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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이로하 13화에 대한 몇 가지 단상

2011.06.28 20:33

asdf 조회 수:274

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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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로하에서 본 장르 개념

'꽃이 피는 첫걸음'은 드라마다. 여기서 드라마란 당연히 비하적인 의미로 쓰이는 주말 연속극 따위가 아니라 장르 일반으로서의 드라마를 뜻한다. 따라서 각 편 사이의 유기성과 상관관계가 보다 강조되는 쪽에 속하고, 이런 사항들이 충분히 고려되었을 때 비로소 '작품을 이해했다', 또는 '제대로 봤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이로하 내에서 8화부터 13화까지는 사실상 한 편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무리해서 감기에 걸린 오하나가 빠진 킷스이소의 일상을 그린 10화는 자체로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주인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던 킷스이소를 본래 궤도―'손님은 똑같이 소중하다'―로 돌려놓는다(8~9화)는, 누구보다 큰 활약을 했으며 이미 킷스이소의 일원이 된 오하나가 남 모르게 여관 내에 있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는 극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킷스에소에 대한 잡지의 혹평에 분개한 오하나가 기사에 항의하기 위해 도쿄에 가서 겪는 일들(11~12화), 그리고 결과적으로 설득당한 사츠키가 여관 킷스이소의 진실한 가치를 알아준다(13화)는 내용은 일관적으로 오하나의 정신과 내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서사성(드라마성)은 작품 내에서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관련을 얼마나 강조하느냐, 즉 중심 전개 하나만 가지고 쭉쭉 밀어붙이는지 아니면 작품의 다양한 면이 종합돼서 통일된 전체를 이루는지가 관건이 된다.
등장인물의 심리가 잘 표현되고 전개가 막힘없이 흐르는 느낌을 줄 수 있을 때 플롯 구성이 유기적으로 될 수 있다.

좋은 이야기에는 항상 자연스러움이 전제되어 있다. 작품에서 드라마적 특성이 발휘되는 것으로 비로소 극에 생명이 부여되고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게 된다. 서사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작품이 개연적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는 개연성의 파괴를 일부러 목적하는 ('고상'의 의미가 배제된)예술적인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면, 갖추는 것이 언제나 미덕이 되는, 말하자면 작품의 평가 요소 가운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되는 구성 성분이다.

본디 필수적인 요소의 결핍이 장르를 정의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보기 드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2) 오하나와 코우이치의 관계

서로 사랑하는 두 연인 사이에는 대개 순탄한 행로가 보장되지 않는다. '편하게' 사랑하는 경우는 오히려 흔하지 않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거나 오해로 토라지기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역경을 딛고 현실의 장애를 극복해서 골-인 지점에 입성하는 것이 대부분의 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소꿉친구 관계인 오하나와 코우이치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들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해 보인다. 원래대로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코우이치가 오하나와 새로운 사랑의 상대 앞에서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즐겨 사용하던 말인 드라마틱으로 대변되는 '(심정적으로)막 나가는' 10대, 친구지만 종종 의중을 짐작하기 힘든, 때때로의 독특함으로부터 나오는 매력을 보유한 소녀에서 현실인, 생활인, 그리고 심지어 직업인으로 변화된, 이면이 단순화된 중대한 태도 변화를 겪은 오하나는 이전의 우월한 지위를 상실했다.
서점의 아르바이트에서 오하나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함으로써 그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러나 근원적이며 결정적인 원인은 둘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졌다는 데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실제로 만날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듦에 따라 기억이 흐려지고 따라서 그를 오하나에게 묶어두고 있던 속박의 효과가 약해진 것이다.
사츠키가 말한 차였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오하나는 소꿉친구에게 거절당한 게 아니라 남녀를 잇는 보이지 않는 실의 장력(곧 완급)을 조절하는 어장 관리에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코우이치가 휴일을 이용해 지방에 내려왔다가 결국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것이다. (성급한 판단이었지만) 그 일로 그는 그녀가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상대라고 결론내렸다. 곧 오하나는 밀땅에 실패한 결과 내버려진 것이다.

코우이치는 아직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며, 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와의 관계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오하나가 도쿄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그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킷스이소의 동료들과 자신의 일을 그만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오하나가 그녀가 확실히 답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코우이치를 괴롭게 만든 책임을 느끼고 있는 이상, 두 사람이 연인 관계가 되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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