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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쿠루스 카나코

2013.11.30 13:27

Libra 조회 수:1039

네타  

컴퓨터 정리하면서 텍스트 파일 훑어보다가 발견



예전에 한창 오레이모 포터블 할 때 번역했던 듯?



역시 카나코쨩은 진히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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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뿔싸.. 무심코 말을 걸어 버렸다. ‘two shot 대화’로 어떻게든 얼버무리지 않으면..

“저, 저기 그게..”

“오, 오빠.. 뭐 하시는 거에요!”

“뭐야? 혹시 아야세랑 같이 온 녀석이야?”

“그, 그런 셈이지.”

“헤에~ 흐음… 그럼 혹시 말야. 남친이야??”

“아냐, 아니라구. 전혀 아냐. 남친 같은 거 아냐.”

“……………….”

“그렇겠지? 전혀 안 어울리니까 말야.”

남이사!

“음…….. 어딘가에서 본 거 같은데.. 저기, 너 말야. 카나코랑 만난 적 없어?”

“야, 진짜 기억 없어? 자, 이제 알겠어? 이 꼬맹아.”

난 머리카락을 전부 들어올려 올백머리를 해 보였다.

“아아앗!! 넌 그때 그 매니저!”

뭘 숨기랴. 난 이 녀석의 일일 매니저로서 메르르 이벤트에 참가했던 적이 있었다.

“드디어 생각 났냐.”

“생각났어, 생각났다구! 하지만.. 어라? 당신 그때 카나코한테 성희롱한게 사무소 사람들한테 들켜서 해고된 거 아니었어?”

“누구냐! 너에게 그런 실례되는 헛소문 퍼뜨린 녀석은!?”

“아야세지.”

“아, 아야세……!!”

“어, 어쩔 수 없었잖아요. 좋은 변명이 잘 떠오르질 않아서요..”

“그래도 말이다..”

“저기 말야.. 너 왜 그런 때 카나코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어?”

“응?”

“그렇게 했으면 ‘매니저는 저한테 성희롱 같은거 하지 않았어요.’ 라고 말해 줬을 텐데 말야. 바보같긴~”

“너…….”

“그거야 뭐.. 미래의 슈퍼 아이돌 카나카나코의 엉덩이를 만진 건 수만 번을 죽어도 갚을 수 없는 거지만 말야. 해고될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야, 성희롱 건이 사실이었다는 듯이 말하는 건 그만 둬. 난 무죄라고!”

“하지만 카나코의 엉덩이..”

“안 만졌어!”

“그랬나? 뭐, 어찌 됬든 상관없지만..”

이, 이 녀석… 여전하구만..

“음.. 그렇다는 건.. 매니저 당신도 카나코의 무대 보러 와 준 거야?”

“응, 그래. 뭐니뭐니 해도 난 너의 팬 제 1호니까 말야.”

거짓말이지만.

“흐음.. 꽤 의리 있잖아? 그렇다면 관계자 사람들이 앉는 자리에 앉게 해 줄게.”

“오, 그래도 괜찮아?”

“당근! 맡겨만 두라구! 히힛, 카나코의 무대.. 라이브로 보면서 잘 응원해 달라구.”

“그래, 힘 내!”

그리고..

“’스타더스트 ☆ 위치 메르르’ 시작해요~”

“우효오옷!! 카나카나코가 드디어 왔다!!!!!!!!!!!!!!”

카나코는 꽤 굉장한 무대를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다. 메르르의 이벤트에 대해 완전히 모르던 나도 달아 오를 만큼이었으니 말이다.

“나 참.. 내 주변엔 정말 굉장한 연하 애들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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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이 여름 코믹쇼가 끝나고 언제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름방학도 앞으로 15일 정도 남았다. 자, 뭘 하며 보낼까..

딩동

“네~”

“안뇽~”

카나코인가..

“어서 와, 키리노는 없긴 하지만.”

아침부터 아야세가 와서 어디로 같이 놀러 갔거든.

“이히힛, 알고 있다구. 것보다 오늘은 키리노가 아니고 키리노의 오빠한테 용무가 있거든요~”

“어, 나한테?”

이 녀석이 나한테 무슨 용무가 있다는 걸까? 라는 걸 속으로 생각하고 있자니..

“또 만났네, 매니저 씨~”

“으겍..!?”

이, 이 녀석..

“하항.. 역시 그런 거였구나.”

들켰다..! 무슨 일이냐, 이 꼬맹이는 바보라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기 말야. 이거 대체 무슨 일이야? 히힛..”

“이, 이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서 말야..”

“어째서 키리노의 오빠랑 매니저 씨가 같은 사람인 거야~?”

“으극…..”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아야세의 부탁으로 가짜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 라는 진실이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까딱하면 이 녀석에게 키리노의 취미까지 들키게 되 버릴지도 모른다. 제기랄.. 난 정말 바보다. 어째서 그 때 이 녀석의 앞에서 정체를 말해 버린 걸까..

“흐음.. 사정이 있는 모양이구나? 히히, 별로 난 매니저 씨의 사정 따윈 흥미도 없고~ 이대로 잊어줄까 하고 있는데 말야~”

심술궂은 얼굴 하고서 말야..

“하지만~ 그래 준다면 뭔가 보답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알았다구. 난 뭘 하면 되는 거야?”

“말이 잘 통하잖아~”

제멋대로인 여동생님 덕에 너희들이 말할 만한 건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됬다구.

“뭐, 어쨌든 이름이나 갈켜 줘.”

“쿄스케야. 코우사카 쿄스케.”

“그럼 쿄스케, 어쨌든 밥이나 사 줘. 당연히 네가 사는 걸로.”

만나자 마자 반말이냐? 아, 처음에도 그랬던가? 하여튼..

“알았어, 알았다구..”

난 그리 중얼거리며 심술궂은 이 망할 꼬맹이를 잘 모셔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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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카나코느은… 햄버그 셋트랑~ 과일 파르페랑~ 시라타마 안미츠랑~

(시라타마안미츠 : 일본에서 파는 디저트 중 하나, 우뭇가사리를 깍둑썰기 한 후 하얀 떡과 크림, 당밀, 과일 등을 얹은 디저트. 팥빙수에 얼음을 빼고 우뭇가사리를 넣었다고 보면 되겠네요.”

“적당히 좀 먹어라, 너무 많이 시키는 거 아냔? 이 돼지야.”

“뭐? 지금 너 뭐라고 했어?”

“이것저것이것저것 잘도 주문하고 말야. 적당히란 말을 모르는 거야? 맨날 그렇게 먹으니까 넌 배가 펑퍼짐하게 나오는 거라고.”

“펑퍼짐..이라고 하지 마! 저기 말야, 너.. 지금 자기 처지를 알고나 있는 거야?”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밥도 사 주고 있는 거잖아, 감사나 하고 있으라고.”

“그게 아니고.”

“뭔데.”

“모처럼 카나코가 약점을 잡았다는 거니까 말야. 좀 더.. 뭐랄까 이렇게.. 호스트 같은 태도로 접대해 줬으면 좋겠는데.”

“너, 진짜 굉장한 말을 하는구나..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욕망을 입에 담는 녀석은 내 여동생 말고 니가 처음이다.”

“카나코는~ 내가 말하는 거라면 뭐든지 들어 주는 남자를 원했다구~”

쪼그만 꼬맹이 주제에 왜 이렇게 까져 있는 거람..

“숙녀를 상대하고 있는 거니까, 말투도 좀 조심해야 하는 법이라구.”

“풉..”

숙녀래 ㅋㅋㅋㅋㅋㅋ

“뭐, 뭘 웃는 거야!”

“아니아니, 안 웃었어. 안 웃었어.”

“거짓말 하지 마! 웃었잖아! 봐봐! 지금도 그렇게 푸풉, 거리고 웃고 말야!”

“하하하, 카나코 님 정말 귀여우시네요~”

“애, 애 취급 하지 마!!”

“지금 건 주인님 접대를 해 주고 있는 거야. 난 카나코님에게 지명당한 호스트니까 말야.”

“태도가 너무 건방져, 그런 호스트가 세상에 어디 있어? 젠장.. 뭐냐고 너 대체. 매니저 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쪽이 네 위에 있다는 거 몰라!?

“그러니까 말하고 있는 거 제대로 듣고 있잖아,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드는 건데?”

정말 알 수 없는 꼬맹이구만.

“으그윽.. 아, 증말! 나 짜증 지대로야! 크림 소다랑 치즈 케이크도 추가!”

“짜증이 지대인게 아니고 배고픔이 지대인거 같은데?”

“각오하라구! 네 지갑 같은 건 텅텅 비게 만들어 줄 테니까 말야!”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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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잘 먹었다~”

굉장해.. 방금 주문한 걸 전부 먹었다. 내 돈……..

“잘 먹었습니다, 쿄스케 씨~”

“너 지금 ‘굶어 죽은 귀신’ 같은 배때지 돼 있다..”

“여자애한테 그런 말은 좀 아닌 거 아냐?”

“속은 괜찮나, 하고 걱정하고 있을 뿐이야.”

“흥, 이 정도는 내 여유분이라구.”

“그리고 또 살찌는 것도..”

“뭐?”

“아무 것도 아냐.”

“흥. 야, 쿄스케.

“응? 뭐야?”

“다음에도 자주 불러 낼 테니까, 알고 있겠지?”

“뭐? 지금 밥 사 줬잖아?”

“아, 그래? 흥..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은 거야~? 카나코는~ 왠지~~ 입에 채워진 지퍼가 자꾸 느슨해 질 것만 같아~~”

“알았어~ 알았다고! 젠장..”

이런이런.. 정말 귀찮은 일이 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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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걔가 말한 대로 나는 카나코에게 계속 자주 불려 가게 되었다.

“저기.. 상담할 게 있는 데..”

“오, 오랜만에 듣는데? 그 말.”

“농담할 기분 아냐.”

“알았어. 자, 무슨 상담이야?”

땀을 흠뻑 흘리고 있는데.. 그렇게 심각한 일인가?

“아야세가……. ‘시스시스’ 를 빌려달라고 해 왔어.”

“푸웁….. 진짜?”

“진짜.”

“……………….”

“…………….. 저기.. 어떻게 하면 좋을 거라 생각해?”

“으.. 음………….”

어찌 그리 어려운 질문을 던져 오는 건지.. 아야세 녀석.. 혼자서 ‘오타쿠 극복작전’을 계속 해 왔던 것인가.. 참 끈기 있는 녀석일세.

“비, 빌려 줘 보는 게 어때?”

“무리인 게 당연하잖아! 것보다 왜 아야세가 ‘시스시스’ 에 대해 알고 있는 거야!? …설마 네가 말한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잖아?”

미안해요 키리노, 내가 말했어요. 하지만 아야세도 한번은 ‘시스시스’를 해 봤으니 괜찮은 게 아닐까?”

“시험 삼아 전연령판이라도 빌려 줘 보면 어때?”

“괜찮을려나…….”

“그건……”

따르르릉

“아, 미안 잠시 전화좀. 여보세요?”

“쿄스케~? 나야 나.”

“너 말이다…….”

“잠깐 나랑 쇼핑 좀 같이 가 달라구~”

이번엔 나에게 옷이라도 사 달라고 할 셈이냐?

“언제?”

“뭐~? 지금 당장인 게 당연하잖아.”

“지금 당장이라니.. 저기 말이다. 나한테도 예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라구.”

“아, 그렇게 말해도 괜찮은 거구나~ 매니저인 쿄스케 오빠~ 카나코는 상처입고 말았어요오~~”

“아, 네! 알았다고요! 지금 가면 되잖아!”

아… 이거야 원.. 본격적으로 귀찮은 녀석한테 걸려 버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미안, 키리노. 잠깐 나갔다 올게.”

“뭐!? 내 이야기 아직 끝난 거 아니거든!?”

네 비밀을 지켜 주기 위해서라고!

“아야세라면 괜찮을 거야, 그 앤 네 친구니까.”

“적당히 둘러대서 말하지 마!”

‘서두르라고’ 란 전화인가? 제기랄..

“그럼 안녕, 키리노!”

“잠깐…!”

“하아.. 하아.. 하아..”

“늦다고~ 몇 년이고 기다리게 할 셈이냐, 임마?”

“그렇게 화낼 줄 알고 이렇게 전속력으로 뛰어 왔잖아? 아직 그때부터 10분도 안 지났다고!”

“안 돼, 이제부턴 카나코가 호출하면 5분 내에 뛰어올 것. 알았어?”

“내가 어디의 빵셔틀이냐 임마!”

“히히히, 자 가자!”

“…왜 팔짱을 끼고 그래?”

“상이야, 상~ 호스트에게 주는 나의 상. 히히~ 기쁘지?”

“…별로.”

“무리해서 숨길 것 없어~”

“무리 같은 거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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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슬슬 돌아갈까? 아~ 진짜 힘들었어~”

“그렇게 놀아 대니 당연하지..”

옷은 사지도 않고.. 오락실에서 돈은 다 내게 하고..”

“거 참 돈 많이 드는 여자구나, 넌..”

“오늘은 고마웠어~ 다음에 또 놀자~”

“이제 두번 다신 안 놀거야.”

“그런 힘 빠지는 소리 하지 말라구~ 저기~ 저기, 쿄스케?”

“응?”

“사랑해~”

“그려그려, 나도 사랑한다.”

네가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고 내 지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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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

“그랴.. 근데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영화 보러 가자!”

“어휴……….”


“야, 그 태도는 뭐야? 이런 귀여운 애한테 영화 보러 가자는 말을 들었으니 좀 더 기쁜 표정을 지을 순 없는 거야?”

“저기 말야.. 뭔가 이거.. 데이트 같지 않냐?”

“……….. 뭐, 뭐!? 기분 나쁘게 뭔 말을 하는 거야! 뭐, 확실히 요즘은 너랑만 계속 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넌 내가 고용한 호스트일 뿐이야. 잊었어?”

“….알았다구..”

“알았음 됐어, 그럼 오늘 볼 영화는 이거야.”

그렇게 말하고 카나코는 나에게 팜플렛을 꺼내 보였다.

“…….연애물이잖아.”

“그, 그게 보고 싶었다구. 불만 있어?”

“없다고. 없어, 없습니다. 불만 같은건 하나도 없슴다, 카나코 님~ 자자, 빨리 팔짱이라도 끼고 영화나 보러 가자구요~”

“뭣, 건방진 말 하지 마 이 로리콤 자식아! 이전에 건 그냥 열심히 한 상으로 해 준 것 뿐이고 매번 서비스해줄 수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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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재밌었어~ 저기, 그런 거 진짜 좋다고 생각 안해? 그렇지? 좋다고 생각하지?”

“너.. 그런 비현실적인 연애영화 좋아했구나.”

…너무나도 의외의 사실을 알았다.

“내, 내가 그러면 안 돼?”

“아니? 안 될건 없지? 로맨틱하고 여자애 답다고 생각해.”

“……….시끄러. 현실엔 그런 관계의 커플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알고 있어. 그런 거.. 만들어 낸 이야기에 꾸며낸 것 투성이라는거.. 하지만.. 그게 좋은 거야.”

“……헤에.”


“남자도 여자도 엄청 착하고, 서로를 엄청 좋아하고,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거. 만들어 낸 얘기론 그게 딱이잖아?”

그 때만큼은 카나코가 나보다 어린 꼬맹이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보다 성숙한 어른의 여자로 보였었다.”

“너 말야, 남자 친구 있었어?”

“뭐야~ 신경 쓰여~?”

“뭐, 그렇지.”

“…흐음..”

카나코는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먼 곳을 쳐다보았다.

“없어.”

“……….뭐?”

“…….뭘 놀라고 그래?”

“연애경험은 엄청 많을 줄 알았거든. 키리노한테 네 무용담은 엄청 듣고 있으니까 말야.”

“아, 어차피 걔가 말한 건 남자랑 들러 붙어 있었던 거나 밥 얻어먹고 있던 장면 이야기겠지?”

“뭐, 그렇지..”

“그런 건 남자친구라고 할 수 없지, 그냥 놀아 주고 있는 것 뿐이라구.”

……….위험해.

“그러니까.. 남자 친구는 있었던 적 없어.”

“흐음..”

“…안심했어?”

“내가 왜?”

“헤헤헷”

“어흠.. 적당히 하라고, 그런 거 위험하잖아. 잘 모르는 남자랑 둘만 있게 되는 그런 거.. 아, 그거 내가 말할 만한 건 아니구나..”

그야 말로 지금 나는 카나코가 ‘놀아 주고 있다’ 라는 거니까 말야..”

“꺄하하, 완전 꼰대냄새 쩌는 말투야!”

아, 그래.. 내가 생각해도 아버지가 말하는 듯한 말투라고 생각했어.

“이제.. 두번 다시 안 할거야.”

“뭐?”

“지금은.. 나의 충실한 호스트가 있으니까 말야.”

“그거 다행이네.”

카나코는 나에게서 멀어지며 양팔을 지는 해를 향해 쭉 뻗었다.

“아~~~ 재밌었어~~ 카나코도 그런 거 한번 해 보고 싶다~

“그런 거라니 뭘?”

“키스.”

“푸웁..”

“여기라면 사람도 많고, 아까 영화 장면이랑 똑같지 않아?”

카나코가 말하는 씬은.. 석양이 지는 중 뜨거운 키스를 했던 그 씬을 말하는 것이었다.

“……..해 볼래?”

“할 거 같냐!?”

“괜찮잖아? 가볍게 말야, 어때?”

“안 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거 같냐!?”

“사실은 하고 싶잖아? 이런 기회 살면서 두번 다시 없을 수도 있다구?”

“안 해!”

“칫, 분위기 파악 한번 되게 못하네. 그럼, 명령이야.”

“뭐, 뭐라고?”

“키스 안 해주면 다 말해 버릴 거야.”

“너…….. 그래, 니 멋대로 해라.”

“에, 엣?”

“말하고 싶으면 다 말해 버리라고! 사람을 바보로 아나, 더 이상 못 해먹겠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그런 거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뭣….. 너 이자식!”

“뭔데?”

“바보야! 너 따위 이제 몰라! 각오해 두라고!”

“아, 야!”

뭐야, 쟤 대체?” 근데 큰일 났네.. 말하고 싶으면 다 말해 버리라고 말해 버렸으니 말야..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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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카나코한테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고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몇 일이 지났다. 그리고..

“어서 와..”

“안녕하세요~ 키리노 있나요?”

“키리노라면 방에 있어, 들어 와.”

“실례합니다~”

“…………..”

평범하게 놀러온 거…지? 라고 생각했던 난 바보였다. 왠지 걱정돼서 주스를 들고 키리노의 방으로 갖고 갔는데..

“키리노~ 주스랑 과자 갖고 왔어.”

거기선 나의 상상을 뛰어 넘는 장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헤에~ 그렇구나~”

“읏……”

“키리노는 오타쿠였구나~”

“헙…”

대체 어떻게 되 먹은 상황이야, 이게!?”

“아, 키리노네 오빠.. 안뇽~ 지금 말야, 키리노한테 오빠가 어째서 카나코의 매니저 일을 했는 지 질문해 온 상황인데~ 그랬더니 키리노 녀석 멋대로 자폭 해 버려서~ 여러가지 들어 버렸다구~”

“그,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니까!”

“엥? 하지만 그 때의 우승 상품..  메르르 어쩌고 피규어였나? 그거 지금 키리노가 갖고 있잖아~? 아야세가 선물해 준 그거 말야.”

“그,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까.. 그건……”

키리노.. 이 무슨 거짓말에 서툰 녀석이란 말인가. 카나코는 내가 매니저를 했던 걸로 약간 떠 봤던 것 뿐일 텐데.. 내 여동생은 자기 무덤을 파서 오타쿠에 대한 취미 전부를 자기 입으로 떠벌렸다는 것이다.

“키히힛, 포기하라구. 이미 다 들춰 진 일이니까 말야~”

“이제 그쯤 해 둬라.”

“아, 아직도 있었어? 넌 빠져 있으라고, 이 둔탱아.”

이 녀석.. 그 때 일로 아직 삐져 있던 건가.. 어떻게든 내가 정리를 해 주고 싶지만.. 좋은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키리노가 입을 열었다.

“……..라고, 생각해?”

“뭐?”

“그러니까.. 내가 오타쿠면 이상하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뭐? 그건 당연하잖아?”

이 망할 꼬맹이 자식.. 아무런 돌리는 말도 없이 직설적으로 내뱉었어!

“왜냐면 그건 카나코의 무대를 보러 오는 그 오타쿠 녀석들하고 똑같다는 거잖아? 키리노.. 너, 진짜 토나와.”

“…….으읏!”

“야!”

“뭐야? 뭘 그리 화내는데? 역겹다는 걸 역겹다고 하는데 뭐가 잘못이야?”

“하지만 말이다!”

“것보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빨리 말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여름 코믹쇼때 내 무대에 좋은 자리 준비 해 줬을 텐데.”

“엣?”

“그러니까.. 너 좋아하잖아? 그 메르르.. 왠지 카나코는 그 메르르랑 엄청 닮았다고 해서 말야.. 코스프레하고 무대에 올라가면 엄청 기뻐한다구, 그 메르르 팬 오타쿠 녀석들이 말야.”

“그, 그게 아니고!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평범하게 대해 주는 거야? 아까 너 나 보고 토 나온다고 했잖아?”

“아니, 그래도 친구니까.”

“………..카나코..”

“아아~ 요즘 너가 카나코를 보는 눈이 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구. 묘하게 추잡스럽기도 했다고. 그런 거였구나.. 하고 지금 알았어. 진짜 토나온다구. 혹시 이게 키리노가 아니었다면 나 지금 당장 절교해 버렸을지도 몰라. 그것 뿐이야.”

“………………”

“………………. 풋,”

난 카나코의 머리에 손을 얹고 쓱쓱 쓰다듬었다.

“으왓!? 뭐 하는 거야 갑자기!”

“…..남자답구나, 너. 꼬맹이 주제에 말야.”

“뭐야 그게, 바보 취급 하는거야!?”

“그런 거 아냐. 앞으로도 키리노 녀석, 잘 부탁한다.”

“….흥.”

쿠루스 카나코. 난 이 녀석을 약간 오해하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

따르르릉

“여보세요.”

“…….나야.”

“너구나, 핸드폰으로 전화 걸어 온 것도 오랜만이네.”

“………..응.”

“또 데이트 가자고 전화한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저기 말야……..”

약간 상태가 이상했다.

“왜 그래?”

“……아직, 화 나 있어?”

“응? 무슨 말이야?”

“이 전에.. 키스 안하면 다 말하겠다고, 명령 했던 거..”

“아, 그거?”

“미안해..”

무,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이 녀석? 기특하게 말야..

“이제 화 다 풀렸어.”

“……..진짜?”

“그래, 진짜로.”

“다행이다..”

이렇게 순순히 있으니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그럼 다음 명령이야~”

“어차피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키히히힛”



카나코가 내린 다음 명령이란 것은 또 다시 내가 매니저가 되어 무대에서 서포트를 해 주는 것이었다. 덤으로 카나코는 지금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나 참.. 묘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째서 내가 이런 데에서 ‘여동생의 친구’ 가 옷을 다 갈아 입는 걸 기다리고 있는 건지..

가만히 있는 것도 지루해서 옷 갈아 입는 중인 카나코에게 말을 건네 봤다.

“야.”

“뭐야~?”

“왜 날 또 불러낸 거야? 내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야.”

“꼭 그런 것도 아니니까 그런 거야.”

“뭐?”

“네가 없어진 채로 몇 번 정도 무대에 올라가 본 적 있었는데, 역시… 있는 편이 좋아.”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 그러고 보니 메르르 무대 이번 달 들어서 두번째였나?”

“응, 왠지 새로운 시리즈가 나온다고 해서 말야.”

“헤에.. 브리짓은 같이 안 하는 거야?”

“같이 해, 내 대기실 옆의 대기실에 있어.”

“왜 대기실이 서로 따로따로인거야?”

“내 알바 아니지.”

“흠, 하지만 참 이상하네, 지금까진 같이 있었는데 말야.”

“……..시끄럽네, 어찌 됬든 좋잖아? 그런 건.. 그렇게 브리짓하고 만나 보고 싶은 거야? 역시 너 엄청 로리콤이구나?”

왜 화나 있는 거지, 이 녀석..

“어디 보자, 이런 정돈가? 짠~ 어때?”

흐음..

“그 의상이 제일 잘 어울리는 건 틀림없이 너 혼자일 거야.”

“뭐, 그렇지~ 우헤헷. 그렇게 칭찬하지 말라구, 쑥스럽게~”

“메르르는 초등학생 설정이지만 말야.”

“야. 이래 뵈도 성장하고 있다구!”

“어디가?”

“뭣.. 자, 잘 보라고 자!”

전신을 내보여주는 듯한 몸짓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카나코.

“자, 봐봐!”

그런 야한 옷 입고 그런 짓을 하면.. 아, 이러니까 이 녀석은 꼬맹이라는 거야.

“봐 봐!”

이 녀석을 상대로 흥분을 할 리는 없지만.. 이 광경을 누군가가 보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오해를 사게 되고 말 것이다.

“이제 좀 적당히.. 어라? 너, 너….”

“응?”

“가슴 약간 커진 거 같은데?”

“뭐, 진짜??”

“그래, 아주 약간이지만 말야.”

“신난다!!!!!!!!!! 우유의 힘은 위대해~~~~~~~~~~~~~~~~~~~~~~ 야호! 야호! 역시 카나코의 성장기는 이제 시작되는 거였구나! 하핫, 두고 보라구. 그 녀석들! 히히힛!”

“잘 됐네.”

“응!”

“예이!”

“예이!”

즐거운 듯이 하이파이브를 교환했다.

“진짜 기분 쩐다~~ 아하핫~ 뭐, 아직 좀 작긴 하지만.. 앗! ………………..으읏.. 야, 임마! 어딜 보고 있던 거야!”

“니 가슴이지.”

“그렇게 확실히 말하지 마! 이 로리콤 녀석아!”

“누가 로리콤인데? 아스팔트 껌딱지 가슴따위엔 흥미 없거든요~”

“…..뭣! 말해 버렸구나..”

“했는데 어쩌려고?”

“흐응…”

“뭐, 뭐야..”

“그럼 진짜인지 어떤지 확인시켜 줄게, 자. 손 내밀어 봐.”

“뭐라고?”

“알았으니까, 자.”

“야, 야?”

“뭣! 나, 나한테 어딜 만지게 하는 거야, 임마!!”

“히힛, 역시 동요하고 있잖아?”

“으그윽.. 너, 말야…… 그건………….”

“카나코 같은 꼬맹이한텐 흥미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아니면 진짜 로리콤인 거야?”

“아, 아냐!”

“그럼 상관없잖아? 음후훗~”

“다, 다가오지 마!”

“에에~ 어째서~ 저기 말야~ 쿄스케~ 쿄스케는 카나코 싫어~?”

“으읏!? 노, 놀릴 생각 마!”

그럴 리가.. 난 단언코 로리콤 따위가 아닐 터인데! 제기랄! 그런데 어째서 카나코 따위한테 두근거리고 있는 거냐고!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거리가…..”

“그야 내가 가깝게 하려고 하니까 그렇지. 얼굴… 빨갛다구?

“너, 너도..”

“……………”

“……………”

뭐, 뭐야? 이 묘한 침묵은….

“…꿀꺽..”

“풉.. 꺄하하하핫!!”

“..엑?”

“뭐야, 그 얼굴은? 설마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허둥대고 말야~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니깐~ 역시 로리콤이야?”

“크윽….. 너, 너란 녀석은.. 너란 녀석은……… 이제 적당히!!

덜컹

“헙!?” X 2

“카나카나코~ 슬슬 나갈 차례야~….. 어라? 으에엣~~~~~?”

“지금 좀 바쁘거든? 좀만 기다려 봐.”

“브, 브리짓… 아냐, 아니라구! 이건 깊은 사정이!!”

“죄, 죄송해요!”

“…………………”

“………………..”

“야! 빨리 비켜!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엄청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상황이잖아!”

“별로 상관없어, 다른 사람들한테 착각인 채로 있어도.”

“뭐!?”

“차라리, 진짜 해 버리면 돼잖아?”

Ending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해 버렸어..”

“너, 너… 너………”

“저기 말야. 이전에 일도.. 지금 것도.. 넌 계속 내가 놀리고만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말야. 난……… 바보니까.. 그런 거 할 줄 몰라.. 전부.. 내 진심이야. 난 쿄스케 널.. 좋아해.”

너무도 갑작스런 고백에 내 머리는 멈춰 버리고 뜨겁게 붕 떠 있기만 했다. 카나코의 입에서 나온 진지한 말이 내 마음을 점점 녹여 갔다.

“처음 만났을 때 일, 기억해?”

“…..최악의 첫만남이었던 기억이..”

“헤헤, 뭐 그렇지.”

“’평범하다.’ 라던가, ‘십년 후엔 중소기업의 과장이나 하고 있을 거다.’ 라며 엄청 뒷땅 깠었잖아.”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잖아.. 어쨰서 이렇게 된 건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니까..”

“……….”

아무래도 난 엄청난 로리콤 중증의 병자가 되어 버린 듯 했다. 새빨개진 얼굴로 중얼거리는 카나코의 얼굴을 바라보며 공교롭게도 이런 생각을 머리에 담았다.






‘내 여동생의 친구가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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