버지가 타이밍 맞춘다고 약간 덜 튀겨졌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잘 튀겨졌다. 튀김옷도 바삭하고, 고기도 부드러운 것이 맛있다. 특히 씹을때의 질감이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소스다. 고기를 소스가 덮는다는 느낌. 물론 맛 없다는 뜻은 아니다. 마늘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돈까스와 어울리는 소스 맞다. 하지만 그게 좀 평범하다는 느낌이 든다는게 아쉬웠던 것이다. 뭐 그래놓고 먹을 때는 잘 먹었지만. 아마 겨자가 심심한 소스의 맛에 느낌을 줘서 그런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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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여 완식해서 두명 29500원. 같이 간 친구는 다른 이자카야보다 싸면서도 맛있다고 좋다고 한다. 위치 기억해서 다음에 가야겠다고도 한다. 물론 나의 입장에서도 만족했는지라, 다음에도 누군가랑 맥주와 안주를 먹고 싶다. 여기가 돼지고기양파말이라는 음식도 좋고, 일본식 마파두부도 좋다고 하는데 나중에 먹어봐야겠다. 식사용으로 냉라멘도 먹어보고 싶고.


나갈없에 쓴 첫 글이 음식글인데 앞으로도 계속된 음식이야기를 하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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