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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브금) 오렌지소녀를 아십니까?(3)

2012.07.04 00:45

DogBlade 조회 수:249

네타  

 

--

 

소년의 모습을 보고 소녀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음. 어쩌면 일부러 놀란 척 한 것일지도 모르겠고, 하여간 소녀는 이내 살포시 웃으며 "메리크리스마스."라고 화답했음. 소년과 소녀는 그대로 같이 걷기 시작했음. 그러던 와중에 소년은 소녀가 검은색 코트 속에 오렌지 두 개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함. 소년은 뭐라고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이야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예전에 처음 소녀를 봤을 때

 

-소녀는 사실 아이슬란드 횡단을 할 준비를 하는 와중에 오렌지를 잔뜩 사고 있다.

 

라고 멋대로 추측했던 것을 떠올리고 이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했음.

 

"그러니까 아이슬란드로 가는 건 아니군요?"

 

물론, 우문 그 자체였음. 소녀는 WTF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대답했음.

 

"나 거기 안 살아요."

 

아차, 생각해보니 소년이 사는 도시에 아이슬란드라는 동네가 있었다는 게 갑자기 기억났음.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소년은 이 이야기를 계속 밀고 나가기로 결심함.

 

"아이슬란드의 얼음벌판 말인데요. 개 8마리가 썰매를 끌고 있어요. 오렌지 10킬로그램을 싣고 말이죠."

 

소녀는 다시 한 번 웃으며 대답했음.

 

"오렌지요?"

 

"그래요. 둘이서 아이슬란드를 횡단하고도 남을 양이죠."

 

그 순간 소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음. 소녀는 지긋이 소년의 눈을 바라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음.

 

"그 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군요?"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임. 소녀가 뭘 묻는지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 했지만 하여간 고개를 무심결에 끄덕여버림. 소녀는 말을 이어나갔음.

 

"당신이 그 때 전차에서 나한테 엎어졌죠? 아니에요?"

 

소년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음.

 

"당신은 정말 완벽한 산타클로스였어요."

 

"이 산타클로스는 망가뜨린 오렌지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답니다."

 

이에 소녀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가볍게 잊어버리라고 말했음. 그리고, 그 순간 소년은 이 소녀가 사실은 자신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내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강렬한 시선과, 커피숍에서 1분 남짓 손을 잡은 순간, 그리고 지금. 이런 이벤트가 있었는데도 소년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음. 눈이 리신이요 뇌가 문도가 아니고서야... 거기다 소년은 자기가 대체 무슨 이야깃거리를 꺼냈는가를 문득 깨닫고 급 후회를 하기 시작함.

 

소년은 그런 걱정에 소녀의 집주소도 물을 수 없었음. 같은 방향으로 가냐고도 할 수 없었음. 오렌지 값을 갚을 여유도 없었음.  온갖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혼돈의 카오스를 그려내고 있었음.

 

한참을 머리를 싸매고 돌덩어리를 굴린 끝에 소년은 자신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냈고, 마지막에 소녀가 택시를 타려는 순간 이를 고백했음.

 

"나, 너 사랑하는 거 같아!"

 

말이 너무 충격적이였을까, 소녀가 잠시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음. 그리고 택시는 이내 저 멀리 사라져버렸음. 소녀는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와서는 소년의 손에 자기 손을 얹었음. 이를 대충 계속 걷자 정도의 의미로 해석한 소년은 고개를 끄덕거렸음. 소녀가 다시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음.

 

"다시 택시가 오면 타야 해,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

 

-그래, 어떤 슈펌ㄴ이랑 행복에 가득한 꼬마 딸내미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소년은 또 요상한 망상을 시작했음. 소녀의 아버진 목사에 4명의 여동생과 2명의 남동생이 있고 하여간 어쩌고저쩌고...

 

"이제 곧 크리스마스 종이 울리는데, 종이 울릴 땐 시내에 있으면 안 되잖아?"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음. 단지 더 단단하게 소년의 손을 쥘뿐이었음.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한참을 걸어서 역사박물관을 지나 궁성 공원에 이르게 됨. 소년은 손을 거두고 소녀의 앞으로 나아가서 소녀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매만졌음. 그리고는 소녀에게 질문을 던짐.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소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도로를 내려다보았음. 입술이 살짝 떨리는 듯 하기도 했음. 그리고 소녀가 말했음.

 

"언제까지 기다릴 건데?"

 

이에 소년은 잠시 고민에 빠짐, 여기서 하루나 이틀을 이야기했다간 아마 근성 없는 찌질이로 낙인이 찍힐 테고, 평생이라고 했다간 진짜 사랑을 모르는 놈으로 매도당할 것 같은 걱정이 들었기 때문임. 그리고 대충 그 중간쯤에 맞는 결정을 내림.

 

"걱정때문에 내 심장에서 피가 흐를 때까지."

 

소녀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소년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다시 물음.

 

"그게 얼마나 걸리는데?"

 

이에 소년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음.

 

"길어야 5분."

 

하지만 예상외로 소녀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음. 소녀는 소년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임.

 

"조금만 오래 더 견디면 고마울 텐데..."

 

이에 소년이 재차 물음.

 

"얼마나 오래?"

 

"반 년쯤 기다려줘야 해. 그만큼 기다릴 수 있다면 다시 볼 수 있어."

 

소년은 한숨을 푹 쉬었음.

 

"왜 그렇게나 오래?"

 

"당신이 정확히 그만큼 기다려야 하니까."

 

그리고 소녀는 이야기를 덧붙임.

 

"반 년만 기다리면, 그 다음부턴 매일매일 볼 수 있어."

 

그 순간 교회 종소리가 울려퍼짐. 소년은 그제서야 소녀의 머릿결에서 손을 거둠. 동시에 빈 택시 한 대가 마침 도착함.

 

소녀는 소년의 눈동자를 다시 올려다보았음. 소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더듬거리는 발음으로 말했음.

 

"메리 크리스마스. 저, 그러니까.. 얀 올라브..."

 

그리고는 곧장 거리로 달려나가 택시를 잡으며, 소년에게 크게 손을 흔들어주었음. 소녀는 울고 있었음.

 

소년은 충격에 빠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 했음.

 

이 신박한 소녀는 정말 정체가 무엇일까?

 

그것보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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