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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니시오하고 나스 문체

2011.12.25 20:34

무언가 조회 수:236

네타  

니시오가 나스의 문체를 좋아한다는 말은 듣긴 했음. 

그래서 그런지 비슷한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음. 

우선 둘 다 도대체 어디서 쓰이는지 궁금할 정도로 사용빈도가 적은 단어를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공통점. 

특히 나스는 사용빈도가 가장 적은 단어만 사전에서 콕콕콕 찝어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 

그리고 둘 다 주인공이 왠 개똥논리를 들고 온다는 점. 

개똥논리를 묘하게 설득력있게 비틀어놓아서 그게 제대로 된 논리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 


차이점은 나스는 선―――――――――――――――――――――을 많이 쓰지만

니시오이신은 통사구조의 반복을 많이 쓴다는 점. 

니시오이신은 글에 만담이 가득 찼다는 점. 


그러니까, 여자 옷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나스는 여자 몸에다가 사전에서 한 페이지 찢어서 붙이고 대충 허리선 다리선 긋고 완성! 이러는 거고

니시오이신은 별의별 쓸데도없는 가십잡지 뜯어다가 죄 붙이면서 중요한 부분을 혼동시킨다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 그녀는 오늘도 아름답다. 
그 둥근 자태. 
그 황홀한 빛. 
나를 보고 부끄러운 듯 ――――――― 붉게 물들었다. 
오늘도 달이 참 아름답다 ―――――――――――――― 
―――――――― , ――――――――!
눈앞에 드디어 그녀가 나타났다. 
달이 얼굴을 붉힐 때마다 그 환희와 환락으로 이 세상을 붉게 물들여야 한다. 
그녀는 그 제물. 
오늘 밤 이 빛나는 나이프로 ―――――――― 나에게 유린당할 ―――――――― 달콤한 먹잇감. 


하고


진홍색으로 달빛이 물드는 날 나는 빛나는 나이프를 들고 이 방을 나간다.
이미 수없이 붉은 피로 물들어본 경험이 있는 이 나이프는 오랜만의 외출에 환희하고 있다. 
내가 저지르는 것은 살인도 아니다. 
살육도 아니다. 
살해도 아니다. 
살상도 아니다. 
살월도 아니다. 
살생도 아니다. 
단순한 조공일 뿐이다. 
붉은 달을 위한, 이 세상을 위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를 위한 선물. 
위대한 선물이다. 
모두들 기뻐해야 마땅하다. 
"…온다."
이제 일말의 주저나 정지는 없다. 그저 내 칼은 그녀를 뚫고 지나갈 뿐이다. 
뚫고 지나간다. 가른다. 벤다. 어떻게? 대각선으로? 사선(斜線)으로? 아니면 사선(死線)으로? 이리저리? 휙휙? 빙글빙글? 이곳저곳 푹푹 쑤시고 쑤시고 쑤시고 쑤시고 쑤셔서 붉게 물들때까지? 어디부터? 머리부터? 다리부터? 배부터? 가슴부터? 팔부터? 눈부터? 목부터?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웃고 다시 찌르고 웃고 자르고 웃고 해체하고 웃고 웃고 웃고 웃고…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큰소리로 웃어버렸다. 하지만 괜찮아. 어디까지나 정신나간 사람의 웃음소리라고밖에 듣지 못할 테니까. 무시하고 지나치겠지.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으니까. 
"쓸데없는 생각일 뿐이야."
나는 조용히 나에게 선고하고 그녀의 구둣소리를 기다렸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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