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음악 추천: 엠마 OST
2011.05.27 07:52
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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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jpg](/files/attach/images/181/418/363/de67a5c431f5ef7fc5c5a574f26658a8.jpg)
한줄요약: 귀찮으면 마지막 문단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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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작품 <엠마>의 사운드트랙은 온라인 게임 아이온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한 양방언 씨가 작곡한 음악입니다.
본 음반은 피아노 솔로와 챔버 오케스트라 수준으로 편성이 작은 연주곡으로 구성돼 있는데, 정작 추천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멜로디도 좋고 편곡도 다 좋지만, 아시는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고 이 음반을 추천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음질입니다.
보통 (미니 컴포넌트 같은)저가 오디오에서 좋게 들리는 녹음은 신품 가격이 전체 시스템 기준으로 약 3천만원 이상인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는 허접하게 들리고, 이런 고가 오디오에 걸어서 좋은 소리가 나는 녹음은 게인이 약간 높거나 소리가 너무 정확하다보니 두리뭉실 넘어가 주는 미덕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급한 미니 콤포 같은 데다가 걸면 뭐가 좋은지 모르는 소리가 나오거나 아니면 더 나쁘게 들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이나 EMI 같은 업계 1, 2위를 다투는 굴지의 대형 음반사들에서는 전자의, 어디서나 그럭저럭으로 들리는 음질 경향을 지향하고 있는데, 따라서 정말 좋은 녹음은 주로 마이너 레이블에서 나오는 경향이 큽니다. (다만 DG는 전반적인 녹음 자체의 퀄리티가 높은 편입니다.)
특히 여담으로 EMI는 요즘 자사 음반의 상당수를 담당하는 음향 감독이 귀가 형편없다고 죽도록 까이고 있는 중인데..;;; 위에 설명드린 것으로 미루어 그 비판의 주체는 당연히 고급 오디오 사용자들이 되겠고, 음반사 측에서는 또 나름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음반의 녹음 수준을 평가할 때는 4가지 분류를 사용합니다.
1. 음질이 정말 심각하게 나빠서 음악을 감상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의 녹음
ㅡ> 경험상 10% 정도
2. 어디서 틀든 그냥 무난하게 들리는 녹음. 마이크가 미세 배음을 잡아내지 못해서 정보량이 딸리고 배경이 깨끗하지 않지만 크게 흠잡을 데도 없다
ㅡ> 시중에 있는 음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비율은 대략 60% 정도. 대중음악에서는 보통 이 비율이 적용되며 오디오 애호가들의 주요 레파토리인 클래식과 재즈에서는 조금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3. '어? 이거 괜찮네'라는 생각이 드는 녹음. 제작에 있어서 약간의 트릭이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단계. 낮은 고음역의 위상을 약간 뒤틀어 놓는다던가, (기타 오디오 기기 제작에도 흔히 쓰이는 수법이지만) 낮은 저역(80hz 이하)를 급격히 롤오프시키고 100hz 언저리를 부풀려서 얼핏 저음이 풍성하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 그것. 이 단계의 녹음들은 시스템을 약간 가리는 경향이 있으나 결과물이 괜찮은 경우 그럭저럭 수긍하고 넘어가게 된다.
ㅡ> 20 ~ 25%
4. 매우 뛰어난 녹음. 음질을 평가하는 어떤 잣대를 갖다 대도 떨어지지 않는다. 어설프게 좋은 3단게보다 밸런스적으로 뛰어나며 따라서 시스템도 비교적 덜 가린다.
ㅡ> 전체 음반의 5 ~ 10%에 해당한다. 고음질 전문 레이블의 카탈로그 중에서도 소수에 불과. 대중음악은 음반 제작의 특성상 컴프레션이 가해지기 때문에 다이내믹스가 손상을 입고, 이 수준의 음반을 발견하기가 정말 어려움
위 분류에서 3번과 4번을 보통 오디오파일급 녹음이라고 하는데, 제 경험으로 엠마는 그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순위에 랭크됩니다. (오디오파일이란 오디오 매니아와 동의어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소개하는 엠마 OST는 정말 놀라운 음질을 발휘합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음반을 뒤지다가 이런 수준의 CD를 만나게 되는 건 행운이고, 제 경험으로는 애니메이션 음악 가운데 이것만큼 음질이 뛰어난 CD를 본 적이 정말 드뭅니다. 아니 보다 강력하게 표현해서 이것을 능가하는 것을 찾으라면 단언하건대 없습니다.
이 음반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는 음향적인 훌륭함이 어느 정도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꼭 고급 오디오로 듣지 않아도 음악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좋습니다.
음질은 비슷하나 제 취향으로는 개중에도 1기 사운드트랙이 가장 괜찮게 들렸는데, 뭐 다 좋으니 하나씩 구해서 들어보시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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