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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케이온 명작론!?

2011.04.22 01:35

asdf 조회 수:191

네타  
영원한 떡밥이자 모애 애니계의 거성 케이-온!
밑에 명작의 정의에 관한 글이 올라와서 생각난김에 올려봄.
재탕이ㅣ긴 한데 그런건 신경쓰지 않도록 하겠스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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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낛시성이 있는 것 같은데, 케이온이 명작인지 아닌지를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한번 써볼게.



우선 내가 생각하는 명작이란,
1. 작품 평가의 기준에서 최상급인 요소가 하나 이상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 부분도 그에 준하는 상급에 해당하거나
2. 다른 모든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몇몇 부분이 특출나게 뛰어난 작품이야.

(모든 부분이 적당히 좋거나 썩 괜찮은 정도인 작품은 명작까지는 될 수 없고 수작이라고 생각해.
다른 작품들과 나란히 섰을 때 비교우위를 점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주 특별한 장점이 없다면 이미 형성된 기존 명작들의 집단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2번에 이의가 있는 사람을 위해서 설명하면, 음악에 있어서 100대 명반.. 뭐 이런 거 뽑을 때 보면 평가 기관에 따라서 순위가 천차만별이다?
작품에 주안을 두는 소구점이 다르기 때문인데 여튼..
보면 다른 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데 후대에 미친 영향을 가늠하는 척도인 역사성 하나만으로 명반 대열에 오른 음악도 있지(섹스 피스톨즈처럼...).
이런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넘어갈게.

작품의 위상을 분류하면 대충 이렇게 되겠네.
1. 10명이 봤을 때 5명이 100, 나머지 5명이 95의 감동을 받는 작품 ㅡ> 최고 명작
2. 10명이 봤을 때 10명이 90의 감동을 받는 작품 ㅡ> 최고까지는 아니어도 어쨌든 명작
3. 10명이 봤을 때 10명이 80의 감동을 받는 작품 ㅡ> 나름 잘 만든 작품. 수작
4. 10명이 봤을 때 7명이 70, 나머지 3명이 100의 감동을 받는 작품 ㅡ> 최소한 3번보다는 낫다. 명작



예술 감상에 있어서, 아니 모든 일에서 중요한 건 본인이 원하는 걸 정확히 파악하는 거야.
속이 안 좋아서 입가심할 것을 찾는 사람한테 일류 요리사가 만든 '객관적으로 맛있는' 중국음식을 갖다 주면... 그 사람은 분명 훌륭한 음식을 먹었지만 좋은 말은 안 하겠지?
(저렴한) 사이다 한 캔을 마시면 투입한 비용은 낮은 반면 그 사람의 만족도는 높아지겠고.

애니메이션 감상에 있어서도 내가 말하려고 하는 건 같아.
자기가 원하는 걸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서 남들이 재밌다고 말하는 애니를 보고도 불만인 사람들이 있는 거지.
본인은 해당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일을 할 때 목적을 정확히 설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덧붙일게.

예를 들어서 나는 바쁜 생활 속에서 긍정적인 감정과 즐거움을 얻으려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편이야. 주로 밝은 분위기의 해피 엔드를 선호하는 거지.
음울한 색채의 작품은 아무리 재밌어도 볼 때 약간 망설이게 되고, 그 애니를 봐서 실제로 얻는 만족감도 가리는 거 없이 잡식성인 사람들에 비해서 떨어지게 돼.

여기서 주관적인 평가랑 객관적인 평가를 헷갈리면 안 되는데,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 작품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는 거야.
만약 객관적으로 10점 만점에 9점짜리 애니를 봤는데 내 취향이랑 맞지 않아서 내 마음속에서는 7점밖에 줄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한테 조언할 때는 7점이 아니라 9점이라고 말해줘야 되는 거지.
[남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점수]와 [내가 좋아하는 점수]를 따로 매긴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가장 이상적인 것은 두 종류의 점수를 모두 공개하고 나한테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은 점과 그 이유, 추천할 사람과 비추천할 사람을 나눠서 적어놓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겠다, 라는 거임.



이런 견지에서 [케이온이 갖춘 장점은 무엇이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답은 아마 다들 알고 있거나 한번쯤 생각해본 걸 거야.
1. 높은 캐릭터성
2. 뛰어난 작화
3. 새로운 팬층을 만들기에 충분한, 그리고 성우가 직접 불렀다는 점에서 플러스가 되는 (나름) 양질의 삽입곡
4. 치유물보다 더 치유물스럽고, 개성이라고 하기에는 폭넓게 널리 인정받는 케이온만의 분위기

여기서 중요한 게 4번인데, 2번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1번과 3번은 이미 대중의 반응(음악의 경우 오리콘 1위)을 통해서 충분히 검증됐다고 생각해.
치유적인 케이온 고유의 분위기를 설명하기 전에, 케이온을 본 사람은 자기가 케이온을 볼 때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한번 떠올려 봤으면 해.
팍팍 때려부수는 액션물이나,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드라마, 마치 자신이 작품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희노애락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만드는 로맨스......
케이온을 볼 때 이들 장르의 작품을 감상할 때 취하는 자세를 하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
얼굴에 힘을 주고 긴장하고 보기보다는 아마 한 편을 보는 30분 내내 눈이 풀려서 실실 웃으면서 본다고 하는 게 맞겠지.

타이트하게 짜여진 갈등관계를 지어내는 액션이나 로맨스 같은 작품들도 카타르시스를 통해서 정화 작용을 하게 되므로 치유의 속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어.
그렇지만 나는 일반적인 견해와 같이 흔히 [치유물]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정신적인 노곤함 같은) 마음의 일부 독소를 해독하는 과정이 다른 장르와 다르고 효과 또한 독보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상물은 치유물과 공통되는 부분을 (액션 같은 타 장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지고 있고 그래서 치유계 작품을 따로 분류하는 작업이 의미가 있다고 봐.
그리고 케이온은 그런 측면에서 뛰어난 치유계 작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케이온이 치유물로서 높은 위치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1번, 그러니까 캐릭터성에 있는 것 같아.
드라마나 연애 계열 작품에서 감상자에게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이해시키려면 캐릭터의 매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 중 하나겠지?
보다 공감할 수 있고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이니만큼, 밋밋한 등장인물이 나왔을 때보다 작품 내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
자의적인 분석에 따르면 케이온이 큰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이면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어.



객관적으로는 수작으로 평가받는 정도가 한계인 케이온이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보편적인 게 아니라 적어도 이 계열에서는 명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결론이야.

글이 횡설수설 꼬이기 시작하는데, 요약하면 글의 요지는 이거야.

1. 명작의 기준은 다양하다. 어느 하나만 특출나게 잘해도 명작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냥은 안 되고 그 작품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2.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로 추구하는 바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뛰어난 점 하나만으로 명작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최고 장점 하나가 일부 사람에게는 다른 걸 다 커버하고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케이온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고 일상물이 갖춰야 하는 미덕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따라서 치유 효과도 덤으로 따라온다.
이는 사람에 따라서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호불호가 갈리는 명작쯤으로 치부해도 아주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 정도?



객관적으로 뛰어난 작품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아니고, 사람마다 경험과 감성의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서 명작의 스펙트럼을 좀 더 늘려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내용임.

제아무리 셰익스피어라고 해도 별로 감명깊게 읽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 봐...라고 이해해 주면 고맙겠네요 ㅎ
(사실 그래서 제목이 '케이온이 명작인 이유'가 아닌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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