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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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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고 싶었던 늑대의 슬픈 울음소리, 인랑(人狼)

2011.04.26 23:17

모순나선 조회 수:1333 추천:1



이번에 리뷰 할 작품은 인랑이다.
1999년, 공각기동대로 세계에 재패니메이션의 위엄을 널리 알린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실사영화 시리즈 (붉은 안경. 86년),(케르베로스-지옥의 파수견, 91년)의 뒤를 잇는
케르베로스 3부작중 세번째 작품이다.
공각기동대이후 3년간 오이시 마모루 군단이 80억이 넘는 제작비와 3년의 제작기간, 천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해 만든 세계적 초특급 실사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이다.
그런 거대한 스케일의 인력과 오이시 마모루 절정의 능력이 잘 결합되어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1995년 공각기동대를 제작하여 가히 일본의 힘 있는 제작사로 발돋움한 프로덕션 IG 의 제작 역시 대단한 명작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데 한 몫을 하였다.
공각기동대가 디지털적 성향의 애니메이션 영화라면 인랑은 아날로그적 성향 애니메이션 영화라 할 수 있는데 두 작품 모두 디지털,아날로그 라는 각각의 장르에서 세월이 흘러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명작의 자리를 확실히 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이시 마모루 감독을 굉장히 좋아한다.
오이시 마모루 감독은 일본 애니계에서도 매니아 층이 상당히 많을 정도로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서 탈피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실험적 애니메이션을 제작,
동시에 심오한 철학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접목시키는 작품들으 많이 제작했다. 그래서 오이시 마모루 감독에게는 애니메이션계의 작가주의자라는 별명이 붇기도 한다.
그렇기에 일본 애니사에 있어서 절대 빼놓아선 안될 감독 중 하나 라고 생각한다.
그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보고있노라면 일반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거우면서 진지하며
현실적이면서 몽환적인, 그것들이 서로 모순되면서도 그것이 정말 아름다운 한쌍의 느낌으로 승화되어가는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느낌은 아마 오이시 마모루 감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애니에서 느낄 수 있는 난해하고 철학적 내용의 진정한 의미를 애니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고
자칫하면 그냥 넘어가버릴 장면 하나 하나속에 진정한 주제를 조금씩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를 통해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고 싶다면 그의 애니를 두 번이상 집중해서 보게 된다면 한없이 평범한 장면에서도 애니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리라 확신한다.
어렵고 심오한 철학적 내용으로 인해 머리에 고통을 느끼며 그의 작품을 한 번 봤다면 그의 작품을 아마 30% 정도 이해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의 대단함은 그 애니를 두 번, 세 번 그 이상 계속 반복해서 보았을 때 진정으로 점점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듯한 내용의 이해와 더불어 소름끼칠정도로
현실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나와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애니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것이다.



그런 위대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만든 인랑 또한 그의 독특한 애니메이션적 능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두 거대 정부조직이 나라를 강권적으로 다스리고 있는 근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인랑은 한 정부조직에서 만든 전의경출신으로 이루어진 특기대로써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그리기 시작한다.
반 정부주의자들로 이루어진 일반 시민 테러리스트가 일으키는 게릴라적 테러행위를 제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특수기갑부대.
그 특기대로 살아가는 한 남자앞에 가방폭탄을 가진 테러리스트 소녀가 나타난다.
다른 특기대요원이였다면 가차없이 소녀를 죽였을 터, 하지만 그는 폭탄의 스위치를 당기는 그녀를 끝내 막지못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되며 고통스러워하던 남자는 테러리스트 출신의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 소녀가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은
소녀의 언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고통스러운 그의 마음을 안아주려는 듯 정부부처의 사주를 받고 계획적으로 그에게 접근한다.
다가오는 여린 소녀의 손을 잡아주려는 남자, 인랑(人狼).
그의 떨고있던 손이 잡은 총에서 한 발의 총성이 높은 하늘에 울려퍼진다.

인랑 작품 내내 무겁고 어두운 색채의 영상과 대비적으로 잔잔하게 조금씩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유명한 동화 '빨간두건'이다.

『빨간 두건

옛날에 엄마를 7년동안이나 보지 못한 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 소녀는 항상 철로 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소녀는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네 옷이 낡아져서 닳게 되면 틀림없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소녀는 자기 옷이 빨리 낡아져서 닳아지도록 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벽에 기대어 자기 옷을 문질러 닳아지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결국 소녀의 철갑 옷이 뜯겨져 나갔다. 소녀는 약간의 우유와 빵과 치즈와 버터를 들고 엄마의 집으로 길을 떠났다.

 

숲 속에서 소녀는 늑대를 만났다. "거기 가지고 있는 게 뭐니?"라고 늑대가 물었다.
"우유하고 빵과 치즈와 버터 조금이요"라고 그 소녀는 대답했다.
"그 중에서 좀 줄 수 있어?"라고 늑대가 물었다. 소녀는
"안돼요. 당신께 드리면, 엄마한테 드릴 게 거의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늑대는 소녀에게 머리핀 모양의 길과 바느질 바늘모양의 길 중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물었고,
소녀는 머리핀 모양의 길로 정했다고 대답했다.
이에 늑대는 서둘러 바느질 바늘모양의 길로 먼저 가서는 그 소녀의 엄마를 잡아먹어 버렸다...

 

소녀가 드디어 엄마 집에 도착했을 때, 소녀는 소리쳤다. "엄마! 문 열어요!"
"들어오렴! 문은 열려 있단다." 늑대가 대답했다. 하지만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결국 소녀는 구멍을 통해 집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엄마! 정말 배고파요!"라고 소녀는 소리쳤다. "장롱 속에 고기가 있으니까 그걸 먹으렴." 하지만 그것은 늑대가 죽인 엄마의 육신이었다.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선반 위로 뛰어 오르더니 소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혹시 입 속에 있는 그 고기가 엄마의 육신인지 알고 있니?"
"엄마, 여기 고양이 한 마리가 선반 위에 있는데, 내 입 속에 있는 고기가 엄마의 살이라고 하네요."
늑대는 "피, 다 거짓말이야!"라고 대답했다. "고양이한테 네 신발을 던져 버리렴." 소녀는 고기를 다 먹고 나자 목이 말랐다.

 

"엄마, 목말라요!" "여기 냄비 안에 포도주가 있으니까 그걸 마시렴."하고 대답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 와서는 굴뚝 위에 내려 앉았다. 그 새가 소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 포도주는 네 엄마의 피야. 넌 지금 엄마의 피를 마시고 있어."
"엄마, 여기 새 한 마리가 굴뚝 위에 앉아 있는데, 내가 엄마 피를 마시고 있다고 하네요."
늑대는 "네 모자를 그 새한테 던져 버리렴."이라고 대답했다.


소녀는 고기와 포도주를 다 먹고 나자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갑자기 피곤해져요."
"이쪽으로 와서 좀 쉬려무나"라고 대답했다. 소녀는 옷을 벗고 침대로 다가갔다.
그 엄마는 모자를 얼굴 깊숙이 가리고 있어서 아주 이상하게 보였다.
"엄마, 왜 이렇게 귀가 커요?" "응, 너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잖니!"라고 모자 속에서 대답이 흘러 나왔다.
"엄마, 눈은 왜 이렇게 커요?" "너를 더 잘 볼 수 있잖니!"라고 대답했다.
"엄마, 발톱은 왜 이렇게 커요?" "너를 더 잘 움켜쥘 수 있잖니!"라고 대답했다.
"엄마, 이빨은 또 왜 이렇게도 커요..."  





-그리고 늑대는 빨간 두건을 먹어치웠다.』


인랑 작품 속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가 바로 이 '빨간두건' 이라는 짧은 동화속에 다 들어있다 생각한다.
늑대는 늑대일뿐, 인간일 수 없다는 것.
끝내 조직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조직이 부리는 늑대로 살아가는 삶.
그 속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현대 인간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함과 잔혹함.
조직의 늑대로써 살아가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가슴 시리도록 느껴지는 안타까움, 잔혹한 인간의 본성, 현대시대의 여러가지 비윤리적 문제점들.
인랑(人狼), 아아.. 그것은 한번만이라도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었던 늑대의 이야기.
1999년도 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쯤은 꼭 인식하고 있어야 할, 아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한 조직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자주성은 물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현실을 잔혹할정도로 현실적으로 그린 명작 영화라 생각한다.

빨간 두건의 피를 입에 머금은 채 피눈물을 흘리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마른 하늘에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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