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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사이코패스, 모자란 작품

2013.03.22 17:00

청록야광봉 조회 수:439

네타  


 전 22화로 오랜만에 진지진지 열매를 먹은 내 취향의 애니메이션이 드디어 완결났다



 총 감상을 말하자면



 실망했다






 사실 이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표어가 인간의 주체성인데 이 작품은 전개상으로 그 주제에 대해 반대되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결국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형식적인 면만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주체적으로 생각할 판단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았다 결국 이 작품은 주체성에 대해 말을 하고 있으나 작품을 보는 시청자의 주체성은 고려하지 않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열린 결말로 선정한 것이 주체적으로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으나 사실 선과 악의 대립에 있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작품들이 흔히 가지는 의미나 주제와는 상관없는 인물 간의 대립만을 해소하고 앞서 말한 의미와 주제는 남겨 놓는 형식을 빌려 썼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사이코패스라는 작품 내의 인물들의 갈등의 해소과정을 보았을 뿐 그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할 꺼리를 얻지 못했다




 잠시 작품 내로 돌아가보면 마키시마와 코우가미 둘의 모습을 보면 캐릭터 디자인부터 '극과 극은 통한다' 를 노린 듯한 흰 색과 검은 색의 대립, 또한 '네가 심연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 심연 또한 너를 보고 있다' 라는 말에 어울릴 만큼 그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알고 있다 이게 작품 내에 나왔던 인간의 고독, 그리고 마키시마가 말했던 "고독하지 않은 인간이 있나?" 라고 했던 물음에 대해 마키시마와 코우가미는─시빌라 시스템이 생기기 전의─인간 교류의 고리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마키시마는 시빌라 시스템, 즉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의 대표격으로 자신의 고독에 대한 의문, 즉 사회에 대한 의문을 가짐으로써 이것이 과연 옳은가 라는 물음을 가지게 되었고 마키시마가 주체적으로 낸 결론을 가지고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인간의 주체성이 없는 이 사회가 과연 옳은가' 라는 물음을 던지고 다녔다 그 결과 자신과 동질성을 가진 코우가미를 발견하게 되었고─마키시마가 코우가미를 보듯─, 코우가미 역시 마키시마에 집착하게 되었다



 비틀린 관계이긴 했지만 마키시마와 코우가미의 관계는 시빌라 시스템이 생성되기 이전의 인간 관계의 고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클라이맥스가 가까워짐에 도미네이터와 리볼버의 상징성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데 결국엔 코우가미 신야는 도미네이터가 아닌 리볼버를 선택했다 사실 논 리셀(마비)에 기능이 고정된 도미네이터로도 마키시마를 체포할 수 있었음에도 리볼버를 선택한 것은 코우가미가 개가 아닌 늑대가 되었음을 의미하며 이것은 시빌라 시스템과의 완전 결별을 의미한다 상층부에서부터 내려온 지령 때문에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어 집행관의 자리를 이탈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말 그대로 완전 결별이자 주체적 결단 그리고 오프닝에서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누누히 깔아두었던 마키시마와의 동질성을 암시한다



 결말에서 


 1화와 같은 포지션에 다른 인물들이 배치된 것은 마지막 문구였던 '시빌라 시스템은 계속된다' 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기노자는 걷던 길을 이탈해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친구가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걷게 되었고

 츠네모리는 다른 길에 대해 이해하지만 애써 줄곧 부정해왔던 기노자의 뒤를

 신입 감시관은 아직─선택하지 않았던─어리숙했던 아카네의 뒤를


 그리고 코우가미는 마키시마의 뒤를.




 사실 코우가미가 마키시마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것은 꽤 의견이 분분할 이야기일 테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시빌라 시스템을 부수려 할 것임을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코우가미와 마키시마가 그토록 닮아있으며 늑대─사회에서 동떨어진─가 된 코우가미는 사회에 대해 의문을, 어쩌면 마키시마의 뒤를 쫓으며 몇 번이나 던져졌던 질문에 답을 정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는데 첫째로, 오프닝의 차에 마키시마와 코우가미는 동승하고 있었다 같은 길을 간다는 암시일 수도 있고 둘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마키시마가 죽기 전에 말했던"이봐, 코우가미 너는 나를 대신할 존재를 찾을 수 있나" 라는 말에 "아니,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라고 말했던 것과 마지막 코우가미가 읽고 있던 책의 내용으로 보건데 이것은 시빌라 시스템 이전으로의 회귀, 즉 인간 관계의 고리를 다시 이어 고독 탓에 서로를 마주하는 늑대가 다시 생겨나지 않게 하려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잠시 내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마지막 책을 놓고 가는 흰 와이셔츠 차림의 코우가미가 잠시 마키시마로 헷갈렸다는 것 역시 내가 그만큼 그 둘의 동질성과 암시에 대해 긴밀하게 생각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사실 마키시마를 증오했던 만큼 방식의 차이는 있어도 목적은 같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뭐 사실 자신에게 반할 수도 있는 존재인 츠네모리 아카네를 데이터 수집과 더 나은 판단과 시스템을 위해 자료로서 남겨두는 시빌라 시스템의 모습에서 영화 <매트릭스>가 연상되어 저 위의 '시빌라 시스템은 계속된다' 라는 문구가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게 열린 결말의 묘미이기도 하고(웃음)




 종합해 말하자면,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요즘 추세에서는 뜻밖에도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꾸려나가는 오리지날 작품이었기에 살짝 기대치가 높았을까, 좀 더 좋은 방향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고질적으로 이런 주제에 명확한 답이 없기 때문에 갈등은 해소되고 붕떠서 남겨진 주제는 열린 결말 식으로 해결을 보는 특성을 넘기지 못한 채 완결이 나버려 아쉬움이 크다, 사실 답을 내린다면 그 주제인 주체적 결단에 위배되기도 하고(웃음) 사실 조금대립적인 면을 부각시켜주었으면 했지만 결국 수 번이나 보았던 권선징악 테마를 치장하고 있는 이상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이지 싶다

 

 사이코패스, 아쉬운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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