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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소설 리뷰 - 하얀 늑대들

2012.02.28 18:23

달룡 조회 수:402

네타  


올슨 스캇의 의견에 따르면 장르 소설은 내용에 따라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milleu story, idea story, event story, 그리고 character story. 이 중에서 character story(=인물 소설)는 주인공이 변화를 원할 때 시작하고, 변화를 끝마치거나 좌절했을 때 끝나는 이야기지요. 제대로 된 인물 소설은 사람이 혼자서, 한순간에 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천천히 풀어 나가면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해 주는 이야기예요. 대표적으로 소설 전반에서 '나는 단수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인물들의 행동으로, 독백으로 외치는 드래곤 라자나, 혼자가 아니라서 성장할 수 있는 해리 포터가 있겠지요. 변화하려는 마음이 이뤄질 때도 있고 꺾일 때도 있지만, 어떤 결말의 이야기라고 해도 그들 모두는 사람이 변화를 믿고 그 방법을 말하고 있어요. 수백, 수천 페이지에 걸쳐서 천천히 변해 가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그게 바로 가장 사람을 위하는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리뷰할 소설은 12권에 걸친 사람 이야기, 하얀 늑대들이에요.



소설 제목 : 하얀 늑대들

현재 상황 : 완결. 2기 가능성은 없어 보임.

출판 권수 : 12권

감상 전에 : (들어가기 전에 말해 두자면 '양판'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전개를 보이는 양산형 판타지들의 약칭입니다)


K-1.jpg 


K-2.jpg 


사진으로 첨부된 책들은 하얀 늑대들(줄여서 하늑)의 작가인 윤현승 씨가 하늑 이전에 썼던 작품들입니다. 전 안 읽어 봤지만 하늑에 비하면 양판양판한 맛이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헬파이어의 경우에는 이고깽(이계로 간 고등학생이 깽판침) 양판과 비교당할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 어휴.

윤현승 씨는 그런 작품을 쓰는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제가 리뷰를 끄적거리고 있을 정도의 이야기를 써 낼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도 칭찬거리 아니겠나요?




감상 :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는 조금 개드립인 것도 같지만.

하늑은 소년 아니고 농사꾼 아들이며 길거리 용병한테 검술에 재능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먼치킨과는 거리가 먼 시골 청년이, 같은 마을 출신의 병사에게 도발당하자 분노해서 마을을 떠나 전장을 찾아가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기사 소설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강하지도 않고 정의맨이지도 않으며 세상을 바꾸는 일 따위에는 관심도 없습니다만, 그렇기에 하늑이 더욱 훌륭한 인물 소설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하늑을 읽은 사람들이 다들 이런 말을 하죠. 주인공이 이렇게 약한 판타지는 처음 봤다고. 네, 주인공은 전투력으로 보면 순도 100% 찌질이입니다. 현실 세계의 깍두기 형님을 찾을 필요도 없이, 과연 얘가 검이 없으면 고딩 양아치나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할 만큼 찌질이입니다. 주인공에게 검을 쥐어줘 봐야 카타나가타리의 주인공인 야스리 시치카 씨가 검 든 거랑 별 다를 것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전투력 잉여인 주인공에게는 다른 무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언변! 다르게 말하면 말발, 또는 아가리지요. 대여점에 널린 양판에서 나오는 말 잘 하는 인물과는 클래스가 달라요. 진짜 말 잘 합니다. 소설 중간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자면, 그 나이에 그 정도의 언변을 가졌다면 다른 능력이 더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 해요. 하지만 현실이나 판타지나 말 잘 한다고 모든 고난이 해결되진 않지요. 인물 특성상 필연적으로 주인공은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게 됩니다. 하지만 구르다 보니 어느새 주인공은 자신도 몰랐던 다른 능력을 발휘하게 되지요. 당연히 전투력은 아니고요. 뭔지는 스포니까 비밀.

그러니까 하늑은 언변 하나 장착한 주인공이 구르면서 나아가는 소설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허접해 보이네요. 스포 안 하고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 부분만 가지고 리뷰 쓰려니까 더럽게 어렵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설을 분석해 봅시다.


1. 오오미 이것이 기사물이라는 거구먼?


네, 그러합니다. 하늑은 본격 기사물입니다. 중세시대 유럽 기사의 모습과는 저만치 떨어진 물건을 우리는 본격 기사물이라고 부르죠. 옛날 모습 흉내내려면 기사들이 평민들 착취하고 서로 후장 뚫고 그래야 하는데 그럴 순 없잖아요? 판타지 월드의 기사들은 기사도를 지키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전사들이니까요. 그러니까, 이건 본격 기사물입니다. 비꼬는 거 아닙니다. 역사 속의 기사들은 저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재밌으면 됐죠.


2. 재미를 위해 희생한 현실성


그래, 기사들끼리 싸우는 건 좋습니다. 좋아요. 근데 꼭 이렇게 판타지스럽게 싸워야 하나요. 얘네들 마법사 아니잖아요. 점술가도 아니라고요. 검사예요, 검사. 아무리 짱 센 먼치킨 검사들이어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작가님? 아니, 재밌으니까 상관 없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성은 좀 지켜 줍시다. 이건 양판이 아니란 말이에요.


3. 주연과 조연, 수많은 인물들이 얽혀서 하나의 전설을 만든다.


자, 이제 이 리뷰 맨 앞에서 썼던 소리들을 재활용할 때가 됐습니다.

하늑은 인물 소설이에요. 전형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인물 소설이고, 훌륭한 인물 소설입니다. 인물 소설을 제대로 쓰는 작가들은 주인공이 변화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요. 그래서 그들은 조연을 주연만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늑의 조연들은 하나하나가 뚜렷한 인물상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그만큼 뚜렷한 지위와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인공의 변화를 이끄는 도구에서 멈추지 않고, 각자가 주인공과 함께 변화합니다. 변화가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어쨌든 그들 모두는 살아있는 인물이니까요. 그리고 살아서 움직이는 그 많은 조연들을 주인공과 연결해 주는 것은 인연입니다. 읽으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인연들이 그들을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서로 공감하도록 도와주기도 하지요. 주인공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마치 그 부름이 주인공을 부른 것처럼 가장 필요한 곳에 주인공은 등장합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주인공이 어찌 되었든 이야기는 전설로 변화하지요. 이런 식의 구성을 싫어하는 분도 계실 거고, 찬양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제가 써 놓은 말을 보면 찬양하는 쪽일 것 같지만 저는 그냥 소설적 장치로 받아들일 뿐이었습니다.


4. 와 벌써 할 말이 떨어졌네요.


사실 하늑은 위에 써 놓은 3번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러니 할 말이 없지요.


대여점에서 구하기는 어려울 테니 텍본으로 보시든 스캔본으로 보시든 어찌 됐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리뷰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결국 마무리가 운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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