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미 베이비 재밌는데
2013.10.20 18:26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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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엔딩 댄스와 리드미컬한 '젠장, 젠장'과 판매량 685장…이었나 686이었나 어쨌든 그 숫자로 기억하는 작품입니다.
나는 이거 재밌으니까 기억해요. 1화를 처음 봤을 때 부터 이거 정말 재밌다 이러면서 봤었어요. 자주 말하는 뻔하면서 좋은 것 중에 하나인 거죠.
전에도 말 한 거 같지만 이런 그…아즈망가 대왕 이후로 양산 됐다고 하는 네컷만화 일상물 뭐 이런 것들이, 보기에는 전부 비슷비슷 하면서도 사실은 서로 다른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거든요. 원작은 안 봤지만 킬 미 베이비도 킬 미 베이비 만의 색을 갖고 있죠.
우선, 이 적은 등장인물을 꼽고 싶네요. 킬 미 베이비는 등장 인물이 정말 적어요. 내가 본 것들은 아무리 중심인물이 적어도 네 명은 되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케릭터를 추가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킬 미 베이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이 되는 건 두 명, 한 화에 인물이 많이 나와봤자 네 명 정도죠. 그마저도 역할을 맡아서 나오는 케릭터는 네 명이고, 나머지 잠깐 나왔다 다시는 안 나오는 애들은 전부 같은 남녀 성우 분께서 돌아가면서 맡았죠.
보통 이렇게 등장인물이 적은 건 3분짜리거나 예전에 가짜 이야기 칫솔내기 편에서 밖에 없었는데, 이건 24분 13화 내내 이렇습니다. 그렇게 만들었는데도 딱히 안 지루한 게 대단하다 싶네요.
또, 나는 설정도 꼽고 싶네요. 여기서 나오는 닌자, 킬러는 무슨 그런 설정으로 놀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 이런 게 아니라 진짜로 킬러고 진짜로 닌자에요. 애니메이션에서도 한 번 이상은 일을 했다는 묘사가 나오고요. 이런 나름 참신한 설정은 작중에서 그냥 개그 소재로 쓰이고 말지만 나에게 괜히 진지한 생각을 불어넣습니다.
나중에 이 둘이 이별하게 되면 대체 어떤 식으로 헤어지게 될까. 왜 소냐는 어쩌다가 야스나와 친구가 된 걸까. 아기리는 사실 소냐를 감시하기 위해 이 학교로 온 게 아닐까. 뭐 이런 쓸데없이 진지한 망상을 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볼 만화가 아닌데도 말이에요.
개그도 재밌죠. 그냥 '야스나 → 바보' '소냐 → 허당' '아기리 → 사차원'으로 정리하고 넘어가면 바로 모든 개그 패턴이 파악되는데도, 그게 참 재밌어요.
짤린 케릭터 개그 같은 건 다른 작품에서 나오면 '별로…쟤 짤릴 만 하잖아?'이러고 트집을 잡을 거 같은데 킬 미 베이비는 얘가 나오기만 해도 킥킥거리고 있습니다.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정말 불쌍하고, 그 불쌍한 게 웃겨요. 왜 나를 괴롭히는 거 좋아하는 애로 만들지.
어 그리고…다시 보면서 느낀건데, 이게 뭐라고 해야하나, 작품이 진행 되면서 변하는 게 느껴져요.
아니 그러니까, 연재하는 만화라는 게 원래 연재가 진행되면서 점점 바뀌잖아요. 끝까지 봤다가 처음으로 돌아가면 1화가 마치 다른 작품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거요.
킬 미 베이비는 원작을 충실하게 옮긴건지 뭔지 그런 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도 느껴집니다. 분명 1화에서는 이렇게 행동 했던 게 나중에는 없던 일로 바뀌고, 소냐와 야스나의 관계가 그냥 밋밋한 친구였던 거 같더니 갑자기 소냐가 엄청나게 야스나를 귀찮아 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런 거요.
물론 소냐가 1화에서 이미 야스나에게 빠져서 그 애정을 숨기기 위해 점점 거칠게 구는 강도가 심해지는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아…그 밖에는 할 말도 없네요. 이건 이렇게 길게 글 쓸 내용이 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니에요. 그냥 한 번 보고 ㅋㅋㅋ 이런 다음에 넘어가면 된다고요.
케이온이나 이런 거에서 고딩을 너무 로리하게 그린 덕분에 러브라보 같이 비교적 진실되게 중딩을 묘사한 만화가 얘들 왜 이렇게 삭아보이냐 소리를 듣는 거죠.
싸 보인다고 재미 없는 게 아니에요. 적게 팔렸다고 노잼노잼인 게 아니라니까요. 킬 미 베이비는 재밌어요. 그건 확실합니다.
시간 되면 한 번 확인해보세요. 그럴 가치는 있는 만화니까요.
PS.
다시 보니까 팀 포트리스 2에 나오는 스파이랑 너무 닮아서 웃겼습니다. 킬러 혹은 스파이 하면 이런 이미지다 이런 건 어디서부터 파생된 걸까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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