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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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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고된 전설의 시작.

 2009년 6월 20일, 일본에서는 전세계를 휩쓴 대작 '트랜스포머'의 후속작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이 개봉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트랜스 포머의 흥행 1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1주일 뒤인 2009년 6월 27일, 우연히도 트랜스포머와 똑같은 입장의 후속편 영화가 개봉하였다. 그리고 그 영화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일컬어 지던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누르고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게 된다.

 

그렇다. 그 영화가 바로,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파- (YOU CAN (NOT) ADVANCE) 이다.

 

 

-2년의 공백, 그 기다림은 결단코 길지 않았다.

 에반게리온 -서-가 공식으로 한국에서 개봉한지 어느새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미 에반게리온-서-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낼 수 있는
수익중에서는 꽤나 좋은 수익을 냈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속편의 개봉을 기대해왔다. 솔직한 말로, 필자는 에반게리온-서-의 속편이 한국에서 개봉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왜냐하면, 흔히 한국에서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이렇다 할 흥행성과를 내기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청소년 혹은 성인층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전편을 계승한 후속편의 개봉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어디까지나 영화사나 배급사는 수익이 나길 원하니까. 그러나, 우리는 고작 2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드디어 이끌어내고 말았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의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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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곳을 바라보는 이카리 신지, 그가 바라보는것은 과거인가, 아니면 미래인가.)

 

 

 

-에반게리온,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떨리는 이야기.

 필자에게는 특이한 징크스가 있다. '에반게리온'에 관해서는 다른 평가 혹은 리뷰에 비해 썩히 좋은 글이 나오질 않는다는 징크스 인데, 이 징크스의 이유는 내가 지독히, 그것도 '유전자 레벨에 각인된 에반게리온 마니아' 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에반게리온은 완전체, 그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는 아직 찾지못하였다. 그리하여, 필자는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시리즈를 '탐탁지 않은 반가운 초대' 라고 표현하곤 했다. 나에게 있어서는'완전한'이야기가 잘못 건들여져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그것만큼 안타깝고 슬픈 일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에반게리온 -서-'에서는 알 수 없었다. 에반게리온 -서-는 TV 연재분의 총집편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이번 '에반게리온-파-' 에 거는 기대는 정말 최고조에 달했고, 오늘 언론인 시사회를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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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현역, 아야나미 레이)

 

 

-그래서 과연, 재미있는 영화였는가?

 단언코 말하겠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는 당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애니메이션 가운데 '전설'이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가 될 것이다. 에반게리온 -서-는 TV 연재분을 즐겨 보던 팬들에게 약간 아쉬움이 남았을 내용이라면 이번 -파-는 드디어 이야기가 본편으로 접어들어서 진정한 '신 극장판'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단 한장면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화려하디 화려한 영상미와 작화는 이미 극에 달한다. 영화에 이보다 더 좋은 평가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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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그리고 소녀들의 이야기.

 당신이 생각하는 에반게리온은 어떤것인가? SF로봇물? 인류의 미래를 장엄하게 표현한 판타지물? 나는 소년 소녀들의 성장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TV판을 비롯한 전작의 소년소녀들은 매 회를 거듭할수록 사도들과 싸우고, 어른들의 세계에서 철저히 '이용 당하는 측'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소년과 소녀는 시간이 흘렀다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좀 더 성숙해진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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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좀 더 성숙해진 이카리 신지의 모습)

 

-신지. 그의 이야기.

 에반게리온 -서-의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번 시리즈에서 신지는 전작과는 다르게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이제 더이상 그를 '찌질이' 취급하는건 그에대한 모독이라고 생각 할 정도로 멘탈적인 부분에선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 더이상 그는, 전작의 신지처럼 누군가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불행한 소년이 아닌, 자기 자신이 직접 모든걸 선택하고 소중한것을 지킬 수 있는 바람직한 소년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나, 이번 에반게리온-파- 에서는 그의 선택이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시리즈 내의 신지의 모습을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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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변화, 그러나 난 그것이 좋다. 아야나미 레이)

 

-레이. 그녀의 이야기.

 이번 에반게리온 -파- 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가 보이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전작의 레이를 생각하고 영화관을 찾는다면, 아마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를것이다. 감정이 없는 인형같던 그녀는 이제, 더이상 인형이 아닌 '인간' 아야나미 레이를 보여준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정말 놀랐던 부분은 그녀의 감정표현이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백만불짜리 미소'라고 불리웠던 그녀의 미소가 이번 작품 내내 쉴새없이 보여졌고, 또한 혼자 외로히 고고하게 있는 그녀라는 캐릭터 성을 버리고, 그녀는 사람들과 섞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감정표현 역시 굉장히 직설적으로 한다. 감독이 정말로 '에반게리온'이라는 소스를 전혀 다른모습으로 그려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나보다. 라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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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아픔, 어찌보면 이번 시리즈의 최대 피해자인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

 

-아스카. 그녀의 이야기.

 아마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사모하고 아끼는 캐릭터 이건만,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그녀의 희생을 원했다. 가장 많이 피해를 입고, 가장 많이 아픔을 받으며, 가장 많이 힘들어 하는 캐릭터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가장 변하지 않은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녀는 여전히 도도하고, 여전히 자신감에 가득 차 있으며 여전히 아픔을 간직하고 등장한다. 다만, 그녀 역시 조금은 변화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녀역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직설적이다. 또한, 그녀역시 타인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것을 참지 못하지만, 이번에는 그녀 역시 자신이 주도적으로 친구를 사귀려 하고 되려 남의 영역에 침범하기도 한다. 어떻게보면 그녀가 이번 -파-에서 숨겨진 주역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녀가 주역인것은 팬으로서 정말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지만, 팬으로서그녀가 좀 더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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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수께끼의 소녀, 마키나미 마리)

 

-마리. 그녀의 이야기.

 마리는 이번 신 극장판 시리즈에서 추가된 캐릭터이다. 저번 '에반게리온 -서-' 시절부터 꾸준히 광고는 해왔지만 정작 -서-에서는 전혀 출연하지 않아서 더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던 캐릭터인데, 이제서야 공개가 되었다. 그러나, 조금은 아쉬운 공개였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그녀의 출연 비중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초반부 약간과 후반부 약간,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그녀에 대한
의문은 전혀 풀리지도 않고 그저 쌓아두기만 하고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 약간 의아한 생각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리라는 캐릭터 자체를 평가절하 할 순 없다. 분명, 숨은 비밀이 있는만큼 그녀는 매우 매력적이다. 아마도, 이번 -파-의 주역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캐릭터가 '아스카'였다면, 후속편인 에반게리온 -Q-에서는 그녀가 주역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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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가 그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을 줄이야..)

 

 

-애니메이션이 사라져도 영원히 남을 그 이름, 에반게리온.

 필자는 이번 에반게리온 -파-의 개봉은 참 남다른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에겐 마치 오래전에 소식이 끊긴 친구가, 성장을 해서 새로운
얼굴을 하고 다시 찾아온 기분이랄까, 참 묘한 기분이다. 물론 이 기분은 나 뿐만이 아닌 여러사람이 공유하는 기분일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연하지 않은가? 적어도 대한민국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문화가 양지의 한 귀퉁이에 있는것 조차 금기시 되던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이젠 당당하게, 그것도 꽤 많은 개봉관 수를 가지고 첫번째도 아닌 후속편을 개봉한다니, 얼마나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가.

 

한 소년의 소박한 꿈, 에반게리온을 한국의 극장에서 거리낌 없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그 꿈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당신의 꿈은, 현실이 되었는가?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는 그 해답을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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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리뷰는 네이버 영화 '에반게리온-파' 네티즌 리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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