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 다봤다 입니다…?
2013.09.22 15:02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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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 완결됐으니 총평을 내려야지 하는 순간 이 화면이 튀어나와서 당황했습니다. 이거 무슨 2기라도 나오나봐요? 그러면 아예 이어서 하지 왜 간격을 벌려서 하는 걸까 싶더군요. 재밌으니까 계속 이어서 하면 좋잖아요. 그리고 그 초월급으로 좋은 엔딩이 바뀌면 어떡해요. 그 엔딩이 은수저의 재미를 한 두 배는 증폭시키는 곡이고 영상이었는데. 투덜대고 있는 이유는 전부 엔딩이 바뀔까 그게 싫어서에요.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 되네요. 은근히 보이는 하치켄과 미카게의 호감에 대한 이야기가 좀 설명이 됐으면 좋겠어요. 묘사가 너무 은근해서 미카게가 하치켄 좋아한다는 걸 고로케 떨어트리는 부분에서야 눈치챘다니까요. 그전에 생겼어 책임져 사건에서도 비슷한 묘사가 나왔는데 말이에요. 뭐 그건 딴 소리고.
자, 톡톡에 생각없이 썼다가 '님 이거 스포일러;'라는 지적에 황급히 지운 부분입니다. 내적 고민과 외적 고생의 결과물인 훈제 고기를 집에 보내느냐 마느냐 그 갈림길에서, 하치켄은 집에 고기를 보낸다는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나는 일말의 탄식을 내뱉으며 이게 참 좋은 만화긴 한데 나랑은 사상이 약간 안 맞는구나 생각했죠.
일전에 쓴 감상글에서 내가 은수저 특유의 미화된 일상이 불편하다고 툴툴댔더니, 어떤 분께서 그런 접근은 서브 컬쳐 전반을 비트는 접근 방식이 아니냐 하고 좋은 댓글을 달아 주셨어요. 근데 내가 그런 말을 꺼낸 이유는 이게 은수저라는 작품이기 때문이거든요. 다른 일상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식의 묘사와 전개가 나왔다면 그냥 고민없이 재밌고 잘 만든 만화다 이랬겠죠.
문제는 은수저가 정말, 정말 잘 만들었다는 거에요. 음악이니 연출이니 그런 거 말고 그냥 내용 하나만 봐도 말이에요. 어차피 제대로 볼 줄 아는 건 그거밖에 없지만…어쨌든, 은수저는 보는 내내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뭘 보여주고 싶은가 그게 뚜렷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뚜렷하게 보이는 부분에서 나랑 생각하는 게 다르네 같은 감상이 튀어나오면, 그걸 언급 안 할수가 없는 거죠.
결론적으로, 나에게 은수저는 잘 만든 '일상물'입니다. 일상물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나도 그런 거 좋아하니까. 단지 은수저가 일상물이면서 현실적인 부분을 너무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불평이죠. 농가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고 학업과 가족간의 갈등 생명의 존재가치 같은 현실적이고 깊은 주제를 다루면서 미화는 미화대로 성공해요. 나도 그걸 즐겼으니 재밌는 만화다 이런 소리 하는 거지만, 결국에는 만화면서 이렇게 있을 법한 내용을 희망차게 만들면 어쩌자는 거냐고요.
다 때려치고 농가로 내려가고 싶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면, 성공해서 좋겠네요. 하지만 난 속지 않아요. 그런 밝고 희망찬 세상은 아무리 사실적으로 그려도 판타지라는 거 알고 있다고요. 그래도 은수저가 그냥저냥 기대없이 봤다 좋은 엔딩과 좋은 내용에 반해 열심히 즐긴 작품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작품이라는 말을 받을 가치가 있어요. 잘 봤습니다. 2기도 기대할게요.
PS.
'살기 위해 도망쳐도 괜찮아.' 같은 내용은 이십세기 소년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은수저에 나오니까 그냥 좋은 말이다 헤헤 이러면서 넘길수가 없네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그게 좋은 작품이라는 증거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의도치 않은 불편함을 유도한다면, 내가 비뚤어진 거겠죠. 좋은 말입니다. 좋아하는 말이고요. 새겨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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