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감상문 : 움츠리지 말고 진격하라!
2014.06.26 18:48
진격의 거인
장르 : 액션, 판타지
제작사 : WIT STUDIO
방영년도 : 2013
정말 오랜만에 몰입하고 애니메이션 하나를 끝까지 다 봤다. 재작년 입대 한 이후로 TV-A는 끝까지 본 작품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일하게 이 작품은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간단하게 감상문을 하나 작성해서 나올만한 내용은 크게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한 번 살펴볼까?
▲ 2013 뜨거운 감자였던 < 진격의 거인 >
제가 한 번 감상해보겠습니다.
솔직히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땐 이 작품을 끝까지 볼 만한 정도의 흥미도 못느꼈었고 그만큼 자신감도 없었다. 평소에 고어물같이 피가 철철 흐르고 목이 따이는 잔인한 장면을 쉽게 잘 못 본다. 그래서 초반에 거인이 사람을 잡아 먹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장면이라던가 선혈이 낭자한 장면을 끝까지 보고 있기 좀 힘들었다. 그 우울한 분위기. 거인이 무서워 벽 안에 숨어 살고 있다는 그 답답함과 거인이 나타났을 때 아무 것도 못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과 공포감 등. 공기 자체가 상당히 무거워 보는 내내 답답하고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상 예민한 인물들과 그걸 표현함에 있어서의 과장된 표현들. 항상 들떠 있는 작품이 보기 껄끄러운 것처럼 항상 가라앉은 작품도 보기 힘들다. 그런 느낌이 강했다. 작품 감상 초창기에는.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시청자들 마저도 이목을 끌게끔, 시선을 끌만한 요소들을 제떄 배치를 잘 하여 이 작품으로부터 떠나는 것을 잘 막았다. 1화 시작과 마무리를 장식한 초대형 거인과 수많은 거인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작품이 지루해질법 하면 입체 기동 장치를 이용한 역동적인 장면, 거인과 병사들의 전투들로 인해 지루할 틈새가 없었다 ( 물론 전개가 느린 부분도 있었지만 밑에 기술하겠음 ). 또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부족한 부분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었고. 작품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등장하는 여성형 거인과 새로운 전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 간의 갈등. 그리고 후반부로 치닫을수록 더욱 예민해지고 격해지는 사람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왜 뜨거운 감자가 되었는지, 주변에서 인기가 그렇게도 많았는지 끝까지 보니 이해가 되더라. 리.. 리바이 쩔어!
▲ 부담스러웠던 거인의 모습과 잔인한 만행.
하지만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 진격의 거인 >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수많은 볼거리와 완벽한 연출
< 진격의 거인 >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한다면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액션인데, 그 중심에는 입체 기동 장치(이하 기동 장치)가 있다. 필자가 이 작품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큰 요소가 기동 장치를 통한 화려한 액션이었기 때문. 오프닝 영상부터 시작된 기동 장치를 통한 화려한 영상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작품이 진행 됨에 있어서도 기동 장치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사실 이게 영화라면 스턴트맨을 통해 직접 촬영을 하든 CG를 통해 표현을 하든 직접 촬영을 하여 영상으로 내보내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는데, 애니메이션이라는 작품의 특징상 모든 장면을 그리다보니 이렇게 역동적인 장면을 표현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을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선 자체도 화려하면서도 깔끔하고 캐릭터나 주변 배경에 3D 기술을 입힌 것도 위화감없이 잘 녹아들었다. 거인의 큰 몸짓도, 병사들의 작지만 빠르고 역동적인 움직임도 잘 표현한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 요즘은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이런 기술이 쓰이는 것만으로도 " 와 개 쩌는 기술이야! " 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3D 기술로 처리한 것을 위화감이나 어색한 부분 없이 작품에 잘 녹인 것은 상당히 칭찬할만한 부분. 제작사 ' PRODUCTION I.G '의 자회사 격인 ' WIT STUDIO '에서 제작을 맡았는데, < 공각 기동대 시리즈 >, < BLOOD 시리즈 >, < 길티 크라운 > 등을 제작한 ' PRODUCTION I.G '의 힘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기동 장치를 통한 액션 중 특히 미카사나 리바이가 기동 장치를 타고 이동할 때 상당히 안정적이고 화려하게 표현을 잘 했던데 그런 부분에서는 감탄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으며, 가장 하이라이트는 11화에서 엘렌 예거와 미카사 아커만이 바위를 향해 기동 장치를 이용해 날아가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사스가 주인공! 마지막으로 기동 장치 장면 = 3D 공식이 아니라 필요한 때는 2D로써 표현하고 3D로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때는 3D로 표현을 잘 한 것도 세심하게 신경을 잘 썼다고 생각한다. 작화나 영상미만 놓고 따진다면 여태 봐왔던 애니메이션 중에서 거의 TOP에 꼽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안정적이면서도 뛰어났다.
분위기를 표현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이 작품의 분위기는 상당히 무겁고 우울하다. 눈 앞에서 동료가 깔려 죽고 터져 죽고 잡아 먹혀 죽고. 붙잡힌 동료를 도와주고 싶다는 전우애보다 붙잡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존본능이 앞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자신의 발걸음을 보면서 느끼는 자괴감과 무능함. 거인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항상 전제되어 있다. 벽 안에 있다고 안전할쏘냐. 언제 초대형 거인이 나타나 문을 다시 부수고 거인이 처들어올지 모르는 판국에 여기 또한 항상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그렇다보니 인물들은 항상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 서있고 조그마한 일에도 크게 반응하고 소리친다. 이렇게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분위기를 작품은 상당히 잘 표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공 확장인데, 사람이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무엇인가 공포감에 휩싸였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이 눈이라고 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특징상 표현하기 가장 쉬운 곳이 얼굴이다보니 상당히 자주 쓰였다. 얼굴을 통해 감정 표현이 잘 드러나도록 연출이나 표현을 잘 했다. 대부분 놀라거나 화나거나 둘 중 하나였지만 (...)
▲ 화려한 액션과 격렬한 감정 묘사
이 작품을 몰입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 진격의 거인 > 최고의 입체 기동 장치 액션 장면
스토리? 극우? < 논란의 거인 >
이렇게 좋은 점들도 많았지만 감상하면서 불편했던 점, 아쉬운 점도 물론 있었다. 가장 먼저 스토리. 솔직히 스토리라기 보다는 스토리 전개에 가까운 것 같다. 일단 갑자기 갑옷 거인이 철수한 이유 ( 후반부에 나오지만 초반 감상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 부터 시작해서 월 로제 탈환 편에서의 다소 루즈한 내용 전개. 그 이후부터 벽 밖 조사가 있기 전까지도 엘렌 예거의 재판을 제외 한다면 상당히 루즈했던 감이 없잖아 있었고. 그 이후에 여성형 거인이 나온 뒤로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뭔가 어처구니 없는 결말을 맺어버리는 1기. 결국 작품 광고는 초대형 거인으로 다하고 마무리는 여성형 거인으로 맺어지는 스토리도 그렇고, 애니메이션만 놓고 본다면 어쩌다 벽 안에 살게 되었는지, 시간시나 구의 지하실 등 맥거핀이 상당히 많다. 이건 마치 ' 1기 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근데 궁금한 게 참 많죠? 2기 보세요 2기. ' 이런 느낌인데. 보통 원작 내용이 전개가 덜 되서 2기를 예정하고 만드는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내용 마무리는 짓고 끝내는 편인데 이 작품은 맺음은 커녕 완전 OPEN으로 끝난다. 이렇게 되면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불평불만이 나올 수 밖에. 조사병단이 얻은 정보가 없듯이, 다 보고난 우리들도 뭔가 허탈한 느낌을 안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극후반부는 오리지널 내용이라고 하던데, 여튼 원작에서도 이런 전개가 펼쳐졌었는지 의문이 든다. 그랬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
이 이외에 캐릭터들이 매일 화내고 짜증내다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언짢아진다던가 (...) 매 화마다 앞 부분에 이전 영상을 1 ~ 3분 정도 삽입하여 전개 분량을 조금씩 많이 잡아 먹은 점 ( 이 부분은 일주일 마다 방영되니 이전 내용을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라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하지만 쓸데없이 반복되는 내용이 많았고, 이 부분만 모은다면 1 ~ 2화 정도 분량이 나온다. 내용 전개 면에 있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 ) 등 사소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점은 어느 작품에나 있으니 가볍게 넘어가자.
작가의 극우 성향 발언. 이 부분은 다루기 민감하니까 간단하게만 짚어본다면, 작가가 극우 성향을 발언한 것도 사실이고, 그에 따른 증거도 찾아보면 나온다. 작가가 그런 성향을 띄고 있으면 그 사람이 만드는 작품 역시 그런 성향을 띄고 있을 터. 솔직히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면서 극우주의 같은 느낌을 받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그렇다 ', ' 곤충이 서로 잡아먹는다는 은유는 전형적인 극우 세계관이다 ', 말이 많은데 뭐 < 죠시라쿠 >, < 안녕 절망선생 > 처럼 대놓고 드러낸다던가, ' 신보 아키유키 ' 감독처럼 대놓고 드러 낸 작품도 아니고, 극우 성향을 제대로 띠는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 진격의 거인 >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극우성향에서 흘러나온 군국주의 성향이 작품에 묻어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군대라는 조직이 어쩔 수 없다는 걸 감안하면 솔직히 이 작품으로 극우 성향을 띠는 작품이다! 라고 단언하기가 그렇다. 나머지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인듯하다.
▲ 인기만큼 논란도 많았던 < 진격의 거인 >
2기에서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
글을 마치며
이렇듯 여러가지로 탈도 많고 말도 많고 인기도 많았던 < 진격의 거인 > 감상을 완료했는데 솔직히 기분이 개운하지는 않다. ' 유종의 미 ' 라는 말이 있듯이 마무리가 좋아야하는데 끝이 엉망진창이다보니 작품도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상당히 아쉽지만 작화라던가 연출, 액션이나 몰입도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였지 않나 싶다. 끝까지 보게 된 이상 2기가 나온다면 꼭 챙겨봐야할 것 같다. 어떤 식의 전개가 기다리고 있는지 기대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언제쯤 나오려나..
여기까지. < 진격의 거인 > 감상문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PS. 작품을 통 틀어서 미..미카사쨩! 이 얼굴을 붉힌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 귀엽고 귀여워서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미카사쨩!
홍조 띤 미카사 카와이!
진격의 거인은 작화 수준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고 특히 리바이vs여성형 거인의 전투씬이 압권이었지. 설정 자체가 매력적인데다가 모에계열 작품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도 성공했었지. 미지의 존재와의 싸움은 굉장히 흥분되는 소재인데, 인간이란 존재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선한 것을 갈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생각함.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원작에서 뒤로갈수록 거인의 비밀이 밝혀지고, 주인공이 거인이 되면서 거인의 대한 두려움과 미지가 사라졌기 떄문에 인기가 한풀 꺾였던게 아닐까 짐작해봄. 이 작품이 마브러브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니 수긍이 가긴 하는데, 어떤 사람이 분석하기를 '벽'속에 갇혀 있는 인간들은 개항 전 일본인을 상징하고 '거인'의 존재는 서구 열강을 상징하면서 그들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벽속에 스스로를 가둬둔 일본의 상황을 비유한거라 했는데 이쪽 해석이 내겐 더 와닿는것 같다.