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리뷰 - 꽃들에게 희망을
2012.06.17 22:11
안녕하세요. 너무 오랫동안 눈팅갤러 생활만 해서 무슨 글이라도 하나 올려야만 할 것 같지만, 요새 휴덕중이라서 애니글 대신 독서감상문이나 올리려고 합니다. 손 좀 봐서 겸사겸사 수시 원서에 첨부하기도 하고요. 스포도 아니고 그냥 책을 성실히 분석할 생각이니 주의하시고요, 쉽고 좋은 책이니까 이 글을 읽기 전이든 읽고 나서든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라요. 10분이면 다 읽지만 내용은 알차지요. 그림책은 전부 유치하다는 편견을 가진 나갈러는 안 계시겠죠?
이 리뷰는 눈 아프게 기니까 시간이 좀 많거나 랭겜 져서 멘붕하신 분만 읽어 보세요. 저 스크롤이 첨부 파일도 없이 100% 창작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니까요?
책 제목 : 꽃들에게 희망을(Hope for The Flowers)
작가 : 트리나 폴러스(Trina Paulus)
작가 서문 :
나에게 나비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도와준
이 세상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이 이야기는
자신의 참 모습을
찾기 위해
많은 고통을 겪어온
한 마리 애벌레의 이야기입니다.
그 애벌레는 나 ── 우리들 자신입니다.
사랑을 드리면서
트리나
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니신 분들이라면 국어 시간에 반드시 이런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모든 우화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나비가 등장합니다. 애벌레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고치도 나오죠. 애벌레들은 자기들끼리 말을 나누고, 나비도 아마 자기들끼리 말을 나눌 겁니다. 애벌레는 나비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가 우화임은 확실하지요.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작가 서문에 나오듯이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과 곤충을 엮을 때 매번 나오는 비유, 애벌레가 고치를 거친 다음 나비로 변하는 이야기지요. 아무리 문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한 번은 보았을 이 흔하디흔한 비유를, 작가는 무엇을 노리고 차용한 걸까요? 그리고 어째서 이 책은 '식상한' 구도를 가지고서 세계적인 명작으로 꼽히는 걸까요? 수험생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문학 분석, 제가 직접 해 보겠습니다.
(그림책이지만 그림은 안 올립니다. 사서 보세요. 안 읽어 보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는 정리합니다.)
제 1장 :
옛날에 한 마리 작은 줄무늬 애벌레가 나뭇잎 위에서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애벌레는 태어나자마자 태양과 세상에 인사를 한 번 하고서, 자기가 태어난 나뭇잎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또 다른 잎을 먹으면서 점점 크게 자라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 그는 먹는 일을 멈추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먹고 자라나는 일 이상의 무언가가 삶 속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보다 나은 것을 찾아 자신을 키워 준 나무를 떠났습니다. 나무를 내려와 처음 만난 땅 위에는 온갖 새로운 것들이 있어서 그를 황홀하게 했지만, 그를 만족시킬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자기와 닮은 애벌레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몹시 흥분해서 그들에게 말을 걸어 보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전에 그가 그랬던 것처럼 먹는 일에만 빠져 있어서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고 다시 기어갔습니다.
어느 날 그는 수많은 애벌레들이 하늘 높이 치솟은 하나의 기둥을 향해 열심히 기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기둥은 서로 올라가려고 꿈틀거리는 수많은 애벌레들이 만들어낸 기둥이었습니다. 저 많은 애벌레들이 서로 올라가려고 애쓰지만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기둥을 보며, 그는 자신이 찾던 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옆에 있던 애벌레에게 저 애벌레들이 왜 저러고 있는지를 물어 보았지만, 그 애벌레는 다들 꼭대기에 올라가느라 바빠서 아무도 설명해 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냐는 질문을 듣자 그 애벌레는 자신도 잘은 모르지만 다들 저기에 올라가려고 달리는 것을 보면 분명히 좋은 것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대답을 해 준 애벌레와 주위에 있던 모든 애벌레들이 계속 기둥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기대와 혼란을 품은 채로 기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가 만난 기둥 속의 모습은 그에게 너무도 충격이었습니다. 다들 서로를 밟고 올라서려고만 해서, 줄무늬 애벌레는 이리저리 밀려나고 치이고 밟힐 뿐이었습니다.
제 1장 분석 :
줄거리 요약치고 너무 길게 썼네요. 필요한 문맥을 다 건지려고 하다 보니 대재앙이 벌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이해를 못 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분석하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열심히 분석하겠습니다.
서문에서 애벌레는 우리들 자신이라고 작가가 말했습니다. 갓 태어난 애벌레는 자라나기 위해서 마치 우리들이 모니터 앞에서 각종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것처럼 열심히 먹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뱃살이 증식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자라나지요... 는 헛소리고, 여튼 열심히 먹어서 자라난 주인공 애벌레는 어린 시절의 우리처럼 자신이 하루하루 똥만 싸는 기계 외에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고정된 환경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환경을 만나지요. 새로운 곳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지만 그것들은 애벌레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다른 아이들도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엄마! 나는 왜 살아? 나는 커서 뭐 해?" 엄마도 대답 못 해주는 질문의 답을 그리 쉽게 얻을 리가 없지요. 그래서 애벌레는 떠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하늘 끝까지 치솟은 경쟁의 현장을 발견하고, 다른 애벌레들이 모두들 뛰어드는 그 기둥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다가, 머리만 혼란스러워지고 은근히 기대도 되니 그대로 경쟁 속에 입갤하게 됩니다.(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서 이런 흐름으로 적어 놓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님은 아시죠?)
책이 어렵지 않으니까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제 2장 :
줄무늬 애벌레는 밟고 올라서며 깨달았습니다. 이 기둥 안에는 친구란 없고 오직 위협과 장애물들이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들이 자신을 발판으로 생각할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둥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도움이 되어 그는 상당히 많이 올랐다고 느꼈지만, 어떨 때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도 힘겨웠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 기둥을 왜 오르고 있는지 궁금해지고 참을 수 없이 불안해지자 그런 것은 모르고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며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때 그가 밟고 있던 작은 노랑 애벌레가 그에게 방금 뭐라고 말했냐고 물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고 말하며 얼버무렸습니다. 그러자 노랑 애벌레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도 그것이 궁금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또 누구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를 걱정하지 않으니 틀림없이 저 위는 좋은 곳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다시 얼굴을 붉히며 꼭대기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여기가 대충 중간 쯤이 아닐까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헤어져서, 다시 꼭대기를 향해 올라갔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이제 무조건 올라가기만 하는 행동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그녀를 밟고서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최대한 그녀를 피해서 올라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위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목에서 그녀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밟고 올라갔지만, 자기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서 자책과 의문을 떠올렸습니다. 저 꼭대기에 무엇이 있더라도 그녀를 이렇게 밟고서 올라갈 가치가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는 결국 다시 내려와서 그녀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그 날 너와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저 위에 있는 것에 대한 희망으로 이 삶을 참아 왔지만, 그 후부터는 그 희망이 사라져 버리고 이런 생활을 정말로 싫어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너와 함께 기어다니거나 풀을 먹는 그런 일이라고.
줄무늬 애벌레는 가슴이 두근거렸고, 이제 이 기둥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그녀와 같이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그는 서로 도와 주면 저 꼭대기까지 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중요한 건 그런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껴안고, 숨을 참고, 한참 동안 그저 그렇게 떠밀려서 내려갔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을 밟는 애벌레들이 느껴지지 않자 몸을 폈습니다. 눈을 뜨자 그들은 애벌레 기둥 옆에 나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껴안은 채로 어느 푸른 풀밭에서 낮잠을 잤습니다.
제 2장 분석 :
내가 줄거리를 쓰는 거야, 아니면 2차 창작을 하는 거야...
줄무늬 애벌레는 치열하고 난폭한 경쟁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위 애벌레들을 전부 바리케이드 겸 구름판 취급하기로 합니다. 같은 종족 취급도 안 하네요. 마치 중2병 시절의 우리들을 보는 기분입니다. 흐, 흐콰한다......
하지만 멀리뛰기 선수와 구름판의 관계로 만난 노란 애벌레 한 마리가 그를 바꿔 놓습니다. 주위 애들 따라서 경쟁에 물들어 가던 그를 만나서 한국 입시생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를 이야기합니다. 일종의 공감이지요. 그래서 다음에 만났을 때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구름판 취급하지 못하고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보게 됩니다. 그는 그녀와 대화하고,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둘은 숨쉴 시간도 없는 경쟁의 장소롤 떠나서 바닥으로 내려옵니다.
애벌레들도 연애하는데 너님은 뭘 하고 있나요
제 3장 :
그래서 그들은 즐겁게 지냈고, 살이 쪄 갔고, 서로를 사랑하였습니다. 다른 애벌레를 장애물 취급하지 않아도 되어서 기뻤습니다. 그들은 얼마 동안 꿈 속에 있는 것처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너무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이 시들해지자 줄무늬 애벌레는 삶에는 틀림없이 이것보다 더 대단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자 노랑 애벌레는 지난날 같이 있었던 기둥에서의 삶보다 지금이 훨씬 나음을 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둥에서 내려온 것은 잘못이라고, 저 기둥의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며 휴식을 취한 지금이라면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집과 사랑이 있는 지금의 삶이 외롭게 기둥을 오르는 삶보다 행복하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는 그녀의 확신이 대단하자 그녀의 말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기둥을 향한 그의 동경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그는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진 기둥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 기둥 주위에서 쿵, 하는 소리가 세 번 들리자 그는 놀라서 그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리가 난 곳에는 커다란 애벌레 세 마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두 마리는 이미 죽었고 한 마리는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그에게 말을 걸자 그는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단지 몇 마디를 말했습니다 .
저 꼭대기...... 그들은 보게 될 거야...... 나비들만이...... 라고.
그 말을 들은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 위쪽에서 애벌레가 떨어진 일과 그가 한 말들을 노랑 애벌레에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한동안 심각한 채로 말이 없었지만, 곧 줄무늬 애벌레가 직접 기둥을 올라서 꼭대기의 비밀을 밝혀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노랑 애벌레에게 같이 가서 도와 달라고 말했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그를 사랑했고 그와 함께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를 돕고 싶었지만, 그 꼭대기에 시련을 겪으면서 올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도 기어다니기보다는 위로 올라가기를 원했고, 그 기둥을 거치지 않으면 꼭대기에 오를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같이 가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바보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저 기다리는 쪽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그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이 갈 수 없었습니다. 꼭 기어 올라가야지만 꼭대기를 볼 수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가슴 아파하면서 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남겨두고 기어 올라갔습니다.
제 3장 분석 :
드디어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다는 드립이 나왔습니다.
서로 안고 뒹굴며 사랑을 나누던 벌레에게도 권태기가 찾아옵니다. 물론 남자에게만요. 여자는 지금의 소박하고 안정된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남자는 오르지 못했던 목표를 그리워합니다. 여자는 가지 말라고 열심히 설득하지만 남자는 죽은 애벌레의 말이 일으킨 호기심과 치열히 싸웠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참치 못해 경쟁에 뛰어듭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답을 내지도 못했는데도요. 기둥의 꼭대기에 올라서 얻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기둥의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남자는 기둥 속으로 들어갑니다. 여자는 본인도 영문을 모르는 직감 때문에 남자와 함께 가지 않지요. 그 직감은 아마 과거에 기둥 속에서 목적 없이 해멘 기억이 만든 거부감일 듯합니다. 사랑을 안 해 봐서 3장 분석은 자신이 없네요. 하지만 3장이 딱 드라마스럽다는 건 알겠습니다.
제 4장 :
줄무늬 애벌레가 가 버려서 쓸쓸해진 노랑 애벌레는 날마다 그 기둥으로 기어갔다고 밤마다 슬퍼하며 돌아왔습니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그 기둥에 들어가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를 발견하면 당장 그를 따라갈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매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바뀌지만 틀림없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거라며 혼잣말을 했고, 점점 감각과 흥미를 잃어 갔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늙은 애벌레가 실에 둘둘 감겨진 채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녀는 그의 안부를 묻고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이것이 사고가 아니라 나비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나비라는 말에 놀라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네가 되어야 할 바로 그것이야. 그것은 아름다운 두 날개로 날아다니며 하늘과 땅을 연결시켜 주지. 그것은 꽃에 있는 달콤한 이슬만을 마시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운반해 준단다. 만일 세상에 나비가 없어진다면 꽃도 곧 없어지게 될 거란다.
하지만 노랑 애벌레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과 당신에게서 보이는 것은 그저 애벌레의 모습뿐인데 어떻게 우리 안에 나비가 들어 있다고 믿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나비가 될 수 있냐고 묻습니다. 늙은 애벌레는 현재 애벌레로서의 상태를 기꺼이 포기할 만큼 날기를 바라면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예전에 보았던 애벌레 세 마리가 기둥에서 떨어져 죽은 광경을 떠올리고는 그에게, 현재의 상태를 포기하라는 말은 목숨을 버리라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너의 겉모습은 죽어 없어지지만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서 삶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고치는 피해서 숨는 곳이 아닌 돌아갈 수 없는 변화를 위해 여인숙처럼 잠시 머무는 곳이며, 고치 상태로 있을 때는 누구의 눈에도 변화가 보이지 않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뿐 나비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에게 나비가 되면 세로운 삶을 탄생시키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자 노랑 애벌레는 줄무늬 애벌레를 떠올리며 슬퍼했습니다. 늙은 애벌레는 네가 나비로 변해서 줄무늬 애벌레를 찾아가면 그도 네 모습을 보고는 변화를 바라게 된다고 그녀를 달랬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신이 나비로 변했을 때 줄무늬 애벌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으며, 애벌레 상태에서는 그래도 나름의 사랑을 할 수 있지만 고치 상태에서는 서로 어떤 사랑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자신이 아름다운 나비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아서, 거기에 하나뿐인 삶을 걸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녀는 나비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하는 그를 다시 보았습니다. 이제 그는 고치가 되기 직전 마지막 실을 뽑아 머리를 감으면서 소리쳤습니다.
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마침내 노랑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녀는 그 고치의 바로 옆에서 실을 뽑아 내기 시작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이런 실들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을 보니 어쩌면 자신에게도 나비가 될 자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4장 분석 :
노랑 애벌레는 사랑이 떠나고 혼자 남겨진 불쌍한 미망인이 됩니다. 남편이 퇴갤해 버리자 그녀는 이제까지 추구하던 가치들이 부질없다고 느끼며 좀 더 고정적이고 초월적인 가치를 찾아 고민합니다. 사실 참 힘들고 대부분 쓸모없는 결론을 내 버리는 고민이지요. 그러던 중에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하나 만나요. 그는 대체 뭘 하는 중인지 알 수 없는 짓을 하고 있어서, 언뜻 보면 좀 아픈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돼요. 그는 이 일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겪어 보지 않은 그녀가 그의 말을 믿기는 힘들어요. 겪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것도 이유가 있죠.
한 번 변화하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그런 모습으로 가는 과정은, 타인이 보기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스스로도 힘든 과정이에요. 또한 알지 못하기에 두려움을 부르는 과정이고요. 자신이 스스로 바라던 상태가 될 수 있을지, 변화가 끝나면 또 어떤 나비가 되는 건지, 아는 게 없어요. 두려움은 노력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감정이지만 최초의 도입을 가장 어렵게 하는 장벽이에요. 그렇지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도 노랑 애벌레는 늙은 애벌레의 격려를 듣고서 도전을 해 보기로 마음먹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 장애 요소와 도전을 막는 두려움보다 자신의 것이 될지도 모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선택하지요.
변화에는 그것을 추구하는 강렬한 소망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노력으로 바꾸고 타인의 의아해하는 시선을 받아들일 의지와 판단력이 필요해요. 적어도 책에서 대놓고 던지거나 암시한 내용은 이 정도죠. 뻔해 보이나요? 하지만 변화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 가져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아요. 그리고 변화의 조건에 이르는 과정은 정말 다양하니까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 것은 당신의 몫이죠.
제 5장 :
줄무늬 애벌레는 몸집을 길러 놓고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기에 기둥을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올라가는 동안 다른 애벌레와 절대로 눈을 마주치지 않기로 했고 노랑 애벌레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다른 애벌레들이 볼 때 그는 무자비하게 기둥을 기어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기에 다른 애벌레를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험난한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지쳐 있었습니다. 이 높이에서는 모든 기술을 발휘해야 간신히 제자리를 지킬 수 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아래로 미끄러졌습니다. 그들은 마치 고치 속에 숨은 존재들처럼 아무 말도 없이 서로 겉껍질을 맞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위에서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위에 있는 놈들을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올라갈 수 없겠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굉장한 압력과 진동이 느껴졌고 애벌레 몇 마리가 기둥 아래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그는 이전에 본 애벌레 세 마리가 어떻게 떨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 기둥에서 비밀스럽게 반드시 생겨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좌절했지만, 여전히 이 일이 꼭대기로 올라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때 그는 꼭대기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을 들었습니다.
야, 이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잖아!
이 바보야, 조용히 해! 저 밑에서 듣겠어. 저들이 올라오고 싶어하는 곳에 우리는 와 있는 거야. 여기가 바로 거기야.
줄무늬 애벌레는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저 아래에서 볼 때는 좋아 보였던 이곳이 실제로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사방에 이런 기둥이 있다는 소리를 듣자 분노까지 느껴졌습니다. 이 수많은 애벌레들이 오르는 기둥이 아무 데도 이르는 곳이 아니라니 분명 뭔가 많이 잘못되어 있는데,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는 노랑 애벌레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녀의 기다림이 용기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갑자기 주위 애벌레들이 들썩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저 위에 있는 애벌레들을 밀어 버리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것을 실행하기 전에 함성과 또다른 술렁임이 일었습니다. 줄무늬는 그들이 왜 그러는가 싶어서 가장자리로 나갔습니다. 그러자 한 마리의 날개 달린 노란 생명체가 기둥 주위를 빙빙 돌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말 멋있는 광경이었습니다. 기어서 올라오지 않고도 기둥을 끝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 노란 생명체는 줄무늬 애벌레를 알아보는 듯 보였습니다. 그 존재가 두 다리로 그를 잡아 당기자 그는 뽑혀져 나가기 직전에 몸을 움츠렸습니다. 슬픈 듯이 그를 바라보는 그 존재를 보며 줄무늬 애벌레는 기둥에 온 뒤 느끼지 못한 흥분을 느꼈습니다. 전에 떨어진 애벌레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말은 이상했었지만 이제는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저 존재의 눈에서 노랑 애벌레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었지만, 그는 기뻤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그녀가 자신을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내부에서는 또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도망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자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다른 애벌레들을 바라보지 않고 기둥을 오르기만 했던 과거를 보상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그 존재와 이야기하고자 했고, 다른 애벌레들이 미친 이를 바라보듯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제 5장 분석 :
애벌레 기둥의 비밀이 밝혀졌네요. 애벌레 기둥, 수많은 애벌레들이 달려들어 만든 경쟁의 장소는 끝까지 올라 봐야 아무 것도 없는 장소였습니다. 말 그대로 애벌레들만으로 이루어진 기둥일 뿐이었어요. 애벌레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것도 모르고, 최선을 다해 고민해 보지도 않은 채로 기둥에 뛰어들고, 그저 남들이 열심히 올라가니까 자신이 올라가야만 하는 이유가 없는데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경쟁 속에서 끝까지 오르는 애벌레들을 부러워하면서 다시 올라가지요. 누구도 기둥에서 내려가서 자신만의 장소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아요. 심지어 어디에나 있는 기둥인데도 이 기둥이 유일한 경쟁처라고만 생각해요.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추구하는 채로 잔인하고 냉정하게 경쟁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방황하는 고민을 현실적이지 못한 고민이라고 치부하면서, 어떤 행복도 이룰 수 없는 기둥을 올라가요. 그게 가장 어리석고 가장 현실을 모르는 행동인데도요.
애벌레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하실 텐데, 이게 당신의 이야기가 아닌지 제발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혹은 과거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고요.
기계처럼 기둥을 오르던 줄무늬 애벌레는 인간애(아니, 곤충애인가?)를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누구와의 관계도 맺지 않고, 오직 끝을 보기 위해서 기둥을 올랐습니다. 그러다가 끝까지 올라서 기둥의 비밀을 알고 멘!붕!하지요. 그는 과거를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그때 날개달린 노란 생명체(=나비)를 보게 됩니다. 그것은 기둥을 오르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모든 애벌레들의 관심을 끄는 아름다운 비행을 하고 있었지요. 나비는 그를 알아보고, 그는 나비에게서 노랑 애벌레의 모습을 발견하게 돼요. 그녀의 시선에 깃든 인간애, 나비들이 할 수 있다던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인간적이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고서 그는 기둥에서 도망치는 대신 다른 애벌레들에게 무자비했던 과거를 보상하기로 합니다. 그 대가는 미친 놈을 보는 듯한 주위의 시선이죠. 언제 애벌레들 사회에서만 이랬던가요?
제 6장 :
그는 기둥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온몸을 쭉 펴고 모든 애벌레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그들의 눈동자가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이 예전에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는 만나는 모든 애벌레들에게 꼭대기까지 올라가 봤지만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속삭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믿어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가 올라가지도 못한 게 샘이 나서 그런 말을 한다는 애벌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애벌레는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고뇌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응들을 보자 그는 애벌레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는 날 수 있단 말야! 우리는 나비가 될 수 있는 거야!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어. 그러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단 말야!
그들은 그의 대답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 자신 또한 놀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에 의해서 깨달았습니다. 올라가고 싶다면 기어서 올라가는 대신 날아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자신 안에 있을 나비를 상상하며 기쁨에 싸인 채 다른 애벌레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더 나빠졌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에 잠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의 시선을 본 그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만약 자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쩌지? 그는 내려가는 일에도 점점 힘이 들었습니다. 나비에 대한 꿈도 멀어져 갔습니다. 그는 자신감을 잃은 채 내려갔습니다. 자신의 꿈을 버릴 수도 없지만 믿기도 힘들었습니다. 어느 애벌레는 땅에 있으며 기어오르는 것이 자신들의 삶이며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 나비가 안에 있을 리가 없으니 현재의 삶이나 즐기자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의욕을 잃었습니다. 그는 삶에는 보다 충만한 것이 있는 거라고 속삭이면서 기둥을 내려갔습니다.
어느 날 드디어 그는 기둥을 전부 내려왔습니다.
제 6장 분석 :
인간애를 회복한 줄무늬 애벌레는 모든 애벌레들의 존재에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그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진실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들어 줄 만한 애벌레는 적어요. 타인(아니, 타충이지만)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과거의 그와 크게 다를 바 없지요. 그나마 들어 주는 애벌레들도 멘붕과 체념밖에 안 합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애벌레들에게 패기로 사자후를 지르면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믿으라고 희망전도사 노릇을 해 보지요. 근데 씹힘. 오히려 벌레들의 고정관념과 방어본능만 활성화시킵니다. 희망전도사 노릇이 실패하자 그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절망한 채로 경쟁의 사회에서 퇴갤하게 돼요. 불쌍한 줄무늬 애벌레 ㅜ.
제 7장 :
지친 몸을 이끌고서 줄무늬 애벌레는 지난날 노랑 애벌레와 뒹굴던 풀밭으로 기어갔습니다. 그녀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기진맥진한 줄무늬 애벌레는 더 가지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 노란 생명체가 그에게 날개로 부채질을 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꿈을 꾸고 있는 듯 어리둥절해졌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녀는 더듬이로 그를 쓰다듬고 사랑이 넘치는 눈길로 그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비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의 말이 다시 믿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걸어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갔다가는 다시 그의 앞까지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그는 그녀를 따라갔습니다.
그들은 어느 나뭇가지에 다다랐습니다. 거기에는 두 개의 고치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그 다음에는 꼬리를 고치 하나에 들이밀었습니다. 그리고는 그에게 날아와 그를 어루만졌습니다.
그녀의 더듬이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그는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는 기어올라갔습니다...... 또다시.
점점 어둡고 캄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두려웠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모든것을......
그러는 동안 노랑 나비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에서는 노랑 나비와 줄무늬 나비가 안고 있는 그림)
끝......
(기둥을 이루던 애벌레들이 흩어지는 그림)
......아니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인 것입니다.
(나비들이 잔뜩 태어나고 그들이 꽃을 피어나게 하는 그림)
제 7장 분석 :
끝부분은 얼마 안 되니 원문을 옮겼습니다. 이 책이 표현을 그림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그림 없이 감상문 쓰기 정말 힘들어요.
줄무늬 애벌레는 풀밭으로 돌아가서 한 숨 잡니다. 역시 빡치거나 지쳤을 땐 낮잠이 최고죠. 근데 자고 일어나니 노오란 나비 한 마리가 부채질해 주고 있음. 올ㅋ. 이런 멋진 경험을 하고 자신도 나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 든 그는 그녀의 캐리를 따라서 그녀가 나비로 변한 곳에 도착합니다. 나비는 돌아갈 수 없는 힘든 변화를 거쳐서 된 존재이기에 과거의 모습인 애벌레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ㅡ사람으로 옮기자면 나비가 자신의 깨달음을 전달하려고 해도 아직 그것을 겪지 못한 애벌레에게는 그 말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는 설정입니다만, 나비는 통역 가이드 없는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바디 랭귀지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그녀의 노력과 사랑 덕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해하고, 그녀를 믿는 채로 변화의 두려움을 이기고는 바로 고치가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 얻은 나비의 모습은 그가 겪은 고생과 깨달음의 가치만큼 아름답겠지요. 그러니까 님들도 자기 노력으로 한 번 변화해 보는 건 어떠세요? 기간은 몇 주에서 몇 달 정도에 걸쳐서. 사상이나 의식의 변화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으켜 보세요. 진짜 기분 좋고, 의식의 성장은 덤입니다. 그리고 샤대 수시 자소서 쓸 이야깃거리도 생겨요. 히히.
추가 정리 :
어느 미술가에게 그 그림을 그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5분이 걸렸고 또한 나의 전 생애가 걸렸습니다."라고 그는 대답했습니다. ㅡ 글쓴이의 말 중에서
제 글을 안 스킵하고 읽어 주신 나갈러라면 애벌레ㅡ고치ㅡ나비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이해하셨겠죠. 참고로 말하자면 애벌레는 신화에서 순수한 생명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관점을 버리고 신화를 창조한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봐요. 애벌레는 그저 징그럽다고만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과 다르게 신화를 창조한 옛날 사람들은 애벌레가 꿈틀대며 온 몸으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생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에는 자신들도 애벌레처럼 순수하게 살아 가는 존재이기를 바랐던 기원이 들어 있지요. 이 작품 속에서 애벌레는 순수해질 수 있는 생명이지만, 기둥 속에서의 경쟁에만 매달린다면 그 순수함을 잃어 버리고 말지요.
도입부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우화는 사람의 이야기예요.
쓰는 사람도 현기증 날 정도로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어디 퍼 가진 마세요. 그럴 가치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댓글 13
-
bump
2012.06.17 22:44
음.. 아무래도 ~하세요 투의 말투는 괜히 가르침을 받고있는 느낌이 들어서 좀 거북하네요; 애니메이션 커뮤니티에 동화책 리뷰라.. -
달룡
2012.06.17 22:47
겸손하게 쓸 목적으로 사용한 말투인데 epic fail인가...
그래서 고쳤습니다. -
사람사는곳
2012.06.17 23:14
끄응 이거 읽어도 내용누설 안되는건가요....? 읽다가 쫄아서 여쭙습니다. -
사람사는곳
2012.06.17 23:45
알겠습니다! -
달룡
2012.06.17 23:20
쉽고 좋은 책이니까 이 글을 읽기 전이든 읽고 나서든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라요. 10분이면 다 읽지만 내용은 알차지요.
이게 제 의견이에요. -
사람사는곳
2012.06.17 23:18
그런게 아니고 분명 좋은 내용일 거다란 기대가 가는데 이걸 감상문부터 읽어도 될런지 순간 망설여 져서요. 그런 목적이시라면 이해가 됩니다. 근데 아직 결정 못내림.. -
달룡
2012.06.17 23:16
어... 독후감이라고 써 놔도 스포인가요 ㅜㅜ.
애초 목적이 안 읽은 사람도 읽은 사람 비슷하게 되도록 쓰기여서 -
김풀떼기
2012.06.19 12:36
어른을 위한 동화죠 이거. 읽고 나면 참 좋음.
이거랑 비슷하게 점과 선이라는 동화도 있어요. 그것도 추천... 근데 이 쪽은 82년 판본밖에 없어서 어쩔지 모르겠네요 -
과일
2012.06.20 21:15
제가 초등학교 때 부터 가장 좋아했던 책이네요 집에 있었는데 지금은 어딜갔는지ㅜ
학교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발견하고 몇번이나 읽은 생각이나네요 -
달룡
2012.06.22 18:55
초등학생들이 읽기 딱 좋은 책인데 초등학생은 무슨 소린지 모르는 책. -
과일
2012.06.20 21:18
사실 초등학생일땐 그냥 그림이 예쁘다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다시 읽을 때 무슨 이야기인지 알았죠 -
읭여
2012.06.21 19:47
글자 얼마 되지도 않는 그림책이 장편소설됬넼ㅋㅋ 일러스트 애벌레 존나 귀여움 -
달룡
2012.06.22 18:54
ㅇㅇ 애벌레 짱 귀여워요 웬만한 2D여캐보다 모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