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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펭귄드럼 총체적인 감상(스포일러 없음)

2011.12.23 18:52

무언가 조회 수:206

네타  
1. 전개가 지나치게 90년대 후반부 스타일이다. 
비밀주의. 불친절한 전개+은유. 캐릭터 상관관계. 
심지어 시나리오 배분과 주는 교훈까지. 
이쿠하라 할아버지. 지금 시대는 쉬어가는 화에도 텐션을 유지해야 하는 시대에요. 
거기다가 요즘은 이렇게 불친절한 전개는 안 통해요. 사람들이 그냥 버려요. 
끝까지 비밀을 꽁꽁 숨겨놔도 똑같아요. 
결말이 깔끔해서 그나마 나았지…….
97년도 우테나를 내놓으면서 진보적인 코드를 넣으며 시대를 앞서가던 감독이 어째서 지금은 90년대의 전개방식에 사로잡혀있나. 

2. 물론 애니메이션의 감각이나 느낌은 좋음. 
이쿠하라 감독 특유의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이 제대로 묻어난 느낌. 
애초에 이쿠하라 감독이 애니메이터로서의 능력은 분명히 거의 최상급인데……
머릿속이나 상상이 너무 카오스여서 자기가 표현하는 걸 사람들이 못 알아먹는다.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면서 끊임없이 은유가 나오는데 그 은유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어. 
결국 시청자들이 보는 건 말 그대로 이쿠니 챠우더(=chowder=잡탕)
자기들이 못 알아듣는 잡탕이 계속 눈에 펼쳐지는데 시청자들이 좋아할 리도 없을 뿐더러 살 리는 더더욱 없지. 

3. 전체적으로 작품을 감싸는 음악은 뛰어났고, 캐릭터 작화도 니시이 테루미가 호시노 리리의 원안을 깔끔하게 살려줬다고 생각함. 
하지만 1쿨에서 너무 괴리감 느껴지면서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연극적 연출은 눈에 거슬렸다는 느낌. 그 이외의 연출은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 
스토리는 1번에서 말했다시피 지극히 90년대. 

4. 또 한가지 말하고 싶은 건 대사. 
이쿠하라 감독 진짜 대사 못 쓴다. 
대사 하나하나에 파괴력을 담는 건 잘하는데, 대사에 감정을 우려내는 데는 맹탕이라는 느낌. 
준비된 스크립트에서 전혀 그 사람의 느낌이 와닿지 않음. 
오히려 그렇게 감정을 형성하는 건 그동안의 스토리와 상황 뿐. 


이 정도?
결론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펭귄드럼은 "그 무엇도 될 수 없었던 애니메이션"이라고 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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